[이사회 모니터/KT]'내부출신 CEO' 만 답일까, '롤모델' GE의 변심⑤무리한 경쟁·구조조정 실패, 외부출신 선회…객관적 '후보 평가 툴' 절실
최필우 기자공개 2020-12-07 07:41:58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1일 16시2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KT의 이사회 '롤모델'로 꾸준히 언급되는 기업이다. 각각 전기와 통신이 본업이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오너 없이 이사회 중심 경영을 이어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KT가 금융 사업(케이뱅크)으로 본업 침체를 타개하려는 점에서도 GE캐피탈로 기업가치를 높였던 제너럴일렉트릭과 겹쳐진다.CEO 선임 절차가 이사회 주도로 이뤄지는 것도 공통점이다. KT 이사회가 2018년 지배구조위원회에 CEO 후보 선정 권한을 부여했을 때 제너럴일렉트릭과 유사한 CEO 양성 프로그램이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조성됐다. 다만 제너럴일렉트릭은 내부 출신을 고집하는 정책의 한계를 절감하고 외부 인사 기용으로 방향을 틀었다.
◇GE식 후계자 선정방식, '과도한 업적주의' 부작용

로렌스 컬프 취임은 파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00년이 넘는 제너럴 일렉트릭 역사상 첫 외부 출신 CEO이기 때문이다. 존 플래너리가 취임한 지 1년 2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외부 출신 기용으로 변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게 이사회 판단이었다.
이사회는 전임 CEO 때부터 이어져 온 경영 부실을 내부 인사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봤다. 잭 웰치(1981~2001년)는 재임 기간 주가를 30배 가량 높였으나 GE캐피탈 의존도를 지나치게 높여 본업인 제조업 기반을 약화했다. 제프리 이멜트(2001~2017년)는 역사상 최대인 106억달러(11조원)에 알스톰 전력 부문을 인수했으나 사양 산업을 떠안은 꼴이 됐다. 이사회는 존 플래너리(2017~2018년)에게 강력한 구조조정과 정상화를 요구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결국 외부 인사를 구원 투수로 기용했다.
이사회가 오랜 전통으로 이어진 CEO 승계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잭 웰치가 크로톤빌 연수원을 경영 사관학교로 만들어 임원들을 경쟁시킨 건 능력에 따라 후계자를 선정하자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제프리 이멜트와 존 플래너리는 막상 실전에서 기대 이하의 결과를 냈다.
CEO가 되거나 CEO 직을 유지하기 위해 단기 성과에 연연하는 문화가 조성되는 부작용도 있었다. 몇몇 임원들이 후계자로 낙점받기 위해 자신이 맡은 부문 실적을 부풀려 경영 부실을 야기했다. 과도한 업적주의가 제프리 이멜트의 무리한 M&A를 부추겼다는 평가도 있다.
◇후보선정 권한 쥔 KT 지배구조위, 전문성·독립성 미흡
KT는 정치권 인연이 강한 외부 인사가 CEO를 맡으면서 부작용을 낳았던 탓에 내부 출신 대표로 선회한 상태다. CEO 후보군 선정 권한을 지배구조위원회에 분산해 내부 출신이 평가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했다. 외풍을 차단하고 내부 출신도 CEO 후보군에 넣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된 셈이다.
덕분에 작년 대표선임 때 '이번 만큼은 내부 인사가 기용돼야 한다'는 주주 여론을 반영할 수 있었으나 현 체계가 완성형이라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KT도 제너럴일렉트릭과 마찬가지로 신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조직과 사업이 방대해지는 과정에서 후계 CEO 풀에 속한 임원들이 성과 부풀리기식 경영에 나설 수 있는 구조다.
부작용 방지를 위해선 현직 CEO와 CEO 후보군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하지만 현 지배구조위원회 구성원으로는 한계가 존재한다. 지배구조위에 속한 사외이사 4명 중 3명(이강철, 김대유, 유희열)은 관료 출신이고 1명(표현명)은 KT 출신이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온전히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제너럴일렉트릭은 이사들이 총 8가지(△INDUSTRY & OPERATIONS △FINANCE & ACCOUNTING △INVESTOR △TECHNOLOGY △RISK MANAGEMENT △GOVERNMENT & REGULATORY △GLOBAL △DIVERSITY) 분야에서 자격을 갖췄는지 여부를 명기하도록 하고 있다. 현 제너럴일렉트릭 이사진은 이중 복수의 자격을 갖춘 인사들로만 구성돼 있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CEO 선임 또는 경질이 가능한 배경이다.

이사진 독립성 측면에서도 제너럴일렉트릭이 우위에 있다. 제너럴일렉트릭은 이사회 명단에 독립성(independent) 여부를 기재한다. 구성원 11명 중 10명이 독립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기존 18명이었던 이사진을 2018년 11명으로 줄이고 10년 이상 재임한 이사를 과감히 정리한 끝에 현 진용을 갖출 수 있었다.
KT는 이사회 권한 강화도 필요하다. 전임 KT 대표이사 회장들이 사회적 물의를 낳았으나 이사회 주도로 경질하지 못했다. 최근 대표 선임 당시 법적 문제될 시 사임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추가했으나 이는 상설 조항이 아니다. 사회적, 법적 문제 뿐만 아니라 경영 성과 부진에 따른 책임을 물을 만한 장치도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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