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1월 19일 11시1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비행기 도입이 다소 늦어지는 상황이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꼴찌는 말이 없었다. 김세영 대표가 이끄는 에어프레미아는 국내 항공업계에서 꼴찌 중의 꼴찌다. 아직 단 한 번도 날아오르지 못했다. 항공면허는 발급받았으나 운항증명(AOC)을 아직 취득하지 못했다. 오는 3월까지 취항에 나서지 못하면 면허를 잃는다.
그런 에어프레미아가 꼴찌답지 않은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9월 약 150여 명의 객실 승무원을 신규 채용했다. 무급휴직 여파 속 채용에 나선 건 에어프레미아가 유일하다. 차세대 중대형기 보잉 787-9 드림 라이더 도입을 강행한다. '하이브리드 서비스 항공사(HSC)'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다. 에어프레미아는 동남아와 미국 서부 노선 취항을 목표로 한다.
누군가는 에어프레미아를 비판할지 모른다. 모아둔 자본금 470억원이 바닥을 보이는 상황에서 무리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그러나 어떠한 도움 없이 스스로 난관을 헤쳐나가고 있는 에어프레미아를 무조건 다그칠 순 없다. 에어프레미아 기장 30명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25억원의 투자금을 마련했다. 최근 1000억원의 시리즈B 투자금 유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의 사활을 건 자구 노력 속 국토교통부의 책임 있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토부가 항공면허 발급을 남발해 출혈경쟁을 야기한 것은 업계의 공통된 문제의식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장기화를 고려해 신생항공사의 신규 취항 기한을 연장해주는 등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고 있다. 에어로케이는 AOC 취득에 444일이 걸렸고 에어프레미아는 343일째 취득하지 못하고 있다. 신생항공사들이 제풀에 지쳐 스스로 재편되길 바라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하다.
산업은행도 신생항공사 자금지원에 손놓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2월 산은은 저비용항공사(LCC) 금융지원 조건으로 최근 3년간 운항실적을 내걸었다. 신생항공사 3사 중 한 곳도 지원조건에 해당되지 못했다. 당시 유일하게 신규 취항에 나선 플라이강원도 이제 막 운항 4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그 뒤로 다시 지원금을 수혈받을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른 대형항공사(FSC)나 LCC와 같은 절차를 밟아 항공업에 진출했으나 플레이어로 인정받지 못하고 배제됐다.
꼴찌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모두가 1등 대한항공과 2등 아시아나항공의 성공적인 M&A를 응원한다. 그 뒤를 달리는 이들의 자회사 세 곳(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이 통합 LCC로 재탄생할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빅딜'을 중심으로 한 항공업 구조조정으로 신생항공사들이 소외돼선 곤란하다.
"끝까지 달려서 골인한 꼴찌 주자도 좋아하게 될 것 같다. 그 무서운 고통과 고독을 이긴 의지력 때문에." 수필 속 꼴찌 마라토너에게 갈채를 보냈던 박완서 작가가 항공업계 꼴찌 에어프레미아에도 박수를 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에어프레미아의 비상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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