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3색 중고 플랫폼]프랙시스 체제서 도약 노리는 번개장터③인력 확대 계속, 서비스 질 개선 주력
김병윤 기자공개 2021-03-15 10:11:38
[편집자주]
온라인 중고 플랫폼이 소비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경제성과 실속을 추구하는 소비 성향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일부 업체는 눈에 띄는 성장 속도로 유니콘을 넘보고 있기도 하다. 국내 가장 '핫'한 중고거래 플랫폼 세 곳의 특징과 경쟁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2일 0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번개장터는 최근 대주주가 변경된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이하 프랙시스캐피탈)가 지분 100%를 1500억원 정도로 책정, 경영권을 사들였다. 중고거래 플랫폼 빅3(중고나라·번개장터·당근마켓) 가운데 유일하게 PE 체제로 들어섰다.번개장터는 중고나라·당근마켓 대비 대주주 변경이 잦았다. 2011년 퀵켓(Quicket)으로 설립된 번개장터는 한때 네이버의 품에 안기기도 했다. 네이버는 2013년 벤처투자사 프라이머로부터 번개장터의 전신인 퀵켓의 지분 51%를 인수했다. 프라이머는 퀵켓의 설립 전인 2010년 하반기부터 투자한 뒤 벤처인큐베이팅을 본격화한 걸로 알려졌다. 고객과 밀착해 서비스를 개발하고 마케팅하는 식으로 퀵켓을 성장시켜 나갔다.
네이버는 퀵켓의 해외진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인수했다. 하지만 그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인수 4년 만에 네이버는 퀵켓을 창업자에게 다시 매각했다. 2017년 사명을 바꾼 번개장터는 프랙시스캐피탈의 경영에서 한 단계 도약을 노리고 있다.
◇차별화된 수익 구조 강점…인재 충원 위한 투자 지속
프랙시스캐피탈이 번개장터를 인수한 배경 가운데 하나는 흑자 구조다. 인수 전인 2018년 번개장터는 약 2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경쟁업체들이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2017년에도 약 6억원의 흑자를 냈다. 네이버의 품을 떠난 뒤 그야말로 환골탈태했다.
번개장터의 흑자는 매출과 비용통제 덕이다. 광고 수수료에 기반한 매출은 급격히 확대된 반면 비용 증가폭은 크지 않았다. 번개장터의 매출은 2017년 35억원에서 2018년 75억원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이하 판관비) 역시 10억∼15억원 정도 늘었지만 매출액 대비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2019년에는 약 2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이 12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지만 비용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난 여파다. 2019년 판관비는 126억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정도로 확대됐다. 판관비가 매출액을 앞지른 셈이다. 특히 급여가 한 해 만에 43억원 가까이 불어난 점이 눈에 띈다. 2019년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가 급여로 나갔다.
그러나 이는 서비스의 질을 고도화하기 위한 투자로 봐야한다는 분석이다. 우수한 인력을 대거 충원하기 위해 지출을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프랙시스캐피탈 관계자는 "번개장터가 서비스 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고 특히 거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적잖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며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 작업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소폭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인력 충원 기조는 계속 이어져 지난해에도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번개장터의 경우 시장성자금 조달 내역은 거의 없다. 2014년 사모 전환사채(CB)를 두 차례 찍은 게 전부다. 제 1·2회 사모 CB는 2018년과 2019년에 모두 상환된 것으로 보인다.
◇PMI 지속…거래·결제 시스템 개선 집중
프랙시스캐피탈은 번개장터의 인수 후 통합작업(PMI)을 계속 벌이고 있다. 전략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와 이커머스(e-commerce) 기업 티몬 등을 거친 이재후 대표를 선임한 뒤 빠르게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PMI의 핵심은 역시 신뢰 제고다. 비대면 거래에서 빚어질 수 있는 사기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촉발될 수 있는 여러 리스크를 확인하는 데 적잖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실제 사기거래 유저(user)를 추적하는 작업을 최근 꽤나 벌이는 모습이다.
번개장터의 안심간편결제 서비스 '번개페이'의 질적 개선에도 팔을 걷어 붙였다. 번개페이는 에스크로 방식이다. 구매자가 번개페이로 결제할 경우, 결제금을 보관하고 있다가 상품 전달이 완료되면 판매자에게 지급한다. 이 과정에서 번개장터는 수수료를 뗀다.
프랙시스캐피탈 관계자는 "번개페이에서 발생한 수수료 수입은 전체 매출의 40% 정도로, 광고 수수료 수입과 함께 높은 매출 기여도를 보인다"며 "결제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들과의 협업을 꾸준히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업 다각화도 고민중이다. 이를 위해 경쟁사인 중고나라와 비지니스 협력을 모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프랙시스캐피탈 관계자는 "번개장터와 수직 계열화를 구축하거나 시너지 낼 수 있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물색하고 있다"며 "편의점과 제휴해 택배를 할인해주는 등의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과 다른 점이라면, 번개장터의 고객군은 대체로 10·20대에 포진돼 있다"며 "핵심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볼트온(bolt-on)은 눈여겨볼 이슈다. 번개장터와 협업할 수 있는 곳을 인수하는 행보를 자주 연출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프랙시스캐피탈은 번개장터를 인수하면서 6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마쳤다. 볼트온을 위한 실탄은 어느 정도 갖춰졌다는 평가다. 실제 번개장터는 스니커즈 커뮤니티인 풋셀을 지난해 인수한 바 있다.
풋셀 인수 관련해 오프라인 사업으로도 눈을 돌린 점이 눈에 띈다. 번개장터는 최근 여의도에 스니커즈 전용 오프라인 매장인 '브그즈트 랩(BGZT Lab)'을 열었다. 고객이 직접 제품을 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프랙시스캐피탈 관계자는 "여러 커뮤니티 내에서 일어나는 중고거래 규모가 꽤 된다"며 "커뮤니티 인수는 번개장터의 이용자·거래액을 늘리는 효율적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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