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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기 한화그룹의 선택]한화시스템, 그룹 미래·승계까지 책임진 '또 하나의 판'③정부 규제 회피 속 탄생, IPO 거쳐 1.2조 유증까지

박기수 기자공개 2021-04-15 09:34:07

[편집자주]

2020년대 시작과 함께 한화그룹이 큰 변화를 예고 중이다. 복잡했던 계열사 이합집산 과정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신사업을 위한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작년 한화솔루션에 이어 최근 한화시스템의 유상증자 규모만 약 3조원에 달한다. 그 중심에는 한화그룹 차기 총수로 유력히 지목되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있다. 유증을 기점으로 시작될 신사업의 향후 행보는 그룹 총수가 되기 위한 김 사장의 마지막 경영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화의 바쁜 행보와 2·3세 간 승계 과정에서 주목할 점을 더벨이 짚었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9일 16:1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앞서 한화그룹의 미래와 함께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의 승계 과정에서 꼽히는 핵심 회사로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을 꼽았다. 앞의 두 회사는 중간지주사고 김 사장이 최근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곳으로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할 적절한 장소로 꼽힌다.

다만 한화시스템은 김 사장과 직접적 연관이 없음에도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이유는 한화시스템의 주요 주주가 김동관 사장이 지분 50%를 들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이기 때문이다. 에이치솔루션은 김 사장을 포함해 한화그룹 3세 2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와 3남인 김동선 한화에너지 상무보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 회사다.

더구나 한화시스템은 사업 중요성으로 따져도 한화솔루션·에어로스페이스와 비슷한 비중을 갖는다. 레이더·인공위성 센서 사업 등을 영위하는 한화시스템은 우주산업으로의 사업 확장을 노리는 한화그룹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회사로 꼽힌다.

한화시스템의 탄생 스토리는 정부 규제와도 연관된다. 한화시스템과 한화그룹은 정부 레이더망을 회피하면서 경영 효율성과 원활한 승계라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내기 위해 많은 변화를 거쳤다.

◇한화S&C 분할, 에이치솔루션의 탄생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재와 마찬가지로 김동관·동원·동선 삼형제가 지분을 나눠 총 100%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S&C' 라는 기업이 있었다. 한화S&C는 2017년 6월 물적 분할을 단행한다. 사업 부문이었던 ICT사업을 물적 분할해 100% 자회사로 만들고 존속 법인은 지주 역할만을 맡기로 했다.

당시 한화S&C가 물적분할을 단행한 이유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련이 깊다. 당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그룹 내부의 일거리를 전담하다시피하는 한화S&C는 항상 도마에 올라있었다. 당시 한화S&C의 내부거래 물량은 전체 매출의 약 70%로 상당했다.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내부거래 비중을12% 이하로 낮추거나 내부거래 계열사의 보유 지분율을 20% 아래로 낮춰야 했다.


우선 한화S&C는 ICT사업부를 물적분할하고 분할 회사 사명을 한화S&C로 정했다. 남아있던 원래 한화S&C의 사명은 '한화프론티어' 등이 거론됐으나 결국 '에이치솔루션'으로 최종 결정됐다. 현재의 에이치솔루션이 탄생한 순간이다.

물적분할과 함께 에이치솔루션은 곧바로 '신생회사' 한화S&C의 지분 44.6%를 사모투자펀드(PEF)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매각했다. 당시 매각 대금은 2500억원이었다. 2017년 말 신생회사 한화S&C는 에이치솔루션이 55.36%, 펀드가 44.64%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의 합병

이듬해(2018년) 5월 말, 한화S&C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00% 자회사였던 한화시스템은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의결했다. 한화시스템이 한화S&C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합병비율은 1:0.8901로, 신설합병법인 한화시스템에 대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기존 한화시스템 최대주주)는 52.9%, 에이치솔루션(기존 한화S&C 최대주주)은 26.1%, 스틱컨소시엄(기존 한화S&C 2대 주주)는 약 21%의 지분을 보유할 전망이었다.

여기서 에이치솔루션이 스틱 측에 신설합병법인인 한화시스템의 지분 11.6%를 추가매각하면서 에이치솔루션의 지분율이 14.5%로 조정됐다. 이로써 에이치솔루션은 ICT 사업을 품게 된 한화시스템에 대한 지분율을 크게 낮추며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당시는 정경유착 논란으로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청문회에 모조리 소환됐던 시기로, 문재인 정부의 출범 초기 시절이었다.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 중심의 경제 민주화 정책 등이 재계 최대 이슈로 떠오르던 때였다. 한화그룹 역시 이와 같은 흐름을 의식해 계열사 대수술에 나섰던 셈이다. 동시에 한화그룹은 삼성의 '미전실'과 같은 존재였던 그룹 경영기획실을 해체하기도 했다.

◇'속전속결' 한화시스템 IPO, 김동관의 '신의 한 수'

사실 한화시스템은 재계 내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회사다. 한화시스템 내에는 크게 큰 사업 줄기가 두 개 있다. 하나는 방산·레이더·우주산업이고 나머지 하나는 에이치솔루션이 품고 있던 ICT 사업이다. 두 사업 부문은 별다른 시너지 효과가 없어보인다는 게 업계의 공감대다. 또 한화 3세들의 에이치솔루션이 주요 주주로 있다는 점도 특징이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한화시스템은 항상 사업 외적 요소로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 한화시스템은 신설합병법인이 되고 제대로 된 통합작업(PMI)도 이뤄지지 않은 채 바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 합병 후 3주 만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고, 발 빠르게 주관사까지 선정했다.

IPO 과정에서 주요 주주였던 스틱컨소시엄은 일부 지분을 엑시트(Exit) 했다. 관건은 2대 주주였던 에이치솔루션이었다. 지분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느냐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에이치솔루션은 '보유'를 택했다. 한화시스템의 기업가치 상승을 염두해 둔 결정이었던 셈이다. 김동관 사장의 에이치솔루션의 선택은 옳았다. 현재 한화시스템은 IPO 당시보다 기업가치가 배로 상승했다.


IPO를 마친 한화시스템은 레이더 관련 각종 수주행진을 이어가며 그룹내 효자 계열사로 분류되다가 최근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본격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한화시스템의 기업가치 상승은 자연스럽게 에이치솔루션의 보유 지분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 마디로 김동관 사장이 승계 재원을 마련하는 데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의미다.

이처럼 에이치솔루션과 한화시스템은 정부 규제를 회피함과 동시에 승계까지 염두한 결과물이라는 업계의 평가를 받는다. 시장 관계자는 "한화S&C의 분할과 시스템-S&C 합병, 시스템 IPO 등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됐다"라면서 "정부 규제 회피와 함께 그룹 내에서 최적의 '판'을 만들기 위한 계획이 원활히 진행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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