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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디테일]'고점 매각·저점 청약' 김형곤 동방 회장, 영리한 주식 장사②'쿠팡 후광' 최고가 때 101억 현금화, 싼값에 지배력 방어 기회

박창현 기자공개 2021-11-12 08:23:42

[편집자주]

자본금은 기업의 위상과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 회계 지표다. 자기자금과 외부 자금의 비율로 재무건전성을 판단하기도 한다. 유상증자는 이 자본금을 늘리는 재무 활동이다. 누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근간이 바뀐다.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경영전략을 좌우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더벨은 유상증자 추진 기업들의 투자위험 요소와 전략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9일 13: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형곤 동방 회장이 이번 주주배정 유상증자 때 배정 물량을 100% 이상 소화할 계획이다. 올해 초 쿠팡 후광 효과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했을 때 주식을 일부 팔아 충분한 투자 실탄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워낙 고가에 주식을 처분한 덕분에 팔았던 주식 수보다 더 많은 신주를 취득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60억원이 넘는 돈이 주머니에 남는다. 더욱이 유증 참여 시 할인율 20%가 적용되는 만큼 시가보다 싼값에 지배력을 회복할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동방은 257억원 규모 주주배정 일반공모 유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다음달 1일 최종 발행가액을 확정하고, 이어 6일부터 청약 절차를 밟는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다음달 24일이다. 대표 주관 업무는 DB투자증권이 맡았다.


동방이 대규모 증자에 나서면서 오너 2세이자 대주주인 김 회장의 투자 규모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 회장은 17.88%(714만여주)의 지분율로 1대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다.

신주 배정 원칙에 따라 기존 주주는 보유 주식 1주당 0.1608주의 신주를 받을 수 있다. 이에 김 회장은 114만9781주를 배정받았다. 주당 예정 발행가액인 3220원을 적용하면 총 37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김 회장은 배정된 신주 100% 이상을 청약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확실하게 경영권 지분을 방어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곳간이 풍족하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었다는 분석이다. 김 회장은 올해 2월 동방 주가가 설립 후 최고점에 도달했을 즈음 일부 주식을 팔아 현금화를 했다. 당시 핵심 고객사였던 쿠팡이 미국 증시 입성을 앞두면서 덩달아 동방 주가도 급등하기 시작했다. 특히 2월10일부터 3영업일 간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 결과 한 달 전까지 2000원대 박스권을 형성했던 주가가 1만2000원대까지 치솟았다.

주가가 신고가를 찍자 김 회장도 자금 회수 플랜을 가동했다. 김 회장은 신고가 달성 일주일여 뒤에 100만주를 장내에서 팔았다. 주당 처분 가격은 1만154원이었다. 지분율은 20.55%에서 17.88%로 하락했지만 그 대가로 101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공교롭게 대주주의 지분 매각 이후에 동방 주가는 조정기에 진입했고, 곧 6000원대까지 떨어졌다. 현재 주가는 4000원대에 안착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김 회장은 최고점에 지분을 팔아 최대 수익을 거뒀다.

지갑을 가득 채운 김 회장은 이번 유증 때 배정 물량을 물론 그 이상까지도 손에 쥘 계획이다. 더 싼값에 지배력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과 9개월 전에 주당 1만원 이상에 지분을 팔았지만, 이번에 3분의 1 가격으로 신주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100% 청약 시 김 회장은 115만여주를 손에 쥘 수 있다. 올해 초 처분한 주식 수보다도 더 많다. 하지만 이 주식을 다 사도 주머니에 64억원이 남는다. 제대로 남는 장사다. 초과 청약 기회를 잡는다면 지배력 방어 효과를 더 극대화시킬 수도 있다.

김 회장 입장에선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일반 주주들의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고점에 지분을 팔고, 저점에 할인율까지 적용되는 유증에 들어와 이른바 '개미털기' 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동방 측은 대주주 개인적 사정과 단기매매차익 반환 이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동방 관계자는 "대주주가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올해 초에 지분을 팔았다"며 "연내 무조건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었는데 단기매매차익 반환 이슈 탓에 6개월 정도 여유를 두다 보니 3분기 중에 유증을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공교로운 상황이지만 주가 흐름은 예측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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