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케이프투자증권, '남의 일' 아닌 모회사 경영권 분쟁 [틈새 노리는 강소 증권사]②임태순·김종호 연합 vs 김광호 KHI 회장…인수금융 기반 대주주 변경, 복잡해진 지배구조

최석철 기자공개 2021-11-17 07:39:10

[편집자주]

국내 증권사 지형이 초대형사를 중심으로 재편된지 오래다. 신생 증권사나 소형사는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색다른 비즈니스모델을 제시하며 도전장을 던지는 증권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숨 막히는 생존 경쟁 속에서 적은 자본으로도 자신만의 특화 영역·서비스를 구축해가며 강소 증권사를 목표로 걸어가고 있다. 신생·소형 증권사의 경쟁력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2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케이프투자증권의 모회사인 케이프가 조용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대표이사와 김광호 KHI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임태순 대표는 지난해 MBO(경영자 인수) 방식으로 케이프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러나 한달 반 뒤 김광호 회장이 지분을 매집해 2대 주주 자리에 공식적으로 오르면서 다툼이 시작됐다. 케이프투자증권 인수와 케이프 인수 모두 차입을 통한 인수금융을 통해 이뤄지면서 지배력의 약한 고리가 형성됐다는 평가다.

자회사인 케이프투자증권으로선 본업 경쟁력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않는 이슈다. 다만 설립 이후 13년간 잦은 대주주 변경을 거친 케이프투자증권으로선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대주주 리스크가 남의 일만은 아니다. 임태순 대표가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분쟁 향방에 따라 케이프투자증권의 미래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LIG그룹?KB금융그룹?케이프...임태순, 인수부터 경영까지 진두지휘

케이프투자증권의 전신은 2008년 LIG손해보험의 자회사로 신규 설립된 LIG투자증권이다. 매년 흑자를 기록하며 건실한 증권사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었지만 2010년 LIG건설의 기업어음(CP) 사기발행 사건을 시작으로 불거진 LIG그룹 대주주 경영비리로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됐다.

당시 12개의 지점이 2개로 대폭 축소되고 임직원도 350여명에서 200여명으로 줄어드는 등 잦은 구조조정에서 시달려왔다. 사건 직후 수년간 증권사 인수합병 대상에 끊임없이 이름이 오르내리며 내부의 피로도도 높아졌다.

2015년 비은행 계열사 확장을 꾀하던 KB금융지주가 모회사인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며 금융그룹에 속했다. 수년간 대주주 지원 없이 나홀로 버텨왔던 만큼 대형 금융그룹의 손자회사라는 지위는 매력적이었다. 기존 계열사인 KB투자증권과 합병할 경우 단번에 사세 확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듬해 KB금융지주가 LIG투자증권 지분 82.35%를 공개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다시 새 대주주를 맞이해야했다.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내린 결정이다.

2016년 6월 케이프가 KB손해보험으로부터 지분 82.35%를 인수하며 케이프투자증권으로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케이프인베스트먼트가 인수 주체로 나서 LIG투자증권 인수에 필요한 자금 1300억원 중 700억원은 브릿지론 형태의 인수금융으로, 나머지 600억원은 자체 자금을 포함한 펀드 추자를 통해 조달했다.

산은캐피탈과 새마을금고, 과학기술인공제회 등 LP의 비중이 컸던 만큼 케이프투자증권은 배당 등 현금 유출에 대한 부담을 한동안 짊어졌다.

이런 인수구조를 구상한 인물이 현재 케이프투자증권과 케이프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임태순 대표다.

임태순 대표는 한국개발리스·미래와사람·KTB투자증권·아이스팀파트너스 등에서 근무했으며 KTB PE에서 사모펀드(PEF) 업무를 다루기 시작해 잔뼈가 굵은 1세대 M&A 전문가로 꼽힌다. 당시 김종호 케이프 회장이 케이프인베스트먼트 설립과 케이프투자증권 인수를 위해 직접 영입했다.

◇케이프·케이프투자증권 '운명공동체'...케이프 경영권 분쟁 불씨 남아

임태순 대표는 2020년 케이프투자증권의 모회사인 케이프 최대주주에 오르며 케이프투자증권의 실질적인 대주주가 됐다. 임태순 대표는 이끄는 투자회사 템퍼스인베스트먼트를 통해 김종호 회장의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대부분의 주식 매수 자금은 케이프투자증권 인수 당시와 비슷하게 주식 담보 대출을 통해 인수금융 형태로 마련됐다. 이 과정에서 KTB투자증권과 리딩투자증권 등이 임태순 대표에게 자금을 빌려주며 우군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광호 KHI 회장이 최근 케이프 지분을 매집하자 적대적 M&A를 방지하기 위해 김종호 회장과 임태순 대표가 연합전선을 구축한 모습이다. 김광호 회장은 모나리자, 엘칸토, 한국피자헛 등의 딜을 성사시키며 국내 M&A 전문가로 꼽힌다.

케이프투자증권으로선 케이프 경영권 분쟁이 더 이상 모회사의 이슈만이 아니라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면서 운명공동체가 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케이프투자증권의 지배구조는 한층 복잡해졌다. 임태순 대표?템퍼스파트너스?템퍼스인베스트먼트?케이프?케이프인베스트먼트?이니티움2016?케이프투자증권이다.

차입을 활용한 인수금융 구조가 두 단계에 걸쳐 활용되면서 현재 지배구조상으로는 안정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기엔 쉽지 않은 구조가 만들어졌다. 그나마 케이프투자증권 인수전 당시 LP로 참여한 이들에게 올해 6월 원금을 상환하면서 중간고리 단계 중 하나인 케이프2016년사모투자합자회사를 청산했다.

문제는 아직 케이프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지난해 임태순 대표측이 우호지분을 결집시키면서 일단락됐지만 올해 초 정기 주총과 임시 주총에서 안건을 놓고 임태순 대표측과 KHI측은 수차례에 걸친 가처분 소송전을 벌이며 갈등은 더욱 격화됐다.

지난 3월 정기 주총과 임시 주총에서는 상대적으로 지분율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케이프가 제시한 감사 선임 안건과 이사보수 한도 승인의 건, 배당 안건 등이 모두 통과됐다. 하지만 KHI측은 지난 6월 강호발 감사 선임과 정형석·최철은 사내이사 선임을 결정한 임시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아직 법원의 판결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케이프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템퍼스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9.04%다. KHI와 특수관계인은 지분 16.8%를 보유하고 있다. 김종호 전 회장 처제인 백수영씨(지분 7.11%)가 캐스팅보트로 꼽히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의사 표명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프 지분을 매각한 김종호 회장이 확보한 자금을 다시 케이프 지배력 확장에 사용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미 김종호 회장은 주식 처분으로 마련한 자금 298억원 중 100억원 가량을 다시 템퍼스인베스트먼트 인수금융에 재투자하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