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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4.0 리오프닝]런던 신한, 현지 'IB명가'로 자리매김한다⑩광통신·스마트미터링·폐기물발전 등 수익·성장 동반추구…ESG금융 등 트렌드 선도 눈길

런던(영국)=한희연 기자공개 2022-10-25 07:32:47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사업은 시대에 따라 진화해 왔다. 본점지원 성격의 1.0, 현지화에 집중했던 2.0을 넘어 투자금융(IB)에 주력하는 3.0 시기를 지냈다. 코로나19를 지내며 변화된 금융 환경 속에선 '리오프닝'이란 이름으로 또 다른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더벨은 주요 금융사들이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글로벌 전략과 글로벌 경영 노하우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18일 09: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은행이 런던에 GIB데스크를 설치한 건 3년전이다. 선진국 시장에서 글로벌화를 이루기 위해 그 시장의 주류 상품을 취급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신한은행 GIB 조직은 데스크에서 팀으로 성장, 3년간 탄탄한 트랙레코드를 쌓아나가며 현지시장에서 인정받는 플레이어가 됐다. 딜이 넘쳐나는 런던이라는 큰 바다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딜을 취사선택하며 양적·질적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IB에 대한 집중도를 드러내듯 런던지점의 수익 비중에서 IB자산이 가장 높다. 전체 중 IB자산으로부터 나오는 수익은 40%, 한국계 기업여신이 30%, 매입외환이 20%, 기타 10%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 런던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의 영업구조는 대부분 비슷하다. 다만 각 은행의 특성에 따라 중시하는 자산 비중은 다소 차이가 있다. 신한의 경우 IB에 공들이고 있는 점이 수익 구조에서도 드러나는 셈이다.

GIB런던팀은 인프라 기반의 인수금융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특히 집중해 왔다. 공교롭게도 GIB데스크를 설치한 직후 전 세계 금융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영향을 받게 됐다. GIB런던팀은 팬데믹 이후에도 부침이 없는 섹터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했고 돌다리를 두드려가며 딜을 진행해 왔다. 에쿼티 투자자가 아닌 대출을 제공하는 은행의 특성상 리스크 부담을 덜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섹터는 바로 인프라라고 여겼다.

다만 일반적인 인프라 딜은 만기가 긴 데다 수익률이 상당히 저조한 측면이 있다. 이에 GIB런던팀은 KKR 등 유수의 재무적투자자(FI)들이 진행하는 인프라 관련 딜의 인수금융에 주목했다. 런던은 전세계적으로도 신디케이션의 중심지로 꼽히며 대형 FI들이 일으키는 파이낸싱의 종류도 많다. 이중 인프라 섹터 관련 딜에 파이낸싱을 제공한다면 수익과 안정성을 모두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최근 진행한 광통신 딜이 대표적이다. 유럽은 주거형태가 아파트보다는 주택이 주를 이루다 보니 상대적으로 통신인프라가 열악하다. 이에 현재 영국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광통신 인프라를 구비하는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광통신 보급사업과 관련, FI들이 50% 이상의 지분을 투자하면서 인수금융을 일으키곤 했는데 신한은 이 기회를 일찌감치 포착했다. 신디론 주선 기관으로 참여하며 트랙레코드를 쌓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에는 이탈리아 최대 광통신 업체 대출에 참여하기도 했다.

광통신 뿐 아니라 전기 사용량을 정확히 측정하는 사업인 스마트미터링 딜도 GIB런던팀이 관심을 갖고 직접 투자했던 사례다. 주택이 많은 유럽에서는 각 가정의 전기 사용량을 측정할 때 기계적인 계량보다는 각 개인의 측정결과에 의존했다. 하지만 최근 정확한 전기 사용량 정보에 대한 니즈가 커지며 각 가정에 스마트미터링을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사용량을 정확히 알게되면 필요한 전기를 예측해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보급할 수 있어 ESG 관점에서도 긍정적이다. GIB런던팀은 광통신 보급에 더해 스마트미터링도 인프라 딜의 주요 영역으로 분류하고 실제로도 여러건에 참여하며 더 많은 딜소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팬데믹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그린 에너지 관련 딜도 다수 다루고 있다. 유럽의 경우 탈 화석화 연료와에 대한 관심이 다른 어느 지역보다 강한 편이다. 일찍부터 해상풍력, 육상풍력, 폐기물 발전 등을 개발해 왔고 관련한 딜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팔로업하면서 GIB런던팀은 이미 만연한 풍력 발전보다 최근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폐기물 발전에 주목했다. 고형화된 쓰레기를 태워 나오는 메탄가스 등으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사업이다. 신한 GIB팀은 이미 스페인과 영국 등지에서 이같은 폐기물 발전 관련 딜에 여러건 참여했다.

IB딜을 진행할 때는 특히 EGS 관점에 부합하는 것인지 여부를 꼼꼼히 살핀다. 최근 완료한 네덜란드 화학단지 CO2 저감 사업이 대표적이다. 네덜란드의 가장 큰 화학제품 생산단지에 유틸리티 제공하는 회사에 인수금융을 지원한 건이다.

이 화학단지는 네덜란드에서 사용되는 화학제품의 20% 이상을 생산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대규모 화학단지다 보니 생산과정에서 일산화탄소 등을 배출하게 되는데 이를 최대한 줄이고 친환경적으로 운영하려면 공해 저감장치 등에 많은 시설투자를 해야 한다. 바로 이 시설투자 관련 파이낸싱을 지원하면서 간접적으로 ESG 금융을 실현한 셈이다.

이밖에 부동산 관련 파이낸싱도 GIB런던팀이 다루는 주요 축이다. 런던을 비롯한 유럽 주요 5개 도시 중심의 우량 상업용 부동산 딜을 취급하면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꾀하고 있다. 특히 임차기간이 장기로 남아있고 안정적인 계약이 기반돼 있는 오피스 담보대출 건을 많이 발굴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UBS그룹의 런던 본사 단일임차 부동산 담보대출에 1억 파운드 규모의 여신확약서(LOC)를 제출하기도 했다.

GIB런던팀은 인프라 관련 인수금융과 우량 상업용 부동산 등 두 축을 중심으로 EMEA(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여러 딜을 섭렵하며 안정적인 자산 밸런스을 맞추고 있다. 인프라성 인수금융 및 PF대출이 50%, 부동산 담보대출이 30%, FI 및 기업대출이 20% 등 균형잡힌 IB 자산 구성을 나타내고 있다. 2019년 GIB데스크 설립 시점과 비교해서 현재 세전 이익은 약 3배, 자산규모는 3.5배 가량 증가했다.

우상현 신한은행 런던지점장은 "단순한 자산의 증가에 그치지 않고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관점에서도 적정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며 부실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생각하에 GIB데스크 설립 시점부터 양적·질적 성장을 함께 추구하려 노력했다"며 "대형 금융기관 등 런던 현지의 딜 소싱 채널을 많이 확장한 것도 의미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한은행 런던지점은 현지 글로벌 IB기관 뿐만 아니라 Lloyds은행, Natwest은행 등 현지 영국계 은행들과도 깊은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 신한은행 IB본사 차원에서 LP투자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대형 GP들을 통해 우량 딜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것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한은행 런던지점 건물 전경

IB업무처럼 잘 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균형있는 자산성장을 이룬 결과 순이익도 안정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17년 800만 달러였던 런던지점의 순이익은 올해 상반기 1200만 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딜 등을 감안하면 연간 2400만 달러의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산규모 또한 2017년 14억 달러에서 2022년 상반기 30억 달러 수준으로 훌쩍 성장했다.

신한은행 런던지점은 강점을 더욱 살려가면서도 EMEA 지역 헤드쿼터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도전을 추진하고 있다. EMEA 지역 투자금융 거점 센터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대표적이다. 자본시장이 선진화 돼 있는 런던에 위치하는 만큼 이 강점을 살려 전통적인 은행업을 뛰어넘어 투자금융에 해당하는 모든 것을 다양하게 커버하는 곳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다.

ESG금융 또한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신한은행은 한국계 은행 중 최초로 ESG글로벌 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ESG를 중시하는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ESG금융을 펼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셈이다. 우 지점장은 "ESG는 한국계 은행으로서 글로벌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며 "이를 통해 국제금융의 중심지인 런던에서 메인스트림으로 적극 나아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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