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프렌드십 포커스]신한금융, KB 보다 낮은 '타깃 CET1비율' 승부수①'12%' 초과자본 환원, KB는 '13%'…'전대미문' 분기별 자사주 소각 채비
최필우 기자공개 2023-02-21 07:30:12
[편집자주]
국내 금융그룹이 '역대급'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주주환원 강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금융그룹도 PBR(주가순자산비율) 0.4배 수준의 저평가 원인을 부족한 주주환원에서 찾고 실적발표회(IR) 시즌 일제히 주주 요구에 화답했다. 다만 금융지주별 환원 수준과 방향에는 차이가 있다. 더벨은 금융지주의 주주 프렌드십을 점검하고 사별 특징을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4일 09:2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주주환원에서 KB금융에 열위였으나 올해 더 많은 선물 보따리를 준비했다. 향후 배당과 자사주 소각 규모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보통주자본(CET1)비율 목표치를 KB금융보다 낮게 잡았다. 타깃 CET1비율이 낮은 건 상대적으로 주주환원 확대 시점이 앞당겨지거나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자사주 소각 정책도 강화한다. 1분기 자사주 소각을 확정한 데 이어 분기별 소각을 검토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 정례화는 매입과 소각을 선도한 KB금융도 가보지 못한 길이다. 실현시 주가 펀더멘털과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자본버퍼 '150bp' 잡고 부담 감수, 환원 가시성 확보
신한금융은 최근 공개한 '경영실적 현황 2022 FY'에서 CET1비율 12% 초과 자본을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CET1비율은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보통주자본을 뜻한다. RWA 부담을 감안한 납입 자본, 이익잉여금 규모를 가늠할 수 있어 주주환원 여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KB금융은 신한금융에 앞서 타깃 CET1비율을 13%로 공표했다. 신한금융이 1%포인트 낮다. 양사의 주주환원 재원이 되는 순이익이 비슷한 규모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슷한 CET1비율일 경우 신한금융이 배당에 쓸 여력이 더 많은 셈이다. 향후 KB금융보다 더 공격적인 주주환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양사 타깃 CET1비율에는 현실적인 사정도 감안됐다. 신한금융 CET1비율은 지난해 말 12.7%다. 2021년 말 13.1%로 13%를 넘어섰으나 40bp 하락하며 12%대로 회귀했다. 타깃 CET1비율을 KB금융과 같은 13%로 정하면 주주환원 가시성이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12%로 낮춰 잡아야 현 시점부터 새 판을 짜는 게 가능하고 CET비율 인상폭 만큼 추가적인 배당 및 자사주 소각에 나설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KB금융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신한금융 대비 높은 CET1비율을 자랑한다. 지난해 말 13.25%로 신한금융을 55bp 웃돌았다. KB금융은 줄곧 13%초중반대 CET1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타깃 CET1비율을 13%로 잡아도 향후 비율 인상에 따라 주주환원 규모를 확대하기에 충분하다.
다만 양사가 시스템적중요은행지주(D-SIB)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한금융 경영진의 주주환원 의지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금융 당국은 2021년 신한금융지주·KB금융지주 등을 금융체계상 중요한 금융기관으로 선정하고 2022년 1%포인트의 추가자본 적립 의무를 부여했다. 신한금융 경영진은 이 같은 부담을 안은 채 감내할 수 있는 자본 버퍼(Buffer·여력)를 150bp로 정했다. KB금융 버퍼는 250bp다.
신한금융은 2020년 있었던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고려했다. 유상증자로 11% 초반대에 그쳤던 CET1비율이 12% 중후반대에 안착하는 효과가 있었다. 반면 주주들은 지분 희석에 따른 주가 하락을 감수해야 했다. 신한금융에서 타깃 CET1비율을 12%로 정할 도의적 책임이 있었다.
◇주가 펀더멘털 강화할 '분기별' 자사주 소각
신한금융은 지난 8일 이사회 의결로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하루 앞서 3000억원의 소각을 의결한 KB금융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올해 분기별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밝히며 반전을 예고했다.
국내 금융권에서 분기별 자사주 소각 전례는 없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이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한 차례 씩 시행한 게 가장 잦은 빈도였다. KB금융은 이번에 분기별 소각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분기별 자사주 소각은 금융주 주주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환원책이다. 주주들의 불만은 배당보다 주가에 있다. 낮은 주가로 배당수익률이 높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지만 국내 금융지주 주가는 PBR(주가순자산비율) 0.4% 안팎의 저평가 상태다. 매분기 자사주 소각에 나서 주가 부양 의지를 명확히하면 주주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새로운 주주환원책을 내놓고 있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진검 승부는 자사주 소각 분야로 넘어가는 국면이다. KB금융은 2021년 신한금융이 분기배당에 나서자 이듬해 같은 정책을 도입한 바 있다. 신한금융에 맞불을 놓을 자사주 매입·소각 정책도 검토 중일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을 분기마다 하면 주가 펀더멘털이 강해지고 배당락을 제한해 변동성도 낮아질 것"이라며 "금융주는 장기투자 주주가 많은데 배당과 달리 주가 상승에 대한 세금은 당장 부과되지 않아 환영받을 만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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