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상속 분쟁]75년 지켜온 ‘경영권 재산’ 위협의 의미승계 위해 친족·동업자까지 물러나...구광모 지분은 그룹 의결권, 강경 대응 불가피
정명섭 기자공개 2023-03-14 10:40:35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3일 14: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그룹이 1947년 창립 이후 75년 만에 상속 분쟁에 휩싸였다. 고 구본무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2018년 상속 과정에서 절차상에 문제가 있었다며 “상속을 다시 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 발단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을 필두로 한 4세 경영에 돌입한 지 약 4년 만이다.
그런 점에서 김영식 여사 등 세 모녀가 제기한 소송은 단순한 상속 재분배가 아닌 75년간 쌓아온 그룹이 지켜온 대원칙과 경영권을 흔드는 위협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후계자 위해 친인척·동업자도 길 터줘
LG그룹은 경영권과 연관이 있는 ㈜LG 주식 등 기존 선대회장의 재산과 권력을 후계자에 모두 몰아주는 오랜 전통을 지켜왔다. 그 외 가족들은 이보다 적은 비율로 재산을 상속받아왔다. 마찰 없는 승계를 위해 그룹 경영에 개입했던 2·3인자, 친인척 등도 함께 물러났다.
실제로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이 1969년 12월 타계하자 그의 장남인 구자경 금성사 부사장이 회장으로 취임했다. 창업멤버이자 구인회 회장의 동생인 구철회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구정회 사장은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조카인 구자경을 옆에서 지원했다.
구철회 사장의 자녀들은 1999년에 LG화재를 분리해 LIG그룹을 출범했고, 구인회 회장의 다른 동생인 구태회·구평회 등이 일군 계열사는 2003년에 LS로 분리됐다. 구인회 회장과 공동 창업주인 허씨 일가도 잡음 없이 GS로 분리됐다.
구자경 회장이 1995년에 장남인 구본무 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할 때도 이 원칙은 지켜졌다. LG반도체를 이끌던 구자학 회장, 유통사업을 담당하던 구자두 회장 등 구자경 회장의 동생들은 조카인 구본무가 회장에 오르자 LG그룹 경영에서 손을 뗐다. 또 다른 동생인 구자승 LG상사 사장 일가는 패션 사업 부문을 분리해 2006년 LG패션(현 LF)으로 독립했다. 구자학 회장은 2000년 LG 유통·식품 서비스 부문을 떼어내 아워홈으로 새출발했다.
2018년에 구본무 회장이 별세하고 현 구광모 회장이 취임할 때도 구본준 회장은 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당시 LG반도체 대표이사 부사장,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사장,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등을 거치면서 그룹 경영 전면에 있었던 구본준 회장이었지만 조카를 위해 길을 열어줬다. 구본준 회장은 이후 LG상사, 판토스, LG하우시스 등을 분리해 LX그룹으로 독립했다.

◇원칙 깨지면 선대들의 양해까지 무너져
LG그룹이 이번 소송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이처럼 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일관된 원칙과 전통, 선대의 양해와 이해 속에서 진행돼 온 근간이 한 순간에 무너질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특히 김영식 여사 등 모녀가 겨냥한 건 표면적으로 구광모 회장의 개인 지분이지만 LG 입장에선 그룹을 대표하는 지분이다. LG 회장의 지분은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사용되는 핵심 지분이기 때문이다. LG그룹 측은 해당 지분 자체는 구광모 회장의 개인 지분이지만 임의로 처분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LG그룹이 이번 소송에 강경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LG그룹이 경영권까지 위협받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 모녀가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이들이 보유하는 ㈜LG 지분은 7.84%에서 14.09%로 올라간다. 반대로 구광모 회장의 지분은 15.95%에서 9.7%로 조정된다. 그러나 구광모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총 41.7%인 점을 고려하면 세 모녀만의 지분만으로 경영권을 흔들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현재 지분 3.05%를 보유한 구본능 회장이나 4.48%의 지분을 보유한 구본식 LT그룹 회장, 2.04%를 보유한 구본준 회장 등도 그룹의 대원칙을 지키기 위해 현 4세 경영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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