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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의 그린오션]1호 사내벤처 아비커스, 미래전략의 축으로④자율운항기술 자체 개발성과에 사업화 자신감… 출범 이후 지원도 '물심양면'

강용규 기자공개 2023-07-20 07:30:17

[편집자주]

'회장님의 어떤 것'은 특별하다. 최고 경영자가 주목한 기술이나 제품이 곧 기업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오너의 역할은 아니겠지만 의사결정권자의 무게감은 더없이 막중하다. 더벨이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이 낙점한 기술·제품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8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사장은 2017년 11월 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지주사 현대중공업지주(현 HD현대)의 경영지원실장에 올랐다. 그동안 사업회사 현대중공업에서 눈앞의 조선업 성과를 고민해야 했다면 앞으로는 지주사 경영자로서 그룹의 장기적인 미래 성장동력을 고민해야 했다.

정 사장은 HD한국조선해양(당시 현대중공업) 미래기술연구원 산하에 2018년 설립된 자율운항연구실을 주목했다. 그의 지론인 '우리가 잘 하는 분야에서 신사업을 찾아야 한다'는 명제에 딱 들어맞는 분야였다. HD현대그룹의 1호 사내벤처이자 '바다의 대전환(Ocean Transformation)' 전략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아비커스(Avikus)는 이렇게 시작했다.

◇ 자율운항기술 향한 정기선 사장의 기대와 자신감

2010년 후반 들어 선박은 점차 아날로그적 기계장치에서 디지털로 정의되는 전자장치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정 사장이 설립을 주도하고 직접 대표이사까지 맡은 선박 AS 회사 HD현대글로벌서비스도 이 시기에 스마트선박 플랫폼을 활용한 선박 모니터링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었다.

선박의 전자장치화 속에서 정 사장이 자율운항선박으로 눈을 돌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이러한 양상은 마치 자동차산업과 같다.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작동하던 자동차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움직이게 되면서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은 자율주행기술의 연구개발에 갈수록 힘을 더하고 있다.

2020년 4월 HD한국조선해양 자율운항연구실은 선박 항해보조시스템 '하이나스(HiNAS)'와 선박 이·접안시스템 '하이바스(HiBAS)'의 개발에 성공했다. 정 사장의 '회사로 시작해보자'는 제안 아래 임도형 자율운항연구실장 등 7명의 연구원이 2020년 12월 자율운항선박 사내벤처 아비커스로 독립했다. 회사 이름은 바이킹을 뜻하는 '아비커(Avviker)'에서 따 왔다.

애초 정 사장은 선박 자율운항기술의 사업화를 두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직접 사내벤처를 출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그만한 자신이 있어서였다.

정 사장은 사내 인터뷰를 통해 "처음에는 자율운항기술을 가지고 있는 벤처회사가 있으면 인수하려고 많이 만나봤는데 배에 대해서, 그리고 운항에 대해서 너무 몰라서 놀랐다"며 "그 이후로 '이건 우리가 할 수밖에 없겠구나, 우리가 제일 잘 할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하게 됐다"고 아비커스의 출범 배경을 술회했다.

아비커스의 선박 항해보조시스템 '하이나스(HiNAS)'의 구동 모습. (자료=아비커스 홈페이지 갈무리)

◇ HD한국조선해양 아닌 HD현대 자회사로 출범한 이유는

아비커스가 출범하던 2020년 HD한국조선해양은 코로나19에 따른 조선업황 악화로 연결기준 8352억원의 순손실을 보는 등 경영 현황이 좋지 않았다. 심지어 코로나19가 언제 끝날 것인지 알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실제 HD한국조선해양은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1조1412억원, 2952억원씩 순손실을 기록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이처럼 HD한국조선해양이 신생 사내벤처를 원활히 지원할 형편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아비커스가 HD한국조선해양이 아닌 그룹 지주사 HD현대의 자회사로 출범한 이유 중 하나로 본다. HD현대는 최초 60억원을 출자해 아비커스를 자회사로 설립한 이후로도 5번의 유상증자를 통해 총 339억원을 투입하는 등 아비커스에 지원이 필요할 때마다 출자자로 나섰다.

HD현대의 지원 속에 아비커스는 꾸준히 몸집을 불리는 중이다. 2021년 8월을 시작으로 2022년 3월, 2022년 9월, 2023년 5월 등 잇따라 공개채용을 진행했으며 경력직 수시채용의 문도 상시 열어두고 있다. 최초 7명이었던 직원 수는 2023년 5월 말 기준으로 66명까지 불어났다.

아비커스는 2021년 매출 3억7800만원, 2022년 매출 16억3100만원을 내는 등 아직 실적은 미미하다. 이 기간 영업손실도 34억원에서 91억원으로 적자 폭을 더했다. 그러나 자율운항 솔루션 수주실적이 300건에 이르는 등 미래 전망은 밝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이사는 2026년 매출 2000억원의 실적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CES 통해 글로벌 눈도장, 정기선 사장의 발로 뛰는 지원활동

정 사장은 HD현대그룹을 이끌고 2022년과 2023년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CES에 잇따라 참가하면서 선박의 전자제품화를 강변했다. 아비커스는 두 차례 행사에서 모두 전면에 내세워지며 정 사장의 '히트상품'으로 세계무대에 눈도장을 찍었다.

2023년 CES에서는 그룹의 미래 대전략 '바다의 대전환'에서 4대 축 중 하나인 '오션 와이즈'의 핵심 계열사로도 소개됐다. 오션 와이즈는 자율운항선박을 통해 선박 탑승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아비커스 이외에도 선박 자율운항기술을 연구하는 기업들이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들을 포함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각 기업들이 보유한 데이터 분석 및 활용기술과 인공지능(AI) 기술의 수준이 경쟁력 차별화의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에 정 사장도 직접 발로 뛰며 아비커스를 지원하고 있다. 2022년 10월 세계 1위 빅데이터기업인 미국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피터 틸 회장을 만나 사업협력을 논의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HD현대그룹(당시 현대중공업그룹)과 서울대학교가 함께 주최한 '현대중공업그룹 AI포럼'을 직접 기획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마켓츠(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선박 자율운항 관련 시장은 2022년 39억달러(4조9000억원가량)에서 연 평균 9.6%씩 성장해 2030년에는 규모가 82억달러(10조3000억원가량)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자율운항선박은 아직 글로벌 차원의 법적 기준이 세워져 있지 않다"며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는 기업이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사장이 CES2023에서 아비커스를 소개하는 모습. (자료=HD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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