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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 스토리]세림B&G, '완제품→소재' 축 이동 이익률 날개단다②중앙연구소 주도 TPS 소재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 속도, 충북 음성 신소재 거점 마련

평택(경기)=조영갑 기자공개 2023-08-23 13:23:00

[편집자주]

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2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소한 냄새가 나죠? 옥수수 전분 가루로 만든 열가소성 전분(TPS) 소재에서 나는 냄새입니다."

17일 경기 평택에 소재한 세림B&G 중앙연구소 환경기술센터 창고를 들어서자 영화관 매점을 떠올리게 하는 고소한 옥수수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세림B&G에서 개발하고 있는 옥수수 베이스 열가소성 전분(TPS) 소재의 향이었다. TPS 소재를 기반으로 다양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필름을 가공할 수 있다. 물론 식물 유래 소재이기 때문에 자연분해나 퇴비화의 속도도 일반 생분해 소재에 비해 훨씬 빠르다.

이날 연구소를 안내한 중앙연구소 관계자는 "TPS 소재는 물성이 밀가루와 비슷하지만 플라스틱에 배합해 약 90~100도 가량 가열하면 플렉서블(flexable)해져 성형이 가능해 진다"면서 "이를 활용해 농업용 멀칭필름(밭에 덮는 보습용 비닐)이나 육묘용 포트(모종을 담는 용기)를 제작하면 생분해가 훨씬 빨라 수거나 처리에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일반 생분해성 원료보다 단가도 낮다. 세림B&G의 차세대 전략 소재 중 하나다. 현재 이탈리아 노바몬트(Novamont), 독일 바스프(BASF) 등이 상용화하고 있다.

세림B&G는 명실상부한 플라스틱 진공성형(식품포장용기), 친환경 생분해(PBAT, TPS, PLA, Bio-PET등) 제품의 명가 제조사다. 지난해 매출액 525억원, 영업이익 27억원으로 해당 섹터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아직까지는 매출의 약 70%가 PET, PP, PS 플라스틱 진공성형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투자를 지속, 현재 총 매출비의 30% 선까지 끌어올렸다. 업사이드가 더해져 4년 간 CAGR(연평균성장률)은 20% 수준에 육박한다.

세림B&G는 글로벌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각국의 친환경 정책 진흥에 발맞춰 친환경 생분해 사업분야의 투자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년 간 기존 진공성형 부문의 CAGR는 약 10% 수준이었으나 친환경 생분해 부문의 성장률은 60% 수준까지 증가했다. 다만 최근 정부의 친환경 인증정책의 변경으로 성장률이 전년 대비 약 15~20% 가량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세림B&G는 국내 정책 환경의 흐름에 맞춰 투자를 이어가되, 이익률이 완제품 대비 상대적으로 우수한 소재 분야로 친환경 사업부문의 축을 옮겨가는 작업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세림B&G의 최근 3년 간 영업이익률은 4~6%대를 유지하고 있다. 마트 체인, 유통사 등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있지만 회사의 미래를 위해 생분해 부문의 비중을 높이고, TPS 같은 차세대 소재를 개발 양산해 이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박순규 이사(CFO)는 "회사가 그동안 축적한 기술 상의 노하우는 결국 컴파운딩(원료배합) 기술"이라면서 "컴파운드 R&D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해 원료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소재 분야의 비중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익률 10%를 넘기 어려운 제조 베이스의 구조적 한계를 소재 분야를 통해 돌파하겠다는 포부다. 통상 신소재 개발에 성공하면, 가격 결정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CAPEX 투자 이후 이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세림B&G는 기존 충북 음성 공장을 평택으로 이전한 뒤 음성 유휴 생산부지(6400평)를 생분해 생산거점으로 전환하기 위한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앙연구소가 기술적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상 중앙연구소장 출신인 전영승 전무(세림B&G 중앙연구소장)가 키맨이다.

전 전무는 대상에서 1990년대부터 생분해 소재를 개발하던 국내 생분해 1세대 연구개발자다. 당시 생분해 소재를 활용한 필름, 사출품, 시트(sheet), 발포체 등을 개발하고 시판을 준비했으나 시장이 개화하지 않은 탓에 빛을 보지 못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교환연구원, 세종대 겸임교수, 뉴메드 대표이사 등을 거쳐 2021년 세림B&G에 합류했다.

세림B&G 중앙연구소는 최고 수준의 인적 자원을 기반으로 △생분해 성형, 가공 기술 △촉매/첨가제 활용 기술 △컴파운딩 기술 △이화학적 건식 변성기술 등을 고도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가장 빨리 상용화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는 TPS 소재를 시작으로 천연계 핫멜트 접착제, 친환경 결빙 방지제, 고흡수제 등으로 신소재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맞춰 컴파운딩 설비 라인 증설투자 역시 진행될 예정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보통 물과 솔벤트(용매)를 활용해 압출기 내에서 소재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변화하는데, 우리는 물과 용매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생산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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