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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그림 그리는 에이직랜드, SK·LX·미국 '공략 주력' 11월13일 코스닥 상장, 글로벌 시장 진입 발판…TSMC 거점서 기회 발굴

김도현 기자공개 2023-10-30 10:35:37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7일 16: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이직랜드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청사진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디자인하우스로 대만 TSMC의 가치사슬협력자(VCA·Value Chain Alliance)다. 이번 상장으로 사업 무대를 한국에서 미국, 대만, 일본 등으로 넓히겠다는 포석이다.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 고객군도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현재 VCA 내 1위 글로벌유니칩(GUC), 2위 알칩(Alchip) 등과 대적할 수준으로 사세를 확장하는 것이 에이직랜드의 궁극적인 목표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대형 거래처와 접점이 생기게 된다. 현시점에서는 설립 초기부터 함께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등과의 동반 성장이 관건이다.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는 이종민 에이직랜드 대표.

◇"대어를 잡아라" 국내 대기업과 협력 추진

디자인하우스는 반도체 설계(팹리스)와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가 가교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파운드리 공정에 대한 높은 이해도로 팹리스의 제품 설계를 지원하는 한편 지적재산(IP) 소싱, 양산 솔루션 등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패키징, 테스트 등 후공정을 외주업체에 맡기는 단계에서 관여하기도 한다. 생산을 제외한 반도체 생태계 전반을 관리하는 셈이다.

VCA는 TSMC의 디자인하우스 별동대격이다. TSMC는 파운드리 업계 1위로 무수한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모든 프로젝트 일일이 대응할 수 없는 만큼 VCA가 보좌하면서 TSMC를 지탱하는 것이다. 현재 VCA는 8곳으로 앞서 언급한 대만 GUC와 알칩, 미국 알파웨이브세미, 중국 차이나IC디자인, 일본 토판 등이 속해있다. 이중 에이직은 유일하게 국내 기업이다.

이종민 에이직랜드 대표는 27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IPO 기자간담회를 통해 "(2016년 설립 초기) GUC와 파트너십으로 TSMC와 연을 맺었고 이례적으로 3년 만에 VCA가 됐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느냐는 말까지 듣는다"고 설명했다. 과거 TSMC는 에이디테크놀로지를 한국 VCA로 뒀다. 하지만 에이디테크놀로지가 삼성전자와 손을 잡으면서 공석이 됐고 이를 에이직랜드가 차지한 것이다.

에이직랜드는 글로벌 최대 IP 기업 영국 ARM의 지정 공식 파트너(ADP·Approved Design Partner)에 포함되기도 했다. TSMC와 ARM이라는 든든한 우군을 내세워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 2017년 50억원에서 2022년 696억원으로 5년 새 매출이 14배 가까이 뛰었다.

주요 매출처는 5세대(5G) 이동통신 및 사물인터넷(IoT), 메모리 등으로 주로 국내 중소, 중견 팹리스와 협업한다. 에이직랜드는 또 다른 축으로 AI, 오토모티브 등을 낙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SK그룹 사피온의 차세대 AI 칩 'X330' 개발에 참여한 것이다. 이 제품은 TSMC 7나노미터(nm) 공정 기반으로 내년부터 본격 양산된다. 올해 복수의 자율주행 전문회사와 전용 반도체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에이직랜드는 굴지의 기업도 고객으로 맞이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각각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분야에서 세계적인 역량을 갖춘 SK하이닉스와 LX세미콘이 대상이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기반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동작 시 필요한 컨트롤러 생산을 TSMC에 맡긴다. 이를 조율하는 건 GUC다. 에이직랜드는 내부적으로 메모리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추후 SK하이닉스로부터 수주를 따내기 위한 작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LG그룹이었던 LX세미콘 역시 DDI, 타이밍 콘트롤러(T-CON) 등 디스플레이 관련 칩 양산을 일부 TSMC에 위탁한다. LX세미콘은 LG디스플레이가 메인 고객인데다 삼성전자가 DDI 부문 1위여서 삼성 파운드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는 제한적이다. 이에 TSMC와 파트너십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때 에이직랜드가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는 심산이다. DDI보다는 T-CON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는 "SK, LG 쪽 계열사는 삼성 파운드리로 가는데 기술 유출 우려 등이 있다. TSMC가 삼성전자 대비 공정 기술이 뛰어나기도 하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TSMC를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직랜드의 '반도체대전(SEDEX) 2023' 부스

◇ "한국은 좁다" 미국 찍고 대만·일본 진입 구상

에이직랜드는 상장의 실질적인 이유로 해외 진출을 꼽았다. 기업 사업 고도화 및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우리나라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에이직랜드 고객사는 100여곳인데 대부분 국내 업체다.

우선적으로 노리는 지역은 미국이다. 미국에는 애플, 퀄컴, 엔비디아, AMD,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팹리스 공룡들이 즐비한 나라다. 이들은 전 세계 팹리스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TSMC가 미국에 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구축하는 배경이다. 에이직랜드 역시 대세를 따라 방대한 기회를 포착하겠다는 의지다.

에이직랜드의 미국 전략은 '빈틈 공략'이다. 이 대표는 "VCA 전체 매출에서 GUC와 알칩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우리는 4%에 그친다. 최선단인 3~4nm 공정에서 경쟁력이 딸리기도 한다"며 "다만 7nm 전후로는 동등한 수준까지 왔고 그들이 신경 쓰지 못하는 영역이 분명히 있다. 국내외 AI 분야를 다루는 업체들이 대표적인데 이들과 함께 큰다면 경쟁사와 나눠먹기가 아닌 시장 확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에이직랜드는 설계 초기 단계에서 아키텍처를 제공하는 '스펙인(Spec-In)' 서비스를 지원한다. GUC와 알칩은 주로 중후반 작업만 참여한다. 에이직랜드는 이같은 차별점으로 미국 고객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성공적인 해외 시장 연착륙을 위해 IP 전문회사 아크칩스 지분 투자를 하는 등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고객 수요를 예측해 선제적으로 IP 개발 및 제공하기 위함이다. 최종적으로 아크칩스를 TSMC 오픈이노베이션플랫폼(OIP·Open Innovation Platform)에 편입시키는 게 목표다. OIP는 여러 고객과 IP 제휴를 맺어 반도체 설계 초기부터 협력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향후 에이직랜드는 TSMC 본사가 있는 대만, 최근 투자를 본격화한 일본 등도 침투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TSMC와 근거리에서 크고 작은 고객들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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