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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K-바이오텍, 조달방식 구조적 변화...줄어드는 IB 일감유증·메자닌 일로, 임계점 봉착…바이오 회사, 기존 ECM 고객층 '한 축'

양정우 기자공개 2024-01-19 07:41:19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6일 16: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OCI홀딩스와 오리온이 연달아 한미사이언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인수를 하면서 IB업계에서는 바이오 섹터 조달 루트의 구조적 변화가 생길지 주시하고 있다. 두 기업은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텍으로서 국내 최상위 업체였기에 다른 바이오사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신약개발 비즈니스는 임상 성공과 판매 채널 확보에 이르기까지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운영자금을 마련해 나가는 게 가장 큰 숙제다. 그간 K-바이오텍은 주로 시장성 조달을 통해 현금을 확충해왔으나 임계점에 다가서기 시작하면서 피인수 카드로 자금 루트를 바꾸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연초부터 대형 바이오텍 M&A…최상위 신약개발사 결단에 여파 주목

OCI그룹 지주사인 OCI홀딩스는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통합을 단행한다. 지분 27%를 7703억원에 인수하는 동시에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가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오리온은 5485억원을 투자해 레고켐바이오의 지분 25.73%를 확보하기로 했다.

연초부터 단행된 굶직한 인수합병(M&A) 두 건에 IB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 단위 규모는 아니지만 전통 제조기업이 국내 대표적 신약개발사를 인수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로 잭팟이 터진 사례가 없는 가운데 바이오텍은 여전히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해야 한다.

한미약품그룹은 물론 레고켐바이오를 필두로 아예 신약개발만 영위하는 바이오텍은 이런 재원을 유상증자와 메자닌(CB, BW, EB) 등 시장성 조달로 마련해왔다. 하지만 이런 조달 방식은 증시 여건에 따라 효율성과 성공 확률이 확연하게 뒤바뀌는 데다 오너 입장에서는 보유 지분이 지속적으로 희석된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바이오사의 경영진의 최대 역량은 연구개발 능력이 아닌 펀딩과 조달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렇게 조달 불확실성이 높기에 한미사이언스와 레고켐바이오의 경우 오너십 자체는 대기업 파트너사에 양보하더라도 신약개발의 성공에만 매진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OCI홀딩스와 오리온은 기존 제조 사업에 얻는 캐시플로우를 새로운 신약개발 계열사에 직간접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IB, 바이오사 ECM 조달 한 축…조달 루트 대전환시 고객층 위축

IB업계 입장에서는 바이오 선두 기업이 시장성 조달에서 대기업 피인수로 국면 전환에 나선 게 반길 만한 대목은 아니다. 무엇보다 바이오사가 비즈니스 프로세스상 반드시 조달에 나서야 했던 만큼 ECM(주식자본시장) 시장의 한 축을 이루는 고객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2023년 바이오텍 가운데 증권사의 주관(모집주선)을 통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섰던 기업이 적지 않다. HLB는 두 차례에 걸쳐 6000억원 가량을 끌어모았고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헬릭스미스, SD바이오센서, 진원생명과학 등이 모두 2000억원 이상의 조달을 성사시켰다. 더구나 바이오사의 시장성 조달은 IB 입장에서 다른 딜보다 수수료가 높게 책정되고 있다.

여기에 1000억원 대 안팎의 유증과 메자닌 딜까지 포함시키면 증권사 입장에서 작지 않은 먹거리다. 특히 사모 메자닌의 경우 증시 호황기엔 매달 바이오텍 발행이 줄을 이을 정도로 비중이 막대했다. 이런 딜은 증권사가 주관사나 주선인으로 공시되지 않지만 메자닌 펀드와 연결을 시키는 방향으로 발행기업인 바이오사와 펀드 운용사로부터 짭짤한 수익을 거둬왔다.

하지만 한미사이언스와 레고켐바이오의 M&A 여파로 국내 바이오사의 조달 루트에 구조적 전환이 이어질 여지가 있다. 아예 오너십을 넘기는 딜은 기술수출(LO)까지 진전을 이룬 바이오사로 한정되겠지만 시장성 조달보다 자금 사정이 풍부한 대기업을 파트너사로 확보하는 게 훨씬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OCI홀딩스와 오리온의 결단은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전통 제조사 입장에서 바이오 섹터를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결과적으로 바이오사 유증이나 메자닌에 주력해왔던 IB 파트에서 주요 고객층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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