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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문화사업 A to Z]제일제당부터 CJ ENM까지, 문화사업 중심축 변천사③2011년 E&M으로 대규모 통합 후 2018년 ENM 시대 '개막'…안정성 개선 효과

이지혜 기자공개 2024-01-23 07:40:17

[편집자주]

예술가 개인은 가난했을지라도 예술을 키운 건 자본이었다. 유럽의 메디치 가문이 대표적이다. 르네상스 시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 메디치 가문의 자본은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파엘로 등 미술사에 남는 거장을 키워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식품, 건설, 전자 등 영위한 사업은 저마다 달랐어도 이들이 축적한 자본 덕분에 개인의 창의성이 작품으로, 예술로, 문화로, 산업으로 꽃 피울 수 있었다. 한국의 문화산업을 이끈 기업은 어디일까. 이들은 왜 문화에 관심을 뒀을까. 더벨이 한국 문화산업을 키워낸 기업들을 톺아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8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그룹이 30년 가까이 문화사업을 영위하면서 중심축도 계속 바뀌었다. 처음에는 자본력을 갖춘 제일제당이 문화사업을 앞장서서 이끌었지만 이후 CJ, CJ E&M, 오늘 날 CJ ENM에 이르기까지 수 차례 중심 기업이 바뀌었다.

중심축이 바뀐 이유는 여러 가지다. 사업이 커지는 만큼 독립성을 부여해 성장에 가속도를 더하기 위해, 복잡해진 사업구조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그리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사업 특성을 고려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등 여러 이유가 있었다.

CJ그룹 문화사업의 중심기업을 살펴보는 일이 의미있는 이유다. 어떤 기업이 중심에 섰느냐는 당시 CJ그룹 문화사업이 처한 상황이나 배경을 보여준다. 앞서 CJ그룹이 영위한 문화사업 포트폴리오를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중심기업의 변천사를 훑으며 문화사업의 흐름을 읽어봤다.

◇1990년대 주축은 제일제당, 음악사업과 CGV 기틀 다져


1995년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미국 할리우드에서 드림웍스 투자를 논의하던 당시 문화 사업의 중추는 제일제당이었다. 제일제당은 당시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 독립 선언을 할 정도로 가장 덩치가 컸다. 자금의 원천이 제일제당이었던 만큼 문화사업의 중심도 제일제당이 차지하는 게 당연했다.

1997년 CJ엔터테인먼트가 존재하긴 했지만 제일제당에서 3억원을 출자받아 설립된 터라 존재감이 크진 않았다. 다만 CJ엔터테인먼트 내에 음반사업부가 있었고 음악사업을 본격화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더욱이 1997년 4월에는 제일제당이 뮤직네트워크, 지금의 Mnet(엠넷)을 인수하면서 음악사업에 힘을 싣기도 했다.

규모는 작았지만 오히려 주목받았던 기업은 1996년 12월 설립된 제일골든빌리지다. 이 기업은 제일제당 내 멀티미디어사업부 극장팀이 멀티플렉스 극장을 짓기 위해 세운 기업으로 CJ CGV의 전신이다.

시설이 열악했던 다른 극장과 달리 쇼핑, 게임시설 등을 복합적으로 갖춘 데다 한 개 극장에서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는 국내 최초의 멀티플렉스 법인이었다. 이에 따라 제일골든빌리지의 멀티플렉스 극장은 큰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 주5일제 시행과 맞물려 국민 여가 생활의 대표 주자격으로 자리매김했을 정도다.

◇2007년 지주사체제 전환, CJ미디어 '존재감'


2000년대 들어 CJ그룹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지주사 체제 전환이다. 제일제당은 2002년 10월 CJ주식회사로 사명을 바꾸고 2007년 9월 1일자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지주사이자 존속회사인 CJ가 자회사 투자를 전담하고 제조사업부문은 CJ제일제당으로 신설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문화사업 구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실상 2000년대 들어 제일제당은, 그리고 지주사로 전환하기 전 CJ는 적극적 인수합병(M&A)를 단행해 문화사업 규모를 빠르게 키웠다. 케이블 방송사는 물론 채널, 콘텐츠 제작기업까지 인수하면서 방송 미디어 분야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넓혔다.

그러다 CJ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나자 엔터 관련 계열사도 모두 지주사 아래로 넘어갔다. 2008년 말 지주사 CJ가 거느린 엔터 관련 핵심 계열사는 CJ엔터테인먼트, CJ미디어, CJ CGV, CJ인터넷, CJ엠넷미디어 등이다. 지주사인 CJ를 중심으로 극장, 영화, 게임, 방송미디어, 콘텐츠 제작사업 등을 각각 영위하는 형태다.

문화사업의 중심축이 지주사 CJ가 됐다는 의미다. 자회사인 CJ CGV가 독립법인으로서 극장사업을 영위하고 CJ엔터테인먼트는 영화 관련 제작, 투자, 배급을 전담하는 동시에 공연사업도 진행했다.

특히 2000년대에 가장 돋보인 엔터테인먼트 계열사는 단연 CJ미디어였다. TV쇼 시장이 전성기를 맞으면서 CJ미디어도 성장세를 구가했다.

이에 따라 CJ미디어는 산하에 종합엔터테인먼트채널 tvN, 채널CGV, 올리브, 중화TV 등 10개 채널을 확보한 국내 최대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가 됐다. 2010년 CJ그룹이 보유한 TV채널만 18개에 이를 정도였다. 이에 따라 CJ미디어의 채널 시청 점유율은 한때 20%를 기록하며 케이블TV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2011년, CJ E&M 문화사업 중추로


2011년은 CJ그룹 문화사업 구조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해라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지주사 CJ를 주축으로 퍼져 있던 엔터, 문화 관련 계열사가 CJ E&M으로 통합됐다.

이를 위한 작업은 2010년부터 진행됐다. 2010년 9월 CJ오쇼핑의 미디어사업 투자부문을 분할해 신설회사를 설립하고 여기에 2011년 3월 1일 △방송사업을 영위하던 CJ미디어, 온미디어, 오미디어홀딩스와 △CJ엔터테인먼트의 영화사업 △음악사업을 영위하는 엠넷미디어 △게임사업을 영위하는 CJ인터넷을 모두 합쳤다.

CJ그룹 관계자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제작, 투자,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을 아우르며 각 사업 간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함으로써 꿈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아시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해 말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관련 계열사는 CJ E&M과 CJ CGV, CJ헬로비전으로 크게 간소화했다.

대신 CJ E&M이 다루는 분야가 대폭 넓어졌다. 종전에 영위하던 영화와 공연 사업 외에 방송 미디어, 채널, 음악, 콘텐츠 제작까지 CJ E&M이 맡았다. 다시 말해 CJ E&M이 플랫폼과 이를 채울 콘텐츠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내재화한 거대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됐다는 의미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나자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뤄졌다. CJ그룹은 온라인게임 사업은 정리했다. 또 드라마 제작 등에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 이를 더욱 가속화하며 2016년 스튜디오드래곤을 물적분할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2017년 코스닥에 상장하며 CJ그룹 문화사업의 전체적 기업가치를 제고했다.

◇2018년 CJ ENM 시대 '개화'


그리고 2018년 7월 CJ ENM 시대가 열렸다. CJ ENM은 2018년 7월 CJ E&M과 CJ오쇼핑이 결합해 탄생한 기업이다.

국내 최고의 콘텐츠 역량과 상품기획 역량을 갖춘 기업이 각각 결합해 국내 최초의 글로벌 융복합 콘텐츠 커머스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은 합병이었다. 이에 따라 CJ그룹 문화사업의 중심축도 CJ ENM으로 옮겨졌다.

출범한 지 약 7년차를 맞은 지금 CJ ENM은 CJ그룹 문화사업의 중추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핵심 문화 계열사를 자회사로 거느렸다. 대표적 사례가 OTT(온라인동영상플랫폼)기업인 티빙(TVING)과 스튜디오드래곤, 피프스시즌스(구 엔데버콘텐트) 등이 있다.

CJ ENM의 탄생은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의 융합이라는 측면에서도 획기적이었지만 특히 재무건전성이 개선됐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안정적 실적을 내는 데다 현금창출력도 좋은 홈쇼핑사업을 통해 CJ그룹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이익변동성을 완화했다는 의미다.

이는 CJ그룹이 문화사업을 안정적으로 영위하기 위한 조건이기도 했다. 콘텐츠사업은 특성상 콘텐츠 제작비 선투입, 판권 취득 등 투자부담이 상대적으로 높다.

실제로 CJ ENM이 탄생하고나서 문화사업 투자 규모는 대폭 확대됐다. 미국의 콘텐츠 제작사 엔데버콘텐트(현 FIFTH SIEASON)를 약 1조원에 인수할 수 있었던 것도 합병 이후 재무 여력이 상당히 개선된 덕분이다.

다만 끝까지 자리가 변하지 않은 계열사도 있다. 바로 CJ CGV다. CJ CGV는 설립 이후 30년에 가까운 지금까지 늘 제일제당이나 지주사 CJ의 자회사로 남아 있었다. CJ ENM 등은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 제작 등을 주력으로 영위하는 반면 CJ CGV는 극장사업을 영위, 사업의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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