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VA를 움직이는 사람들]'창업자 생각 파트너' 정지우 상무, 동행 투자 눈길④포트폴리오 밀착 지원, 스케일업 방점…2000억 펀드 운용, ICT 혁신 기업 발굴
이영아 기자공개 2024-03-11 07:59:22
[편집자주]
국내 톱티어 벤처캐피탈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가 손바뀜을 기점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날갯짓을 시작했다. 손태장 미슬토 회장을 새 주인으로 맞아 SBVA라는 이름으로 대항해 도전에 나선다. 2000년 벤처투자 첫 발을 뗀 하우스는 '창업가의 든든한 동반자'를 지향하며 지난 25년 동안 한국을 넘어 아시아 벤처 생태계를 대표하는 VC로 성장해왔다. 더벨은 지배구조 변화와 맞물려 또 한번의 점프업을 꿈꾸는 SBVA 핵심 구성원들의 면면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7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창업가의 '생각 파트너' 역할을 하는 투자자가 되면 좋겠다. 산업의 흐름을 함께 읽어 나가며 창업자와 같이 고민하고 호흡하는 성장을 꿈꾼다."정지우 SBVA 파트너(상무·사진)의 투자 철학이다. 단순히 재무적 이익만 추구하지 않는다. 투자 기업을 내 회사처럼 생각하며 동반자로 자리하길 꿈꾼다. 이는 구호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21년 투자 포트폴리오 블랭크코퍼레이션의 부대표로 이적해 회사의 턴어라운드를 이끈 일화가 유명하다.
SBVA로 복귀한 배경도 이러한 투자 철학의 연장선이다. 정 파트너는 지난해 3월 SBVA에 다시 합류했다. 정 파트너의 꿈은 하우스의 철학과 궤를 같이 한다. 포트폴리오와 함께 호흡하는 '동행 투자' 행보를 이어가자는 결심이 컸다. 손바뀜 이후 결성한 '2023 알파코리아펀드(2000억원)' 대표 펀드 매니저를 맡으면서 적극적인 투자를 예고한 상태다.
◇'창업 꿈나무', 벤처캐피탈리스트로 변신
정 파트너는 서울대학교에서 전기공학 및 경영학을 전공했다. 사회 생활의 첫 단추를 끼웠던 곳은 벤처기업 '멜파스'다. 엔지니어였지만 생산·재무 관리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다. 기업공개(IPO)에 이르는 성장과정도 함께 했다.
다음 행선지는 맥킨지였다.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일하며 산업을 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고 한다. 여러 경험이 축적되면서 자연스레 창업 생태계를 향한 관심이 커졌다.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와 구글이 공동 설립한 싱귤레리티에 입학한 것도 이러한 관심의 연장선이다.
정 파트너는 "첫 벤처 경험을 토대로 계속 기술 기반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며 "생태계 내 창업가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여러 생각과 영감을 주고받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마땅한 창업 아이템을 구상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한다.
꾸준한 관심을 바탕으로 창업 생태계에 머물던 중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렸다. 2015년 당시 위현종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심사역의 권유로 벤처캐피탈에 입문했다. 축적해 온 경험은 투자 과정에서 빛을 발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에 합류한 뒤, 정 파트너의 첫 번째 투자처는 '루닛'이었다. 정 파트너와 비슷한 시기에 합류한 이준표 현 SBVA 대표와 함께 딜을 진행했다. 루닛은 정 파트너가 창업을 준비할 당시 교류하던 팀이었다.
정 파트너는 "한창 창업을 준비할 당시 '머신러닝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팀'이라는 소문을 듣고 대전까지 직접 내려가 카이스트에서 사업개발 논의를 했다"며 "투자자로 다시 연을 맺은 이후 약 10년의 기간 동안 루닛은 성장을 거듭했고 IPO에 성공하며 기업가치 2조원의 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 성장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동행투자' 철학이 움트기 시작했다. △라엘(유기농여성용품) △밸런스히어로(인도 핀테크) △아이유노(글로벌 번역) 등 여러 포트폴리오의 동반자를 자처했다. SBVA가 산업의 흐름을 분석해 투자하며 전략을 구상했고, 글로벌 진출을 함께한 기업들이다.
정 파트너는 "라엘은 미국 이커머스의 판세가 아마존이라는 플랫폼으로 기우는 시류에 맞춰 투자하고 함께 성장한 기업"이라며 "뉴미디어 시대 개화에 맞춰 투자한 아이유노는 유럽과 미국 업체를 인수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그림을 함께 그렸다"고 전했다. 이어 "기업설명회(IR), 펀드레이징 등을 물밑 지원하며 밸런스히어로의 인도 시장 공략에 동행했다"고 덧붙였다.
◇2000억 펀드 운용, ICT 산업 혁신 주목
블랭크코퍼레이션에서의 경험은 투자 철학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정 파트너는 2021년 SBVA에서 블랭크코퍼레이션으로 잠시 적을 옮겼다. 투자한 포트폴리오사의 성장을 밀착 지원하자는 취지였다. 부대표 및 최고전략책임자(CSO)로 활약하며 창업자(남대광 대표) 및 구성원들과 밀착 소통했다.
'미디어커머스 1세대' 기업으로 승승장구하던 블랭크코퍼레이션은 2020년 적자전환하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정 파트너는 CSO로서 사업 전략 점검과 지속가능한 성장 구조를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기존 아이디어 베이스로 운영되던 브랜드 사업을 이익 관점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약 2년간 노력끝에 블랭크코퍼레이션은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포트폴리오와 밀착호흡하며 얻은 소중한 경험은 '창업가의 동반자가 되자'는 투자 철학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정 파트너는 "투자자 관점에서 조언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던 문제들을 창업자와 더욱 가깝게 호흡하며 해결책을 고민했다"면서 "고민의 결과물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건강한 성장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한 그는 지난해 3월 SBVA 파트너로 다시 합류했다. 정 파트너 합류와 맞물리면서 SBVA 또한 변화를 맞았다. 소프트뱅크에서 디에지오브로 손바뀜이 있었다. 정 파트너는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이자 오퍼레이팅 파트너로 합류해 재정비의 시간을 함께했다"며 "비즈니스 경험이 하우스의 새로운 출발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손바뀜과 진용 재정비, 리브랜딩, 펀드 결성을 마무리한 SBVA는 올해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했다. 정 파트너는 투자 영역에서 힘을 쏟는다. 손바뀜 이후 결성한 '2023 알파 코리아 펀드' 대펀으로서 적극적인 투자 활동을 이어갈 전망이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발굴에 나선다.
정 파트너는 "향후 5년을 놓고 봤을 때 많은 기회가 보이는 영역에 집중할 것"이라며 "산업 혁신의 기반이 되는 딥테크, 특히 무인화·자동화 흐름에 발맞춰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분야를 살펴보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ICT와 접목해 빠르게 성장 중인 헬스케어도 주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잠재성이 높은 기업도 적극 발굴할 예정이다. 투자·펀딩·엑시트 모든 영역에서 10여년간 쌓아온 글로벌 노하우를 가감없이 발휘할 예정이다. 정 파트너는 "의무는 아니지만 최대 40%까지 해외법인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펀드를 설계한 상황"이라며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활동을 많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행투자 원칙 또한 변치 않고 지켜간다. 정 파트너는 "산업 혁신의 판을 만들어가는 투자사를 지향해야 한다"며 "포트폴리오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전략을 논의하며 성장을 함께하는 투자자가 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SBVA는 창업가의 생각 파트너가 되고자 하는 팀"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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