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5월 20일 07시40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 거버넌스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는 충분하다. 상법에는 기업 이사회 구성에 대한 내용과 절차가 마련돼 있고 자본시장법과 공정거래법에는 한층 구체화한 내용이 담겨 있다. 법 취지를 잘 반영해 기업을 운영하면 거버넌스에 굳이 손을 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정작 실상을 들여다보면 기대에 못 미치는 기업들도 상당수 존재한다.자산 6조원 규모 K상장사의 경우 종교인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있다. 평생을 종교인으로 살아온 그에게 경영 전문성과 노하우를 찾아보긴 힘들었다. 그런 그가 이사회에 합류한 데는 기업 오너와의 관계가 한몫했다. K상장사 명예회장은 이 사외이사 아들이 창업한 기업에 투자한 뒤 수시로 드나들었고 이 과정에서 이 사외이사와 인연을 텄다.
K상장사는 현행법이 요구하는 사외이사 선임 절차를 구축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회장은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다. 이사회 산하 사추위가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정기적 평가를 통해 사외이사 재선임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이 종교인 사외이사 선임 과정을 살펴보면 이사회 운영 절차는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K상장사 사례가 보기 드문 건 아니다. 기업 오너가 출연한 재단법인의 이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경우와 기업이 후원하는 학회 및 이익단체의 장이 이사회에 들어오는 경우는 많다. 정기주총에서 일부 주주가 종종 반대 목소리를 높이지만, 지분의 상당량을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의 의지를 꺾기에는 자본력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들이 일반주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느냐다. 사외이사가 충분한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면 기업이 최대주주 이익을 추구하려고 할 때 제동을 걸긴 쉽지 않을 테다. 아이러니한 건 이 회사가 주주환원을 확대코자 한다는 점이다. 주가를 올리려면 외국인도 끌어와야 하는데, 외국인에 이 거버넌스를 납득시키긴 쉽지 않아 보인다.
상속과 증여에 투입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주가를 일부러 억누르는 거라면 할 말은 없지만 기업 가치 상승을 고려한다면 준법 너머의 추가 활동이 필요하다.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추진한 지 이제 1년이다. 종교인 사외이사 선임으로 명예회장 마음은 편할지 몰라도 시장의 시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결과가 좋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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