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4월 11일 09: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남 창원에서 개인택시를 모는 소액주주입니다. 오죽했으면 인터넷 카페까지 만들었을까요."얼마 전 낯선 번호로 문자가 왔다. 내용을 읽으니 누군지 알 듯했다. 지난달 말 현대상선 주주총회에서 현수막을 들며 주총 내내 시위를 벌였던 주주 중 한 명이었다.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며 명함 한 장 달라던 당시 현장이 떠올랐다.
현수막을 든 사람들은 소위 '주총꾼'들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들은 자신들을 인터넷 카페에서 모인 소액 주주들이라고 소개했다. 사는 곳은 다르지만 주주로서 뜻을 모아 상경했다고 말했다. 현수막의 내용은 이랬다. '졸속 감자증자 개미들은 울고 있다', '적자 지속 자랑이냐? 유창근과 산업은행은 각성하라'.
특히 그들은 "수십 억원대 연봉을 받아가면서, 유상증자 전에 보유했던 주식이 그거밖에 안 됐습니까"라며 유 사장을 쏘아붙였다. 지난해 유상증자 전까지 유 사장이 보유했던 주식은 587주였다. 국내 유일 국적선사의 선장으로서 책임감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의미였다. 내심 유 사장이 오너도 아닌데 굳이 저런 것까지 꼬집어야 하나 싶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만큼 속상한 주주들의 마음이 전해지기도 했다.
날 선 질문에 놀랐지만 유 사장의 답변은 침착했다. "실상 제 연봉이 그렇게 높지는 않습니다"라며 운을 뗀 유 사장은 여력이 닿는 대로 주식을 사 모으겠다고 주주를 다독였다. 하지만 유 사장의 대답이 주총장 분위기를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작년만 해도 현대상선의 주총 분위기는 '훈훈'했다고 한다. 유 사장에게는 주총의 분위기를 과거처럼 돌릴 의무가 있다. 마침 판도 마련됐다. 정부가 얼마 전 발표한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게 바로 현대상선이다. 정부도 현대상선을 국내 해운업을 재건시킬 대표 주자로 인정한 셈이다. 유 사장은 선봉장 역할을 해야 한다.
혜화동에서 온 한 주주는 이렇게 말했다. "주주들은 오로지 주가만 봅니다. 현대상선이 주가 만원, 5만원, 10만원까지 못 갈 이유가 있습니까" 유 사장은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훗날 혜화동 주주도, 창원의 택시기사도 유 사장을 유능한 선장으로 일컫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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