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섭섭" 석화협회장 내려 놓는 허수영 부회장 자의반 타의반 임기 1년 연장, 마지막 대형 공개행사 주관
박기수 기자공개 2018-11-02 08:56:25
이 기사는 2018년 11월 01일 10: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원섭섭합니다. 인제 내려놔야죠."허수영 석유화학협회장(롯데그룹 화학BU장(부회장))이 '제10 석유화학산업의 날' 행사가 끝나고 기자에게 한 말이다. 밝은 표정이었다. 이 날 기자들에 둘러싸여 행사장에 들어설 때와는 정반대의 표정이었다.
허 협회장은 지난해부터 석유화학협회장을 역임했다. 31일 열린 석유화학산업의 날 행사는 그가 협회장으로서 활동하는 마지막 대형 공개 행사다.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비롯해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 등 화학업계 관계자 4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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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로 출발한 석유화학협회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들 간의 친목 도모 및 정보교류를 위한 대화의 장을 마련해왔다. 협회 차원에서 국내·외 최신 정보들을 업체들에 제공하고, 통상마찰이나 환경·안전 규제 등에 집단 차원에서 대응해왔다. 이익집단이기 때문에 정부를 상대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 부담스러운(?) 경우도 있다. 허 협회장은 49대 회장으로서 2년간 석유화학협회를 총괄하고 행사를 주관하는 역할을 도맡아왔다.
주로 그룹 계열사의 전문경영인(CEO)가 협회장직을 맡다 보니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회사 실적이라도 나빠지면 '집안 단속'도 못하는 사람이 바깥 활동한다는 식으로 비판받을 여지도 있다"고 말한다. 명예로운 자리지만, 그에 걸맞은 무게가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인 것이다.
석화협회장의 임기가 1년인 것도 그 때문이기도 하다. 다만 허 협회장은 지난해 초에 임명돼 2년 간 협회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본래 1년이 지나면 다른 그룹의 화학사 CEO가 협회장을 맡는 것이 관례였다. 올해 초에도 허 협회장의 임기가 끝날 무렵 한화·LG 등이 차기 협회장 후보로 거론됐다. 다만 후보자로 거론되던 CEO들이 모두 자리를 고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허 협회장이 직접 회원사들에 연락을 취해 회장을 맡아달라고 읍소하는 풍경도 벌어졌다. 이도 여의치 않자 허 협회장이 1년 더 역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특히나 올해는 허 협회장에게 힘겨운 한 해였을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옥 중 부재 속에 화학BU장으로 승진해 그룹사 현안만 챙겨도 모자랐을 허 협회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허 협회장은 굉장히 꼼꼼한 성격"이라며 "초대 화학BU장과 협회장을 겸임하며 노고가 상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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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막바지가 다다르자 하나둘씩 자리를 뜨는 주요 인사들이 있었다. 그러나 허 협회장은 행사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행사장 정중앙에 위치한 메인 테이블에 착석한 허 협회장은 그 흔한 화장실 한 번 가지 않고 협회장으로서 주요 인사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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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협회장의 마지막 '대형 행사'는 이렇게 성황리에 종료됐다. 허 협회장의 공식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한 달에 한 번 사장단 회의가, 12월에는 연말에 진행하는 이사회 총회가 남아있지만 이는 협회 내부 행사다. 유종의 미를 거둔 허 협회장은 이제 차기 협회장에게 바통을 넘겨줄 준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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