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상선, 현대상선에 손 내민 이유는 노선운영·터미널 공동계약 등 협력제안…출혈 경쟁 막고 정부지원 기대
고설봉 기자공개 2018-01-12 08:03:13
이 기사는 2018년 01월 11일 10: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M상선이 승부수를 띄웠다. 현대상선을 상대로 미주 서안노선에서 협력하자는 입장을 공식화 했다. 국적원양선사의 재건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선복 교류를 넘어선 동맹 체제 강화를 통해 실익을 도모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SM상선은 지난 9일 현대상선에 '국적원양선사 간 업무협력 방안'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노선 운영과 터미널 공동 계약 등을 통해 양 사가 동맹체제를 구축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SM상선은 해양수산부에도 같은 공문을 보내며 논의를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SM상선이 제시한 협력방안은 구체적으로 세 가지이다. 첫째는 선복 교환이다. 양사가 운영중인 노선 간 선복을 교환해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필요하면 SM상선이 기항지를 조정할 수 있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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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공동운항이다. 중복 노선을 통합한 뒤 공동운항을 통해 시장 내에서의 공급량을 억제하자는 제안이다. 수익성을 끌어올리자는 얘기다. 이 역시 투입하는 선박 수를 정할 때 현대상선에 우선권을 준다는 단서를 달았다.
세 번째는 선복구매 및 SM상선의 선박 대선이다. SM상선의 북미 서안북부(PN) 노선 개설에 따라 공급량 증대가 부담될 경우 현대상선의 선복을 구매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경우 SM상선의 선박을 현대상선에 대선 하는 조건이다.
이외에도 SM상선은 터미널계약과 운송 및 장비 운영, 운영시스템 등에서도 폭 넓은 협력을 하자고 제안했다. 양사가 보유한 인프라를 공동으로 이용해 원가를 절감하자는 안이다. 이를 통해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양사의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SM상선은 현재 국내에서 부산(PNC)과 광양(자가터미널)을 각각 이용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롱비치(SSA)를 이용하고, 캐나다 및 북미에도 터미널 계약을 추진 중이다. 현대상선은 국내에서는 부산(HPNT)과 광양(허치슨터미널)을, 해외에서는 롱비치(TTI)와 시애틀(WUT)를 이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SM상선은 국내와 해외 물량을 공동계약하고, 지역별 장비를 공동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운영시스템도 같이 쓰자고 요구했다. SM상선은 자체개발한 ALPS 운영시스템을 현대상선에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원가를 절감하고 불필요한 신규투자를 억제하자는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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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SM상선이 적극적으로 현대상선에 손을 내민 이유는 미주노선에서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는데 한계가 노출 됐기 때문이다. 기존 노선에서 화물을 다 채우지 못하며 적자를 보고 있다. 또 미주동안 등 신규 노선 개척에도 실패하면서 수익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249억 원이다.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13.41%를 기록했다.
현대상선도 같은 처지다. 미주노선에서 잇따라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선복을 일정 수준 이상 채우지만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수익성은 떨어진 상태다. 이에 따라 아주노선에서 나는 수익을 갉아 먹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손실 2888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7.52%로 집계됐다.
더불어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등 정부의 해운업 지원이 임박한 상황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현대상선과 동맹 수준의 협업을 진행하면서 현대상선에 집중된 정부의 지원을 일부 SM상선 쪽으로 이끌어 내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과 SM상선 모두 선복을 다 채우지 못하고 배가 비어서 운항하는 등 미주노선을 자체적으로 운항하는 데 한계가 노출된 상태"라며 "공동운항 및 선복교환 등을 통해 출혈을 줄이고 수익성을 끌어올릴 대안을 찾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상선과 동등하게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사전에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KSP처럼 해수부가 요구하는 수준의 원양선사 간 현력체 구성으로 해양진흥공사 설립 뒤 신조 발주 지원 등을 받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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