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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표식품의 '워라벨' 문화 [thebell note]

박상희 기자공개 2018-04-03 08:46:49

이 기사는 2018년 04월 02일 08:1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샘표식품 직원들은 사무실에 지정석이 없다. 임원이든 평사원이든 예외가 없다. 출근하며 노트북을 놓는 곳이 그날의 일하는 자리가 된다. 자리엔 칸막이도 없다. 사장이 궁금한 게 있으면 말단 직원이라도 직접 자리로 찾아와 눈을 보며 소통한다.

언뜻 들으면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이야기 같다. 식품 회사, 그것도 국내 최장수 간장 브랜드로 알려진 기업과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문화라고 생각했다. '워라벨(Work-life Balance)' 등 최근 시류를 따라 급하게 도입한 것도 아니다. 지금 형태의 사무실 문화가 자리잡은 지 몇년 됐다고 한다.

이같은 변화를 이끈 이는 박진선 사장이다. 3대째 가업을 이끌어오고 있는 박 사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대학교(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석사(스탠포드대 전자공학과)와 박사(오하이오주립대 철학과) 학위를 받은 그는 교수를 꿈꾸다 샘표식품에 입사했다.

직원들 평가는 꽤나 호의적이다. "처음엔 어색하고 불편했는데, 이젠 적응되니까 오히려 편해요. 자리를 매일 옮겨야 하니까 책상에 일거리가 쌓이지 않도록 퇴근하기 전에 되도록 마무리를 하려고 합니다.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어요."

샘표식품은 지난해 연구개발비용으로 순매출액의 3.7%를 썼다. 2016년엔 5%에 달했다. 식품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비용이 평균 1%대 정도임을 감안하면 꽤나 높은 수준이다.

서울 중구 충무로에 자리잡은 샘표식품 본사는 건물 몇 개 층에 세들어 있다. 번듯한 본사 건물은 없지만 지난 2013년 충북 오송에 국내 최초의 발효 전문 연구소인 '샘표 우리발효연구중심'을 세운 걸 자랑스러워한다. 박 사장의 경영 스타일이나 샘표식품의 조직문화에 허례허식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최근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워라벨 정책이 유행하고 있다. CJ그룹, 신세계그룹 등 대기업에서 앞장서고 있다. 이전과 비교할 때 혁신적인 정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일부 보여주기 식이거나 강제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퇴근 시간이 되면 컴퓨터를 켤 수 없다든지, 원하는 날이 아니라 정해진 날에 휴가를 가야하는 것 등이다.

"작년 유럽 여행을 다녀왔는데, 휴가 일수가 모자라서 선배한테 며칠 빌렸어요. 일이 밀려서 휴가를 못 가는 사람들은 동료한테 휴가를 빌려주는 제도가 있거든요." 샘표식품엔 고용자의 입장이 아니라 임직원의 눈높이에 맞춰진 실용적인 정책이 많다. 다른 회사 워라벨 정책이 부럽지 않다는 샘표직원의 말이 거짓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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