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6월 18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IFRS(국제회계기준) 관련 설명회를 열었는데 예정보다 몇 백 명이 더 와서 자리가 모자랄 정도였습니다."얼마 전 연락했던 회계법인 관계자가 전해준 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논란의 영향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회계법인 3곳의 의견을 받아 장부처리를 한 것이 문제가 돼 버리니 이제 회계법인 말만 믿지 말고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회사 실무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 사태가 커지면서 IFRS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11년 실시된 IFRS는 올해로 8년차. 제도가 도입된 지 8년쯤 되면 우여곡절이 끝나고 거의 정착한다고 하지만 IFRS는 예외인 듯 하다는 것이다. 아이가 7~8세에 가장 말썽 부린다 해서 미운 일곱 살, 미운 여덟 살이라고 하는데 요즘 IFRS가 딱 그런 느낌이다.
IFRS는 중심 원칙에만 어긋나지 않으면 예외를 인정해주는 회계기준이다. 그만큼 기업 재량권이 넓다. 그러나 어디까지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여전히 감 잡지 못하는 게 국내 기업의 현실이다. 회계법인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내린 판단도 문제 삼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IFRS가 기업 자율성을 중시한다 해서 보편적 회계원칙까지 무시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감독당국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IFRS 도입을 주도했던 곳이 현재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를 주장하는 감독당국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든다.
도입 당시 회계투명성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이겠다며 서둘러 들여왔던 금감원과 회계기준원은 모호한 부분에 대해선 별다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 IFRS 도입이후 파생될 이슈와 관련해서도 사후관리를 하지 못했다. 회계기준을 제대로 해석해 주는 공식기관이 없다는 점은 더 문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회계법인의 의견을 거의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마저 문제를 삼으니 기업 입장에선 누구를 믿어야 할지 혼란스럽다. IFRS가 업권별로 계속 분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어느 기업에서든 제2, 제3의 삼성바이오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 올해 IFRS9(금융상품)과 IFRS15(수익인식)이 실시됐으며 내년에는 IFRS16(리스)이 도입된다. 오는 2021년 실시 예정인 IFRS17(보험부채)은 보험업계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파장이 크다고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논란은 결과와 상관없이 교훈을 얻어야 할 점이 많은 사건임은 분명하다. 회계정책의 어설픈 도입과 운영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교육정책처럼 백년대계까지는 아니더라도 10년을 내다보며 꼼꼼한 준비와 사후관리를 했다면 지금 같은 혼란과 애꿎은 피해는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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