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멀티플 12배 이상 제시, 평판 버리고 현실 선택 [현대오일뱅크 프리IPO]아람코 기업가치 13조 평가, 기업공개로는 불가능한 밸류

이경주 기자공개 2019-01-29 10:02:51

이 기사는 2019년 01월 28일 1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오일뱅크가 기업공개(IPO)를 연기하고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택한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평판 하락만 감수한다면, 거부할 수 없는 우호적 조건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 기업가치(Enterprise Value)를 13조원 이상으로 평가해 프리IPO에 나섰다. 투자원금 회수 기간을 나타내는 EV/EBITDA 배수(멀티플)가 12배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평균인 10배를 상회하는 수치로 현대오일뱅크가 예정대로 IPO를 단행했다면 받아보기 힘든 후한 평가라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8일 사우디 아람코사와 최대 1조8000억원 규모의 프리IPO에 관한 투자계약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을 통해 아람코사는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최대 19.9%까지 인수할 수 있게 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아람코사가 현대오일뱅크의 시가총액을 10조원으로 산정했다고 밝혔다.

IB업계에선 아람코사가 현대오일뱅크 기업가치를 상당히 후하게 평가했다고 봤다. EV/EBITDA가 12배 이상으로, 최근 M&A(인수합병)나 IPO(기업공개)에 적용된 배수인 10배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높게 책정됐다는 평가다.

EV/EBITDA는 기업의 시장가치(EV)를 영업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EBITDA(에비타)로 나눈 값(배)이다. 만약 기업의 EV/EBITDA가 2배라고 한다면 해당기업을 시장가격으로 매수했을 때 그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의 2년간 합이 투자원금과 같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EV/EBITDA는 투자원금을 회수하는데 걸리는 기간을 나타낸다. 배수가 낮을수록 원금 회수에 걸리는 시간이 짧다고 해석될 수 있으며, 기업가치가 저평가 됐다고 보기도 한다.

EV는 시가총액에 순차입금을 더해 구해진다. 현대오일뱅크 순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 3조257억원으로 아람코가 산정한 시가총액(10조원)을 더하면 EV는 13조257억원으로 계산된다.

현대오일뱅크 기업가치

연간 EBITDA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아직 공시되지 않아 정확한 계산은 어렵다. 다만 업계에선 3분기누적 기준 EBITDA를 배수 계산에 적용해도 무방하다고 보고 있다. 대다수 정유사들이 유가급락으로 지난해 4분기 EBITDA 적자를 기록했거나 거의 이익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지난해 연간 EBITDA가 같은해 3분기누적기준 EBITDA와 같거나 오히려 적을 수도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가장 사업구조가 유사하다고 평가받는 코스피 상장사 에쓰오일(S-oil)이 같은 상황이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에쓰오일 연간 EBITDA를 1조879억원으로 전망했다. 같은 해 3분기누적 EBITDA인 1조1990억원보다 1111억원 적은 수치다. 4분기에 적자를 기록했다는 뜻이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누적기준 EBITDA가 1조810억원이다. 이를 토대로한 EV/EBITDA 12배다. 시장 평균(10배 안팎)보다 약 2배포인트 높은 수치다.

현대오일뱅크가 IPO를 추진했다면 이 같은 후한 평가를 받긴 힘들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유가하락 여파로 기업가치 산정에 기준이 되는 경쟁 상장사 주가가 내리막길에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10월 2일 장중 주가가 연중 최고점인 13만9000원까지 올랐지만 3개월만인 올 1월3일 9만300원까지 하락했다. 이후 조정세를 거쳐 이날(28일) 9만9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에스오일 주가
에쓰오일 주가<자료 :네이버 증권>

통상 정유사들 주가는 유가와 정비례 관계일 때가 많다. 올해 평균유가가 작년보단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다수이기 때문에 정유사 주가도 같은 흐름을 보일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 입장에선 작년보다 IPO 환경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WTI(서부텍사스유) 평균유가 전망은 57달러로 전년 64.9달러 대비 12% 정도 하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오일뱅크 3분기 누적기준 EBITDA를 연으로 단순 환산(EBITDA/3*4)했을 경우 연간 EBITDA는 1조4413억원이 된다. EV/EBITDA는 9배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