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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M&A 변호사의 거침없는 행동주의, 안다운용 박철홍 대표태평양서 구조조정 딜 자문 활약…'G' 개선에 기여하고파

이돈섭 기자공개 2022-12-19 08:32:16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4일 10: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철홍 안다자산운용 ESG투자본부 대표(사진)는 법조인 출신 펀드 매니저다. 국내 대형 로펌에서 14년간 기업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 업무에 주력하면서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직접 목격해왔다. 국내외 PEF와 함께 일하면서 투자 집행부터 회수에 이르는 전 과정에 관여했고 스타트업들이 사업을 영위하면서 맞닥뜨린 법률 문제들을 해결했다.

현재는 행동주의 펀드를 운용하면서 SK케미칼과 KT&G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형태의 주주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펀드 수익률 뿐 아니라 투자 명분까지도 두루 챙기고 있는 그의 목표는 안다운용 성장을 통해 자본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 '박철홍 표 행동주의 펀드'가 앞으로 가져올 성과에 자본시장 이목이 쏠리고 있는 배경이다.

◇성장 과정: 검사 지망생, 지적 호기심 좇아 M&A 전문 변호사로

박 대표가 처음부터 펀드 매니저를 꿈꿨던 것은 아니다. 대학 시절에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 정의로운 검사가 되고 싶었다. 사법연수원에 입소하고 판사도 고민했는데, 로펌 리크루팅 과정에서 금융 분야에 호기심이 일었다. 미지의 세상에 대한 지적 호기심은 외면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그는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2007년부터 2020년까지 14년간 그는 기업 구조조정 및 M&A 전문 변호사로 일했다. 그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온 이 분야 법률 자문 경험은 세기 힘들 정도로 많다. 칼라일그룹의 스타일난다와 CJ헬스케어, 맥도날드 등 인수 시도 건부터 CVC 아시아캐피탈파트너스의 한화S&C 인수 검토, DGB금융그룹 하이자산운용 인수가 대표적이다.

박 대표는 "PEF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칼라일 그룹의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회장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면서 "지적 갈증을 충족해 나가는 과정들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대기업 그룹의 공정거래 이슈뿐 아니라 도시조성 관련 금융거래, 부실기업 워크아웃 등 다양한 법률 이슈에 대응해왔다.

법률 자문 경험이 쌓여갈수록 직접 시장에 플레이어로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 최권욱 안다운용 회장과 만나 자본시장을 개선해보자는 뜻에 의기투합, 지난해 안다운용에 합류했다. 지난해 11월 '안다ESG 1호'를 론칭하고 SK케미칼과 KT&G 등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대상으로 주주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투자철학: "사회적 모순 해결 명분, 수익률만큼 중요"

현재 박 대표 주도로 안다운용이 전개하고 있는 주주활동의 기반은 안다ESG 1호 펀드다. 지난달 말 현재 기준 해당 펀드 설정액 규모는 201억원. SK케미칼에는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의 현물배당을 요구했고, KT&G에는 한국인삼공사의 인적분할 및 상장, 담배사업 성장방안 마련, 사외이사 추가, 배당 확대 등을 주문하고 있다.

안다ESG 1호의 운용 전략은 여타 행동주의 펀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롱온리(Long Only) 전략 기반으로 피투자 기업에 주주활동을 전개,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수익률을 높인다는 것. 그래서 피투자 기업 선별 작업이 중요하다. 주주활동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저평가 상장·비상장 기업을 적극 물색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안다운용이 주주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기업에 국내외 운용사들도 주주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SK케미칼에는 싱가포르 헤지펀드 운용사 '메트리카 파트너스'가 주주서한을 보내는 등 주주활동을 전개하고 있고, KT&G에는 '플래쉬라이트 캐피탈'이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면서 주주들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 대표는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명분도 확보해야 한다"면서 "궁극적인 목표는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안다ESG 1호 누적 수익률은 11.2%. 국내외 시장 부진 속에서도 성과를 꾸준히 쌓아온 결과다. 지난 10월에는 안다ESG 2호를 설정, 펀딩에 착수했다.

◇트랙레코드1: 금호그룹 흥망성쇠, 지배구조 중요성 각성 계기

박 대표가 거쳐 간 기업 중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던 곳은 금호그룹이었다. 금호그룹이 과거 금호산업을 매각하고 다시 인수하는 과정에서 박 대표는 채권단 법률 대리 등을 맡아 매매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 금호그룹은 이후 아시아나항공을 매물로 내놓고 박삼구 전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는 등 쇠락의 길로 내몰렸다.

금호그룹은 M&A를 통해 흥망성쇠를 밟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호그룹은 2006년 대규모 FI 차입을 일으켜 대우건설을 인수하고 2008년 대한통운을 안으면서 외연 확대를 꾀했다. 그 결과 매달 수백억원 규모 이자를 부담해야 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국내 건설경기가 고꾸라지자 FI 풋옵션 행사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금호산업 등 일부 계열사가 워크아웃 절차에 돌입했고,금호그룹은 2011년 대우건설을 산업은행에 재매각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을 동원해 금호산업의 재인수를 시도했는데, 그 여파로 아시아나항공 재무상태가 나빠져 매물로 내놓게 됐다. 박 대표는 "그룹 해체 과정을 지켜보면서 투명한 지배구조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박 전 회장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했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사들이 경영진을 견제하지 못한 영향이 결국 그룹을 해체 수순으로 내몬 셈"이라며 "기업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못할 경우 그룹 경영진뿐 아니라 직원과 주주 등 회사 안팎의 이해관계자 모두가 피해를 보는 상황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홍콩계 PEF 어피니티가 2011년 풀무원에 1000억원을 투자한 뒤 2015년 엑시트하는 과정에서 어피니티 측 법률 자문 역할을 맡은 것도 주요 이력 중 하나다. 해외 PEF들이 국내 딜을 발굴했음에도 불구하고 본부 승인을 받지 못해 투자를 집행하지 못했던 당시, 해외 PEF 전략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는 설명이다.

◇트랙레코드 2: 안다ESG 1호 주주행동 '내년 주총 시즌 관건'

지난해 안다운용에 합류하면서 법조인에서 펀드 매니저로 변신한 박 대표의 1호 상품은 지난해 11월 선보인 '안다ESG 1호' 펀드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해당 펀드가 주주활동을 벌이고 있는 피투자처는 SK케미칼과 KT&G가 대표적이다. 그 밖에도 복수의 비상장사를 대상으로 물밑에서 주주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다운용을 비롯한 국내외 운용사 요구에 기업들 반응은 제각각이다. SK케미칼 대주주인 SK디스커버리가 지난 9월 초 SK케미칼 주식 92만주 공개매수를 발표한 데 이어 SK케미칼이 5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지만, 만족스러운 행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최근 주주활동 타깃이 된 KT&G의 경우 안다운용 요구에 대해 이렇다 할 조치를 내놓고 있지 않다. KT&G의 백복인 대표는 최근 안다운용 서한에 대해 주주 요구사항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며 답장을 보냈지만, 안다운용 박 대표 측과 직접 만나진 않은 상태다. KT&G 측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공식 답변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KT&G 경영진 입장에서는 본인들이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질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을 수 있다"며 "자발적으로 조치를 취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내년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KT&G 경영진들이 주총시 노이즈가 생길 것에 대해 심사숙고하는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계획 및 업계 평가: "솔루션 제시 역량 풍부…자본시장 왜곡 개선 목표"

박 대표가 변호사 출신인 만큼 기업 주주활동에 필요한 각종 법률 이슈에 전문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SK케미칼을 대상으로 주주활동을 전개할 당시 집중투표제를 도입해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최근 KT&G 측에 제시한 에너지 음료 사업 진출 방안은 풍부한 기업 구조조정 관여 경험이 바탕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대표는 과거 2014년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토스의 무료 송금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할 당시 전자 상품권을 활용한 솔루션을 제공하기도 했고, 센트비가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전개하면서 비트코인을 매개체로 활용한 것이 현행법 위반 소지로 불거지자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등 금융업권 사업 솔루션 제공 경험도 쌓아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박철홍 대표는 십여 년간 변호사로 일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주인 없는 회사'가 지배구조를 갖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국내 유일무이 전문가"라고 추켜세우면서 "금융지주그룹뿐 아니라 일반 기업 이사회에 법률 전문가로 참여한 경험도 적지 않아 행동주의 펀드를 운용하는 데 필요한 사업 역량이 풍부하다"고 평가했다.

박 대표의 목표는 안다운용 ESG 펀드 시리즈에 자금을 유치해 주주행동 범위를 확대하면서 국내 자본시장 존재감을 확대하는 것. 박 대표는 "기업들의 성장과 쇠락 과정을 지켜보면서 인사이트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하우스 성장뿐 아니라 국내 자본시장의 왜곡된 면들을 개선하는 데 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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