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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덕산그룹 회장의 '애향심' [thebell note]

구혜린 기자공개 2023-03-17 07:33:43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6일 0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의 우문현답이 화제다. 모 스페인 매체 인터뷰어가 "K팝의 완벽에 대한 숭배, 지나친 노력은 한국의 문화적 특질이냐"고 묻자 "서구인은 침략당하고 황폐화되고 두 동강 난 나라를 이해 못 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즉 한국인의 향상심은 단순히 문화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상황이 개개인에 심기운 DNA란 의미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향상심을 지닌 한 기업 오너를 떠올렸다. 향상심이 얼마나 지독한지 그는 최근 집필한 자서전 첫머리에 '위를 바라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향 때문에 고통과 성취감이 반복되는 삶을 살아왔다'는 소회부터 밝혔다. 향상심보다 더한 '향상병'을 지녔다고 자신의 삶을 훑는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37살에 창업을 하고 54살에 울산 최초 반도체 소재기업 덕산하이메탈을 설립한 이준호 덕산그룹 회장이다. 울산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시총 2조원의 그룹을 이뤘으니 그 향상심의 결과가 가히 놀랍다 할 만하다.

그는 향상심의 산물이 성과에 그치지 않는단 걸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애향심이란 부산물이다. 이준호 회장 하면 '울산과학술원 300억원 쾌척'이 수식어처럼 따라붙는다. 사재로 장학재단을 만들어 울산지역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7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울산 산업단지에서 근무하는 여성 외국인 근로자의 출산 비용도 대신 지불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가 울산에서 특별한 지원을 받아 그룹을 일군 것은 아니다. 그는 "울산에서 받은 게 도대체 무어냐?"는 우문에 "내가 자라고 숨 쉬고 성장하고 생활한 근거지가 울산인데, 그게 도움이다"라는 현답을 했다. 태어나고 성장하고 생활하게 한 모든 것을 지원으로 여긴단 뜻이다.

그의 애향심은 위로 오르려는 노력 중 짙어진 게 분명하다. 울산은 국내 공업 분야에선 심장에 비유되지만 소부장 사업을 영위하는 경영인에겐 갖가지 한계를 보인다. 반도체 소재산업 특성상 하이테크 인력이 필요한데 그런 특출난 인력을 구하긴 쉽지 않다는 게 대표적인 예다.

애써 키워놓은 직원들이나 능력 있는 후배들이 수도권으로 향하기만 하는 것을 보면서 속도 쓰렸을 게다. 이런 결여의 경험은 '기술벤처가 있어야 울산이 산다'는 생각을 벼리게 했다. 이 회장이 창립한 덕산하이메탈이 울산지역 최초 기술벤처이니 말이다.

조만간 경영활동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 그는 제2의 향상을 앞두고 있다. 벤처 액셀러레이터를 만들어 울산지역의 벤처 신생아를 육성하는 일을 도맡는다. 소부장이 아니라 어떤 아이템이라도 싹수가 있다 싶으면 다 지원하겠다고 한다.

지금까지 울산지역 내 고용을 창출하고 고향 후배들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 벤처 불모지를 경작하는 농부가 되는 셈이다. 자서전 제목이기도 한 '이정표 없는 길을 가는' 일은 계속되고 있다. 울산지역 내 그의 또 다른 이정표 만들기를 마음으로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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