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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라인건설 지배구조 점검]작은 시행사의 덩치 큰 '파라곤' 인수, 이면엔 '승계'②M&A 통해 '공병학→공승현' 지배권 이전 완료…지분 매입대금은 EG건설의 몰아주기

성상우 기자공개 2023-05-31 07:47:10

[편집자주]

한 몸으로 알려진 동양건설산업과 라인건설은 최근 중견건설사 중 성장세가 가장 눈에 띄는 곳들이다. 지난해 불황 속에서도 역대급 외형 성장과 수익성 확대를 이뤄냈다. 이처럼 주목받은 상황이지만 내부 사정은 상당수가 베일에 싸여 있다. 지배구조가 대표적이다. 수년 전 동양건설산업이 EG건설에 인수된 뒤 흡수합병을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되면서 많은 부분이 감춰졌다. 이들 회사의 지배구조와 사업 현황 등을 집중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5일 11: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병학 라인건설 회장은 동양건설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 승계 작업도 함께 마쳤다. 사실 공 회장 입장에서 보면 동양건설산업 인수 자체가 승계를 위한 수단이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지분 인수 주체로 아들 회사를 내세웠고 인수가 마무리 된 동시에 아들 공승현씨가 동양건설산업의 실질적 소유주가 됐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이 같은 승계 시나리오가 종종 목격된다. 단순한 지분 증여 및 상속은 많은 세금과 여기에 얽혀 있는 다수의 이해관계자 때문에 기업 오너들의 애를 먹이는 구석이 있다. 때문에 특정 기업을 인수하면서 자녀에게 실질적인 지배력을 이전하는 방식이 많이 동원된다. 다소 리스크는 있어도 상속을 둘러싼 복잡한 법적 문제를 부담하지 않을 수 있는 방식이다.

◇동양건설 과반 지분 최종 행선지 '동양이노텍'…3세 공승현 개인회사

공병학 회장과 아들 공승현씨의 승계는 지분 증여 및 상속을 둘러싼 별도의 갈등 없이 주력 회사 동양건설산업의 지배력을 아들에게 넘겨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M&A 기획 단계에서부터 승계 작업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4년 동양건설산업이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제출한 매각 허가신청서는 5번째 시도였다. 4번의 매각 시도에서 실패하고 5번째로 나타난 곳이 ㈜라인(현 라인건설)이었고 법원은 매각을 승인했다. 다만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실제 대금을 납입한 회사는 라인건설이 아닌 공병학 회장 회사인 EG건설이었다. EG건설은 약 160억원의 자금을 들여 동양건설산업 지분 89.93%를 확보했다.

눈여겨볼 점은 이 지분의 최종 행방이다. EG건설이 매입한 주식 216만주 중 129만6000주가 최종적으로 이지이노텍(현 동양이노텍)으로 넘어갔다. 지분율 54%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EG건설이 동양건설산업 지분을 매입하고 그 지분 중 과반이 동양이노텍에 넘어가는 과정이 거의 동시에 이뤄졌다.

당시 동양이노텍은 공병학 회장 아들인 공승현 씨가 갖고 있는 조그만 건설 시행사였다. M&A가 끝나고 보니 동양건설산업 주인 자리에 공병학 회장이나 공병탁 사장이 아닌 공승현 씨가 앉게 된 것이다.


지분 매입 시기 전후로 지배구조 역시 신속하게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동양건설산업 인수가 이뤄지기 전인 2014년 말 기준 동양이노텍의 지분은 공승현씨와 오정화씨가 각각 52.3%, 47.7%로 나눠갖고 있었다. 오정화 씨는 공병학 회장의 배우자이자 공승현 씨의 모친이다.

이 지분율은 2015년 말 기준 ‘공승현 92%, 오정화 8%’로 정리됐다. 동양건설산업 인수 직전에 오 씨 지분 대부분을 공 씨에게 증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가 커지기 전에 적은 비용으로 사전 지분 정리부터 마친 셈이다. 이에 따라 공 씨가 절대적인 지분을 확보해 개인회사처럼 갖고 있는 동양이노텍이 동양건설산업의 최대주주가 되는 과정에 별다른 잡음은 없었다.

◇2년간 수천억대 자산 이지이노텍으로 이전…회사 규모 18배↑

그렇다면 작은 시행사에 불과했던 동양이노텍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동양건설산업 지분 매입 자금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정기 공시 의무가 있는 곳이 아니라 정확한 자금 이동 경로는 확인되지 않지만 해당 시기 감사보고서에 기재된 자산 목록 변화를 보면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다.

차입금을 통해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면에 EG건설의 '몰아주기'가 있었다. EG건설로부터 이전받은 수천억원 규모 '용지'를 담보로 제공하고 빌린 금융권 대출이 동양이노텍의 동양건설산업 인수 자금 원천이 됐기 때문이다.

2013년 말 동양이노텍의 자산총계는 168억원 수준이었다. 이 중 자본총계가 20억원 남짓이고 나머지는 모두 부채였다. 현금성 자산은 37억원에 불과했다.

1년 뒤인 2014년 말 기준으론 자산규모가 736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자본총계는 28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지만 부채가 700억원대로 불었다. 전년도 43억원이었던 단기차입금이 340억원 규모가 됐다.

2015년 말엔 자산총계가 3100억원으로 더 크게 늘어났다. 현금고도 673억원 규모로 넉넉하게 채워졌다. 2년 만에 회사 자산 규모와 현금보유고가 18배 이상 불어났다.

이 현금은 대부분 차입 형태로 조달됐다. 2015년 말 총자산 3100억원 중 3030억원이 부채다. 이 중 단기차입금이 약 680억원, 장기차입금이 180억원이었다. 여기에 장기차입금 중 잔여 만기가 1년 이내로 돌아온 유동성장기차입금 870억원을 더한 차입금 총액은 1730억원 규모였다.


차입은 동양이노텍의 갖고 있던 용지 자산을 담보로 제공한 덕분에 순조롭게 이뤄졌다. 2013년말 29억원 규모였던 동양이노텍 보유 용지의 장부가액은 이듬해 말 552억원이 되더니 2015년 말에는 1834억원으로 늘어났다. 2년 사이 회사 자산총계의 10배를 넘는 규모의 용지 자산이 동양이노텍으로 이전된 셈이다. 2013~2014년 당시 연평균 20억~40억원 수준의 순이익을 내고 보유현금도 수십억원대인 회사가 자력으로 한꺼번에 매입할 수 있는 물량은 아니다.

용지는 대부분 신규 차입금에 대한 담보로 제공됐다. 2015년말 담보제공 자산을 보면 이지이노텍이 이 용지를 담보로 제공하고 광주은행 등 금융권으로부터 받은 대출 총액이 1150억원이다.

용지 자산 세부내역을 보면 △삼성동 77-20 △김천 3-1블럭과 △아산 Ac2-3블럭 등이 포함돼 있다. 삼성동 부지는 현재 EG타워가 있는 곳이다. 김천 3-1블럭은 김천 율곡동 소재 ‘김천혁신도시 EG더원’ 아파트가 공급된 곳이며 아산 Ac2-3블럭은 아산시 둔포면 ‘아산테크노밸리 5차 EG더원’ 단지가 들어선 부지다.

EG더원은 EG건설의 아파트 브랜드다. EG건설이 개발 사업을 위해 보유하고 있었던 용지 대부분이 동양이노텍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밖에 이지건설과 라인건설을 비롯해 이지아산산업, 세종개발산업 등 관계사로부터 직접 빌린 차입금도 수백억원 규모다. 아버지 회사인 EG건설뿐만 아니라 전체 관계사들을 동원해 동양이노텍에 자금을 집중시킨 흔적이 보인다.

8년이 지난 현재 기준으로 보면 동양이노텍은 동양건설산업 모회사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동양건설산업 인수 직후 1000%를 넘었던 부채비율은 100% 아래로 내려왔고 연결 자산총계는 1조1000억원대로 부쩍 컸다. 동양건설산업의 성장 호조세 덕분에 매년 5000억~6000억원 규모의 연결 매출을 인식한다. 지분 구조 및 오너십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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