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2월 05일 08시1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 기업을 수백만주로 쪼개서 일반 투자자들에게 팔아넘기려면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다. 절대 공개할 수 없는 최후의 영업 비밀만 제외하곤 상당한 수준의 사업 관련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 수만명 이상의 불특정 다수 주주가 하루 아침에 큰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정보 대칭’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코스닥 시장은 국가 공인 ‘사기판’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이 탓에 종목을 유통시장에 내놓기까지 한국거래소는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한다. 최소한의 이익을 내야하고 사업 계속성이 있어야하며 내부 조직 및 지배구조도 정상 범위 내로 정비해야한다.
특례상장 기업은 조건 일부를 면제받는다. 이익이 안 나도 기술 및 사업성이 우수해 곧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일반 투자자들은 어느정도 리스크를 감내하겠지만 기술 기업들을 조금 일찍 시장에서 사고 팔 수 있게 된다.
그 대신 상장 주관사는 미래 수년간의 추정 실적을 제시한다. 기업이 언제쯤 사업을 본격화하고 흑자 전환할 수 있을 지에 대한 투자 정보 제공 차원이다. 공모 시점의 기업가치도 이 수치를 기반으로 도출된다.
최근 취재 과정에서 1차적으로 취합한 2020년 이후 코스닥 상장 기술특례 기업 10곳(이지트로닉스·스코넥·솔트룩스·샤페론·핀텔·뉴로메카·인벤티지랩·에스바이오메딕스·모니터랩·제이오) 중 투자설명서에 기재한 추정치와 실제 실적이 유사한 곳은 단 한 곳(제이오)에 불과했다.
나머지 9곳은 유사 범위에 근접하지조차 못했다. 대부분 1~2년내에 수백억원대 매출과 최소 수십억원에서 100억원대 순이익이 날 것이란 추정치를 적어냈지만 실제론 적자 탈출조차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IPO 업계 한 관계자는 “추정 실적을 실현하는 게 더 신기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시장에서 흔히 이뤄지는 밸류에이션이 “처음부터 수치를 정해놓고 이를 정당화시키는 시나리오를 만드는 과정인데 실현가능성을 바라는 게 어불성설 아니냐”는 의미다.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에겐 수많은 이해관계가 따라붙는다.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게 인정받고 싶은 창업자의 욕구도 있지만 초기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가격으로 엑시트를 시켜줄 수 있느냐가 더 우선이다. 투자 유치때 상장 시기 등에 대한 약정을 걸어놓는 경우도 많다.
상장을 더 미룰 수 없는 기업은 최적 기업가치를 제시해주는 증권사를 찾는다. 수치에 맞는 그럴듯한 성장 시나리오를 짜주고 상장 실무를 완료해줄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곳이 주관사로 선정된다.
주관사와 상장 추진 기업이 함께 작성한 실적 추정치는 실현될 수도 있지만 실현 안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수치인 탓이다. 실현 여부와 상관없이 주관사는 정해진 상장 수수료를 받는다. 반면 향후 수년간 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기업의 주식을 몇 배 뻥튀기 된 가격에 사들인 일반 주주들의 최종 투자 책임은 온전히 당사자 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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