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11일 15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의 대외 메시지는 실무진부터 임원까지 여러 관계자들의 복잡한 셈법 속에 탄생한다. 겉보기엔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고도의 전략이 반영된 결과물이자 일종의 '수싸움'이기도 하다.기업과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 역시 마찬가지다. 언론에 한 번 표출된 메시지는 다시 주워담기 어렵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사를 통해 기업의 내부 정보를 습득한다. 그래서 기업에선 기사가 가져올 파급력을 면밀히 살핀 뒤 적절한 대응책을 찾는다.
언론 입장에선 기업 메시지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면 될까. 답변은 '글쎄'다. 기업이 거짓말쟁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기업은 전반적으로 사실을 밝히지만, 한편으론 경영상 이유로 논평을 거부하거나 변죽 울리기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몇 가지 경험담으로 푸념 해보자면, 수년 전 대기업의 신사업 계획을 사전 입수했는데 이 기업에선 한사코 부인했다. 그 말을 믿고 기사화를 단념했는데 얼마 뒤 공식행사에서 주요 어젠다로 발표됐던 일은 잊지 못한다.
M&A, 투자유치 등 주요 재무활동은 기업에 특히 예민한 사안이다. 관련 기사를 쓰면 기업은 높은 확률로 부인한다. 경영권 매각을 완강히 부정했던 모 상장사는 정확히 한 달 뒤 경영권을 매각했다. 사업 매각을 검토한다는 기사를 오보라고 대응했던 또 다른 대기업은 1년 후 이 사업을 제3자에 팔았다.
언론의 취재가 다 맞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언론과 기업의 소통 방식에 대한 기술 혹은 세련됨이 아쉬울 따름이다.
최근 인수합병 시장에서 핫한 한화그룹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한화그룹이 아워홈 인수를 추진 중인데 이는 여러 언론사들이 좇는 이슈다. 얼마 전 계열사인 한화비전이 인수자금을 보태고자 출자를 검토한다는 보도들이 연이어 나왔다. 여러 채널로 알아본 바로는 근거 없는 보도들이 아니었다.
한화비전은 며칠 뒤 '사실과 다른 추측성 보도로 인한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아워홈 관련 투자 참여 의사가 전혀 없음을 밝힌다'고 입장을 냈다. '추측성'이란 점잖은 표현을 선택했지만 사실상 기존 보도는 오보라 규정한 것 셈이다. 좀 더 세련된 대응은 없었을까. 물론 한화는 이후에 아워홈 자금조달 전략을 일부 변경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비전이 상장사여서 감독당국의 눈치를 살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물론 추측성 시나리오였는지 외부 반발에 계획이 틀어진건지 속사정은 한화가 가장 잘 알 것이다. 보도 내용을 그대로 맞다 하기 힘든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기존 보도를 모두 오보나 소설 정도로 치부한 소통 방식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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