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의 복귀, 네이버의 큰 그림]크림·스톡엑스 통합, '글로벌 빅 플레이어' 탄생 기대②승자독식 구조 리셀시장…경쟁보단 협업이 유리
노윤주 기자공개 2025-05-12 08:18:59
[편집자주]
'은둔의 경영자'라 불린 인물이 있다. 바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다. 그가 오랜 은둔 생활을 마치고 이사회 의장직을 맡으며 경영 일선으로 돌아왔다. 이제 글로벌투자책임자(GIO)로서의 역할은 내려놓고 현장에서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들과 호흡하고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창업자 복귀에 네이버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기대감이 묻어난다. 특히 이 의장의 GIO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을 전격 확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네이버가 그리고 있는 글로벌 진출 청사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07일 08시3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가 손자회사 크림을 미국 한정판 리셀 플랫폼 스톡엑스 통합을 고민하고 있다. 크림이 글로벌 진출에 날개를 펼치는 과정에서 전해진 소식이다. 또 한정판 리셀 플랫폼 성장을 주도했던 운동화(스니커즈) 시장이 성장 한계에 직면한 시점이기도 하다.양사의 사업이 유사한 만큼 성장 전략도 닮아 있다. 의류와 패션잡화를 넘어 전자기기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은 1위 사업자가 시장 점유율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승자독식 구조다.
승기를 잡기 위한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 결국 버틸 여력과 협업이 필수적인 시장인데 양사의 통합 논의는 이를 가능케 하는 면이 있어 보인다. 통합이 후발주자인 크림에게 불리하지만은 않은 '윈윈 전략'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창업자 경영 일선 등판한 스톡엑스…네이버와 닮은꼴
최근 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스톡엑스와 플랫폼 통합을 검토하고 있다. 스톡엑스에 기업을 매각하거나 양사기 조인트벤처(JV)를 만들고 공동 경영하는 두 가지 방법을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눈에 띄는 건 스톡엑스가 먼저 네이버에 크림 인수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 스톡엑스는 2016년 설립된 기업이다. 크림처럼 한정판 운동화(스니커즈) 리셀로 시작해 점차 취급 품목을 다양화하고 있다. 현시점 북미 시장에서는 동종업계 점유율 1위인 곳이다. 아직 정식으로 북미 진출을 하지 않은 크림에 먼저 제안을 넣었다는 건 경쟁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기업가치 1조원을 호가하는 크림을 인수하는 건 스톡엑스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 시장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스톡엑스의 상황을 보면 이런 행보를 납득할 만한 요소들이 있다.
스톡엑스는 지난해 말 CEO 교체를 단행했다. 공동설립자 중 한 명이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이던 그렉 슈워츠(Greg Schwartz)를 새로운 CEO로 선임했다. 공교롭게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이사회에 복귀하면서 경영 일선에 뛰어든 시기와 겹친다.
2019년부터 스톡엑스 CEO를 맡았던 전문경영인 스콧 커틀러(Scott Cutler)를 고문으로서 회사에 남기로 했다. 현지에서는 스니커즈 리셀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스톡엑스가 사업적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였다고 분석했다.
스톡엑스는 지난해 조직개편과 함께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고액 연봉을 수령하는 C레벨과 시니어급 임원 40명을 감축했다. 쪼개져 있던 조직을 통합하고 새로운 임원을 영입하는 등 전환점을 모색해 왔다. 결국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창업자가 전면 등판한 셈이다.
◇아시아는 크림·북미는 스톡엑스…합치면 전세계 1위 타이틀
크림 인수 제안 역시 스톡엑스가 침체된 시장에서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크림은 북미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북미 확장을 앞두고 자회사인 소다를 통해 현지 거점을 마련했다.
한정판 제품은 말 그대로 수량이 제한돼 있다. 게다가 절대 다수의 소비자 타깃이 아닌 한정판 리셀에 관심이 있는 마니아층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이에 한 플랫폼이 시장을 독식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다. 크림이 북미 진출 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다면 스톡엑스도 일부 고객을 빼앗길 수 밖에 없다.
이미 크림은 국내서 무신사의 솔드아웃과 승부를 벌인 바 있다. 초반에는 경쟁 구도였지만 현재는 크림이 국내 점유율 약 70%, 솔드아웃이 10~20%를 기록하면서 크림의 독주 체제가 명확해졌다.

스톡엑스와도 이미 아시아 시장을 두고 경쟁했었다. 크림은 지난해 3월 977억원을 투입해 일본 리셀 플랫폼 스니커덩크 운영사 소다를 인수하며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스톡엑스도 일본 도쿄 지사를 설립하면서 확장에 나섰다.
여기서도 승자는 크림이었다. 스니커덩크는 일본 리셀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아시아 시장에서 이미 1위 자리를 차지한 크림의 북미 진출이 스톡엑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 기업이 경쟁 대신 통합을 선택한다면 창출할 수 있는 시너지는 크다. 비단 북미 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서도 통합 플랫폼으로 사업을 리브랜딩할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게 된다.
신사업 확장도 고려 대상이다. 크림과 스톡엑스 모두 스니커즈 리셀 열풍이 점차 꺼지기 시작하면서 취급 품목을 다양화하고 있다. 의류는 기본이고 생활용품, 전자기기까지 넓히는 추세다.
크림은 '리퍼비시'라는 중고 전자기기 거래 서비스를 내놨다. 개인간 거래가 아닌 전문 사업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구조다. 사설 수리 이력이 없는 중고 IT 기기를 선별해 검수 후 판매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거래량이 전분기 대비 63% 증가했고 월 평균 순거래액도 2배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게 크림 측 설명이다. 스톡엑스도 중고 게임기기 거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너지가 크다는 점에서 업계서는 크림 매각 대신 JV설립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네이버 입장에서도 크림을 당장 매각하기에는 아쉬울 수 있다. 아직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지만 매출이 커지면서 적자폭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크림은 매출 1776억원, 영업손실 89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408억원에 달했던 적자폭을 크게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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