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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전략 점검]경영승계도 가속화…관전 포인트는⑥승계 명분 확보…수천억원대 세금 부담, 경영역량 입증은 과제

정태현 기자공개 2025-05-12 12:39:52

[편집자주]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 작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구원투수로 나선 SBI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신창재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들간의 풋옵션 분쟁이 해소되며 물꼬를 텄다. 더불어 국내 1위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 인수를 단행하며 지주사로서의 경쟁력도 확보했다. 교보생명은 주주총회 특별 결의를 시작으로 금융지주사 인가 신청 등을 거쳐 2026년까지 지주 출범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더벨이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 전략의 면면과 남아있는 과제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08일 07시49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보험의 지주사 전환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오너 3세의 경영 승계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지주사로 전환하면 조직 개편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역할이 여럿 생기는 만큼, 후계자에게 막중한 직책을 맡길 수 있다는 명분이 자연스레 형성된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지분 증여를 위해 수천억원대 세금을 내야 할 것으로 점쳐진다. 안정적인 경영권을 위해 남은 풋옵션 분쟁도 유리한 조건으로 매듭지어야 한다. 신중하 교보생명 상무가 경영 성과를 입증하는 것도 필수 요소다.

◇'정도 경영'에 걸맞은 명분 확보

교보생명의 경영 승계는 '정도(正道)'를 걷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창립자 신용호 전 회장이 별세한 뒤 오너 일가가 1800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낸 건 '성실 경영'이라는 교보생명의 신념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능력에 입각한 인사 원칙을 강조한 경영 수업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중하 상무는 수년간 대리, 차장 등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올해 돼서야 임원에 올랐다. 일반 임직원과 같은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신 상무는 지난 2015년 교보생명 관계사인 KCA손해사정에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경영학 석사(MBA) 과정과 교보정보통신(현 교보DTS)을 거쳐 2022년엔 차장으로 교보생명에 들어갔다.

보통 오너 일가는 그룹에 입사할 때부터 핵심 요직에서 관리자직을 달거나 빠른 속도로 승진할 거라 예상한다. 신 상무를 한화그룹 오너 3세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비교하는 것도 이러한 측면에서다.

김 사장은 지난 2014년 그룹 팀장직으로 입사해 한화생명 부실장과 상무를 거쳐 2023년부턴 사장과 최고글로벌책임자(CGO)로 부임하고 있다. 신 상무가 임원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보다 김 CGO가 사장이 되는 데 걸린 시간이 짧을 정도다. 정경선 현대해상 전무도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라는 임원 자리를 입사하자마자 받았다.

지주사로 전환하면 신 회장은 그룹 전체를 경영하는 회장으로 승격할 가능성이 크다. 연쇄 작용으로 교보생명 회장, 대표와 같은 막중한 역할에도 빈자리가 생길 전망이다. 경영 수업을 충실히 밟은 신 상무에게 경영을 승계하기 적합한 명분이 생기는 셈이다. 서두르지 않고 단계적으로 승계를 진행하다 보니 교보생명이 강조한 정도 경영과도 궤를 같이 해 주주들을 설득하기에도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신중하 역량 입증·풋옵션 분쟁 해결은 과제

물론 신 상무의 경영 역량 입증이 선행돼야 한다. 주주들은 경영 승계가 기업가치를 높이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한다. 이를 충분히 입증하기 전에 승계가 이뤄지면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힐 뿐만 아니라 교보생명이 걸어온 정도 경영의 신뢰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신 상무는 올해 1월 인공지능(AI) 활용·고객의 소리(VOC)데이터담당 겸 그룹경영전략담당으로 선임됐다. 앞서 그룹데이터전환(DT)지원담당, 그룹데이터전략팀장을 역임한 경험을 살려 그룹 디지털 혁신의 주축 역할을 부여받았다. 앞서 계열사들의 고객 데이터를 통합하는 작업을 수행했던 만큼, 지주사 전환 이후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임무를 맡을 가능성도 관측된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증여세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현재 신 상무는 교보생명 지분을 1주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 통상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지분을 최소 10~20%를 소유해야 한다고 본다. 한 번에 지분을 증여하지 않더라도, 신 회장은 장기적으론 10~20% 지분에 해당하는 증여세를 감당해야 한다.

최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싱가포르투자청(GIC)과 책정한 주당 23만4000원으로 가치를 추산하면, 20% 지분 가치는 96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대주주 할증을 포함한 증여세율 60%을 적용하면 5760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단기적으로 10% 지분을 증여하면 2880억원 수준의 증여세가 책정된다. 이보다 더 많은 지분을 증여하면 내야 할 세금은 더 커진다.

금융당국의 지주사 전환 기준도 맞춰야 한다. 풋옵션 분쟁과 같은 주주 간 갈등은 지배구조 측면에서 불안 요소다. 앞서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어피니티·GIC와 협의한 것처럼, IMM프라이빗에쿼티(PE)·EQT파트너스(옛 베어링PEA)와도 풋옵션 계약을 해결해야 한다.

관건은 가격이다. IMMPE·EQT는 주당 31만원 수준으로 거래하길 희망한다. 회수 지연에 따른 이자 부담과 공동 투자 LP(국민연금)의 원금 보전 등을 고려해서다. 최근에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과 괴리가 있는 만큼, IMMPE·EQT의 요구 가격이 다소 높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신 회장은 어피니티·GIC와는 투자 원금인 주당 24만5000원보다 다소 낮은 23만4000원으로 타협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비상장사다 보니 이해관계자에 따라 주당 가치를 다르게 볼 수 있지만, 최근 형성된 거래가를 웃도는 가격을 받아내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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