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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보험사 리포트]1곳도 예외없이 '돈 먹는 하마'…고전하는 이유는①5사 중 4사 자본잠식, 모회사 지원 1조 상회…비대면 영업 한계 '여실'

강용규 기자공개 2025-05-12 12:40:03

[편집자주]

6년에 걸친 캐롯손해보험의 디지털 실험이 실패로 귀결되면서 디지털 보험업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금 짙어지고 있다. 언젠가 디지털 보험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적지만 눈앞의 실적 부진을 좌시할 수만도 없다. 디지털 보험업은 시기상조일까, 아니면 '동 트기 전의 어둠'일까. 남아있는 디지털 보험사들의 경영 현황과 영업전략을 들여다보고 각 사의 앞날을 조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08일 07시22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보험업계에서 '디지털 보험업 위기론'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디지털 보험사들이 적자를 누적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자본감소의 위기를 유상증자 등 모회사의 지원으로 타개하는 중이다. 아직까지는 자생력을 갖춘 디지털 보험사가 단 한 곳도 없다는 의미다.

영업 방식이 비대면으로 제한된다는 점이 디지털 보험사 실적 부진의 근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디지털 보험사들이 업계 차원의 디지털 전환 '첨병'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이들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5사 모두 결손금 누적…모회사 지원 없이는 '생존 불가'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캐롯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신한EZ손해보험·카카오페이손해보험 등 국내 디지털 보험사 5곳은 2024년 합산 순손실 1853억원을 냈다. 전년 대비 적자 규모가 19% 축소됐지만 단 한 곳도 연간 흑자를 보지 못하는 부진이 이어졌다.

이들 디지털 5사가 설립 이후(하나손보는 하나금융지주에 인수된 2020년, 신한EZ손보는 신한금융지주에 인수된 2022년 이후) 연간 흑자를 기록한 사례는 하나손보가 2021년 순이익 170억원을 낸 것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사옥 매각이익 358억원이 반영된 것으로 실질적으로는 5사 모두 적자만을 기록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설립 이후 이익을 내지 못했다는 것은 재무제표상 자본에 마이너스 이익잉여금, 즉 결손금이 누적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디지털 5사의 결손금 합계는 8317억원으로 전년 대비 29.8% 증가했다. 신한EZ손해보험을 제외한 4곳은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디지털 5사는 모두 자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한 전력이 있다. 신한EZ손보는 앞서 3월 모회사 신한금융지주로부터 1000억원을 받았고 하나손보 역시 지난해 7월 유상증자로 1000억원을 하나금융지주로부터 수혈했다. 하나손보의 경우 지난해 5월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역시 하나금융지주가 전액 인수한 만큼 실제 지원금액은 2000억원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7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교보생명으로부터 3690억원을 지원받았다. 카카오페이손보는 2023년 1000억원 유상증자에 이어 올해 상반기 중 1000억원의 추가 유상증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모회사 한화손보로의 흡수합병이 결정된 캐롯손보 역시 3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4055억원의 자본을 확충했으며 이 중 한화손보가 2318억원을 담당했다. 캐롯손보의 디지털 실험이 가장 먼저 종료됐을 뿐 디지털 5사가 모두 독자적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자료=각 사)

◇비대면 영업의 태생적 한계…제도적 지원 절실

업계 관계자들은 디지털 보험사의 실적 부진 원인을 영업 방식의 한계에서 찾는다. 비대면 영업이 주력인 만큼 약관이 길고 복잡한 장기·보장성보험보다는 상대적으로 약관이 단순한 단기·소액보험 중심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밖에 없는데 단기 상품은 장기 상품에 비해 보험계약마진(CSM) 확보가 불리하다.

심지어 디지털 보험업이 디지털 보험사들만의 전유물인 것도 아니다. 대형 종합보험사들 역시 자체적으로 플랫폼을 구축하고 비대면 영업을 확대하는 중이다. 생보업계 유일 디지털 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마저 적자만 누적하는 것도 대형사와의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5사 중 하나손보와 신한EZ손보는 디지털을 표방하고 있으나 종합보험회사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어 영업 방식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장기보험 시장 진출이 비교적 수월한 만큼 적자 탈출의 여지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하나손보는 지난해 장기보험 중심의 대면 영업을 확대하면서 적자 규모를 2023년 879억원에서 2024년 280억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반면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과 캐롯손보, 카카오페이손보 등 3곳은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 라이선스를 보유했다. 이들은 계약의 90% 이상을 비대면 영업으로 확보해야 하는 제약을 받는 만큼 CSM을 축적하고 이를 상각해 보험부문에서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체제를 구축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보험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배타적 사용권의 기한을 대폭 연장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현행 제도상 디지털 보험사가 혁신적인 신상품을 출시해 배타적 사용권을 확보하더라도 최장 1년만 지나면 대형사들이 비슷한 유형의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디지털 보험사가 수익성을 더 포기해야 인지도가 높은 대형 종합사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구조"라며 "제도적 안배가 없다면 순수 디지털 보험사의 흑자전환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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