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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파이 인수전' S&T의 아쉬운 승부수 '無실사' 적극 제안..매각동의권에 발목

박창현 기자공개 2015-09-03 09:01:00

이 기사는 2015년 09월 02일 10: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평규 S&T그룹 회장의 한국델파이 인수 도전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래cs가 한국델파이 지분을 가져가는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질 때 파격 제안으로 경쟁 구도를 만드는데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탄탄한 주주간 신뢰 관계와 내부 안전 장치로 인해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한국델파이 새주인은 이래cs로 결정났다. 마지막까지 인수 경쟁을 펼쳤던 S&T그룹으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는 결과다.

S&T그룹이 한국델파이 인수전에서 보여준 행보는 파격 그 자체였다. 이래cs는 수 년전부터 미국델파이 측과 글로벌 공조 사업 부문을 두고 비공개 매매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델파이는 매각가격을 높이기 위해 공개 입찰 방식으로 M&A에 나섰고, 결국 독일 자동차 부품사 '말레'가 인수자로 낙점됐다.

이래cs는 차선책으로 미국델파이 측에 한국델파이 지분 50% 인수 의사를 밝혔고, 연초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양 측은 수 개월 간의 논의를 거쳐 가격 격차를 좁혔고, 세부 조건에 대한 최종 합의만을 남겨뒀다.

하지만 그 때 S&T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판세가 180도 달라졌다. S&T그룹은 오너인 최평규 회장 주도 하에 미국델파이 이사회에 직접 한국델파이 인수 의사를 밝혔다. 이래cs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은 물론 실사 절차도 생략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평규 회장에게 M&A는 성장 동력 그 자체였다. 2000년 대 들어 통일중공업(현 S&T중공업)과 대우정밀(현 S&T모티브)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S&T그룹을 매출 1조 5000억 원의 중견 그룹사로 성장시켰다.

이후에는 M&A 투자 대신 내실 다지기 나서면서 곳간을 채워나갔다. 2010년 들어 대규모 투자를 자제한 덕분에 그룹 계열사 전체 현금성 자산도 5000억 원 수준까지 불었다. 새롭게 인수한 S&T중공업과 S&T모티브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그룹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최 회장과 S&T그룹은 다시 한번 외형 확장 의지를 드러냈다. 최 회장은 지난 4월에 열린 S&T 상장기업 설명회에서 "항상 M&A를 준비하고 있다"며 "시너지만 난다면 언제든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그룹도 지금 M&A를 할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M&A 재도전을 선언한 최 회장이 점찍은 매물이 바로 '한국델파이'였다. S&T모티브를 통해 자동차 부품사업을 영위하고 있던 S&T그룹에게 한국델파이는 매력적인 매물이었다. 매출 1조 원이 넘는 한국델파이 인수시 납품 규모 증가에 따른 가격 협상력 향상과 규모의 경제 실현 등 다양한 시너지 창출이 기대됐다. 특히 S&T모티브가 현대기아차 판매 비중을 높여나가는 상황에서 GM 1차 밴더인 한국델파이를 인수할 경우,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다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최평규 회장의 파상 공세는 '주주 간 계약'이라는 안전 장치에 가로 막히고 말았다. 미국델파이와 이래cs는 주주간 계약에 따라 보유 지분을 매각할 때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야만 하는 '주식 매각 동의권'을 갖고 있다. 실제 이래cs 도 지난 2011년 지분 매입 당시 미국델파이와 추가적인 면담까지 거치며 동의를 받아냈다.

결국 이래cs측이 주식 매각 동의권을 무기로 델파이를 압박하자, 매각 측 역시 매매 가격을 더 높이는 수준에서 기존 주주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관측된다.

IB업계 관계자는 "S&T그룹이 한국델파이 인수를 추진한다고 했을 때부터 주주간 계약이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며 "결국 델파이 측도 추가 분쟁을 피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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