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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테스트해보니 23년간 수익률 965%" [로보어드바이저 대표 열전] ②정인영 디셈버 대표…"김택진 대표 관여 전혀 없어 "

이충희 기자공개 2016-04-14 10:11:37

이 기사는 2016년 04월 11일 10: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군웅할거하고 있는 한국 로보어드바이저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회사가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 2013년 설립했다고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탄 디셈버앤컴퍼니다.

그러나 김택진 대표의 후광을 얻은 것은 잠깐이었을 뿐, 최근 들어서는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 엔진의 우수한 실력을 드러내며 업계에서 가장 진보한 한국형 로보어드바이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셈버앤컴퍼니_정인영_인터뷰
디셈버앤컴퍼니라는 회사 이름은 한해 동안 거둔 수익을 투자자들과 회사 구성원들이 12월에 모여 앉아 함께 나누자는 뜻에서 따왔다. 회사를 뜻하는 컴퍼니(Company)는 'com(함께)'과 'pany(라틴어로 빵을 의미)'가 결합된 단어다.

정인영 디셈버앤컴퍼니 대표는 극도로 가난했던 어린시절 자신의 상황과 회사의 이러한 철학을 연결지으며 인터뷰 도중 잠시 감상에 젖기도 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그에게서는 IT 개발자 다운 순수함도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자체 개발한 아이작(ISSAC·Intelligent Strategic Asset Allocation Core) 엔진을 설명할 때면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는 아이작 엔진이 국내에서 가장 뛰어난 로보어드바이저라는 자신감을 계속해서 피력했다. 인터뷰 중 절반 이상이 아이작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창업을 결심하게된 계기는.

▲영국은 전쟁 이후 산업기반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지금도 굉장히 잘먹고 잘산다. 전세계에 부를 쌓아왔기 때문에 분산투자 효과를 본 것이다. 일본도 잃어버린 20년 이야기가 나오기 전부터 '와타나베 부인'으로 대표되는 해외 분산투자 효과로 버틴 면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90%가 국내에 몰빵하는 구조다. 만약 국내 산업이 무너져도 30~40%만 전세계 분산투자 해도 버틸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이 2013년이었다. 금융분야에서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IT 접목을 구상했고 자신이 있었다.

-디셈버앤컴퍼니의 알고리즘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나.

▲현재 시점에서 최적의 포트폴리오가 어떤 것인지 매일 찾도록 했다. 전세계 다양한 자산들의 가격흐름을 실시간 모니터링 하면서 변화를 감지한다. 아이작(ISAAC)은 지난 23년간의 백테스트 결과에서 외환위기, 닷컴버블, 금융위기, 유로존 위기, 중국 위기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아이작이 시장 전체의 가격 정보를 통해 미리 위험 시그널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23년 동안 96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 환산 10%가 넘는 수익률이다.

-현재 시점에서 과거의 상황에 적용해 수익률을 검증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인정한다. 일반적으로 과거의 지수 차트를 아무리 참고하지 않고 알고리즘 엔진을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돌린다고 해도 인간의 뇌 어딘가로부터 기계에 미래의 정보를 학습시킬 확률이 높을 것이다. 이런 부분을 최대한 걷어 낸다고 하는데도 안되는 부분이 분명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작 엔진을 설계하면서 이른바 미래참조라는 것을 굉장히 기피했고 이 부분을 최대한 신경 써가며 수익률을 검증했다.

-미래참조라는 것이 무엇인가.

▲예를 들어 정확히 2000년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2001년 부터 일어난 모든 데이터들은 절대로 기계에 학습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래를 참조해 엔진을 만들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 이전까지의 시점에 일어난 일들, 데이터들만 가지고 이후의 상황을 예측해 매매하도록 했다. 적어도 미래참조에 대해서는 굉장히 자신있다. 엔진 백테스트를 작년 연말까지 마쳤고 이후부터는 실제 계좌에서 운용해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꽤 잘 한다. 그래서 더 신뢰가 간다.

-아이작 엔진 작동 원리는 무엇인가.

▲우리가 만약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다 알고 있다고 하면 1분 뒤에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상당히 높은 확률로 예측할 수 있다. 이 원리를 시장에만 국한해서 본다. 주요 지수, 주요 자산 움직임을 파악하면 시장의 움직임을 최대한 가깝게 예측할 수 있다. 주요 ETF를 20~ 30개 정도 뽑아내고 이후 각 자산별로 어느 정도 투자 비중을 달리 할지 기계가 판단한다. 그 다음에는 기계가 개인 계좌별로 매매 최적 타이밍을 잡아준다. 매매회전률이 다소 높을 수 밖에 없는데, 연평균 250% 정도다. 영업일수 기준으로 하루에 1%씩 조정된다고 보면 된다.

-개인 계좌별 맞춤 매매가 작동한다는 것이 특이한데, 어떤 원리가 적용되는 것인가.

▲A라는 투자자는 500만원, B는 1000만원으로 운용한다고 하자. 같은 포트폴리오대로 자산을 담는다고 하면 이론적으로는 정확히 갖고 있는 주식 수가 더블이 될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이 모든 주식매매를 동시에 할 수는 없다. 같은 시간에 매매 주문을 넣는다 해도 A는 삼성전자 주식을 100만 원에 사고 B는 99만9000원에 살 수도 있다. 만약 고객이 많아지면 이런 부분들은 더 차이가 나게되고 개인별 수익률도 모두 다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그런 차이도 싫다는 것이다. 우리가 개발한 엔진은 이런 것들을 최대한 차이가 없도록 맞출 수 있게 설계했다.

-대우증권에서 가입하는 일임상품을 출시했다. 현재 수탁고는 얼마나 되나. 또 다른 상품을 준비하고 있는게 있나.

▲지난달 출시한 상품은 아직까지는 수탁고가 아주 미미하다. 한국은 아무래도 다양한 자산군의 ETF가 많지 않고 유동성도 낮아 엔진 퍼포먼스가 100% 발휘되지 못한다. 5~6월쯤 대우증권을 통해 해외 ETF를 담는 달러 베이스 상품을 출시할 것이다. 이 일임상품은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글로벌 ETF에 투자한다. 해외 상장된 ETF들은 유동성이 좋고 상품도 많아 자산배분 하기에 훨씬 수월하다. NH투자증권과는 펀드 랩 상품도 만들고 있다. 편입자산이 ETF가 아니라 공모펀드인 상품이다. 펀드 랩은 출시 뒤 성과가 검증되면 은행권으로 확장해 볼까 생각하고 있다.

-마케팅을 열심히 안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품 판매나 수탁고 모으기에는 관심이 없나.

▲우리가 추구하는 마케팅은 세일즈가 아니라 우리의 기술을 알리는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춘다. 디셈버앤컴퍼니는 대기만성형 회사다. 초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우리 길을 꾸준히 갈 것이다. 과거 벤처회사들에도 투자를 많이 해봤는데 초기에 반짝할 때 투자를 받고 떠나는 사례를 많이 봐왔다. 우리는 과거 이런 벤처들과 비슷하게 비춰지는 것이 싫다. 천천히 꾸준하게 기술개발 하면서 회사를 이끌고 싶다

-엔씨소프트와는 어떤 관계인가.

▲건물주라는 것 밖엔….(웃음) 엔씨소프트가 디셈버앤컴퍼니에 투자했다거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디셈버앤컴퍼니를 처음 설립한 사람은 김택진 대표였지만 당시에는 내가 창업할 돈이 없어 껍데기 회사만 받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이런 식으로 소문이 날 줄 알았다면 과거에 그러지 말았을걸 후회한 적도 있었다.

-자본금이 95억 원으로 상당히 크다. 어디서 투자 받았나. 김택진 대표가 지금도 최대주주라고 알려져 있는데.

▲김택진 대표가 현재 디셈버에 많이 투자한 것은 맞다. 그러나 정확한 주주 관계, 지분 현황은 공개할 수 없다. 김택진 대표는 계속해서 응원을 해주고 있는 정도다. 김택진 대표, 엔씨소프트와의 관계에 우리는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그냥 우리 회사 자체를 봐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개발한 엔진이나 앞으로 해나갈 사업들에 대해 김택진 대표가 지금 신경을 쓰고 있다거나 관여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최근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의 해외 진출 움직임이 있다. 디셈버도 해외 진출 계획이 있나.

▲안그래도 요즘 들어 해외 진출 같이 하자고 하는 증권사들이 몇군데 있긴 하다. 그러나 해외 비즈니스를 서두를 생각은 없다. 나도 과거 해외 투자를 해봤지만 해외로의 진출을 결심하고 시작하면 중간에 미끄러지더라도 무조건 가야한다. 신뢰 기반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중간에 스톱할 수가 없다. 국내에서 어느 정도 내실을 닦고 내부적으로 해외 서비스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된다고 생각할 때 시도할 것이다. 좋은 파트너가 나타나서 우리가 고민하는 것들을 다 해주겠다고 하면 긍정적으로 고려를 할 수는 있다. 다만 빠르지는 않을 것이다.


◆정인영 대표 약력
△2002년 서울대 전기공학부 학사 졸업
△2001~2002년 iMBC 전략기획실
△2002~2006년 한국기업투자 투자전략팀장
△2008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석사 졸업
△2009~2013년 엔씨소프트 투자경영실장
△2013~2016년 디셈버앤컴퍼니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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