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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시험대에 선 강남제비스코 3세들 [thebell note]

박창현 기자공개 2016-07-27 09:57:00

이 기사는 2016년 07월 20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든 것이 갑작스러웠다. 2011년 12월, 40년 간 강남그룹을 이끌어 오던 황성호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항년 60세. 못내 아쉬움이 남는 나이다. 그 해 갓 서른을 넘긴 두 아들, 황익준 사장과 황중호 전무가 지배구조 재편 중심에 선다. 먼저 가족간 협의를 거쳐 상속 절차가 이뤄졌다.

황성호 회장은 그룹 지주사격인 강남제비스코(제비표 페인트)를 통해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었다. 이 강남제비스코 경영권 지분을 두 아들이 나눠갖는다. 장남 황익준 사장이 가장 많은 19%의 지분을 상속받고, 차남 황중호 전무는 지분18%를 받아갔다. 단숨에 두 형제는 강남제비스코 1,2대 주주 자리를 꿰찬다. 강남제비스코 부산 본사와 서울 사옥도 모두 두 형제에게 상속됐다.

곧바로 경영 일선에도 뛰어든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그 해, 형제는 임원이 된다. 입사 9개월, 1개월 만의 일이다. 이듬해 지분 상속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되자 두 형제는 등기임원으로 선임돼 이사회를 장악한다. 올해 초에는 적통 후계자인 황익준 시장이 강남제비스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황중호 전무는 요직인 전략기획실장을 맡았다. 지분 상속과 이사회 장악, 대표이사 취임 등 4년에 걸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되는 순간이다.

3세 체제 개막과 함께 황익준 사장과 강남그룹은 새로운 도전의 파고 앞에 직면해있다. 지난 4년 간 내부를 추스리고 경영 승계에 온 힘을 집중하느라 잃어버린 것이 너무 많았다. 페인트업계 경쟁사들이 생산 시설을 늘리고 해외 투자에 집중하는 동안 강남그룹은 현상 유지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차이가 벌어졌다.

신규 투자 규모만 봐도 그 격차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강남제비스코의 연간 신규 투자액은 평균 61억 원에 불과했다. 자산 총액의 1~2%에 해당하는 미미한 수준이다. 경쟁사인 삼화페인트의 경우,강남제비스코의 4배 수준인 280억 원을 연간 투자 비용으로 썼다. 매출액 대비 연구 개발비 비중도 경쟁 업체의 절반인 2%대에 그쳤다. 시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시장 점유율 10%가 무너졌다.

강남제비스코도 이제서야 신규 증설 계획을 내놓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5년에 걸쳐 국내 공장 이전과 증설에 1000억 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사실상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젊은 오너의 패기일까. 후발주자의 도박일까. 어떤 전략이건 새롭게 강남그룹 호의 조타를 쥔 오너 3세들의 어깨가 무척이나 무거워보인다.

'상속자들,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이 드라마 카피만큼 강남그룹의 현재 상황을 잘 설명해주는 말이 또 있을까. 앞으로는 주가와 재무제표, 손익계산서의 숫자가 가업을 물려받은 오너 3세들을 평가하는 채점표가 될 것이다. 젊은 강남그룹의 진짜 도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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