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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28분' 무슨 일 있었나 [한미약품 올무티닙 쇼크]한미약품 "불성실공시법인 검토 요청", 거래소 "사실무근"

길진홍 기자공개 2016-10-06 14:18:17

이 기사는 2016년 10월 06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단순 업무상 실수인가, 아니면 계획된 늑장 공시인가. 한미약품의 공시 지연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악재성 공시 전 기관들의 잇단 주식 처분과 공매도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공개 정보 사전 유출 의혹에 휩싸였다.

한미
한미약품이 뒤늦게 절차상 시간이 지연됐을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한미약품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위법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어 주가 급등락으로 손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이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관 쌍끌이 자금 회수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오전 9시부터 28분간 한미약품 주식 5만 471주의 공매도가 이뤄졌다. 이날 한미약품은 9시 29분 베링거잉겔하임과 맺은 표적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이날 공매도 수량은 10만 4237주로 절반가량이 이 시간에 집중적으로 몰렸다. 9월 29일 오후 미국 제네틱과 1조 원 규모의 항암제 기술수출 공시가 나간 점을 감안하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악재성 공시가 나오기 전이었고, 전날 대규모 호재 공시가 있었는데도, 주가 하락을 예측했다는 얘기가 된다.

때문에 사전에 정보가 유출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장 시작 전에 악재성 공시가 나갔다면 기관 공매도는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기관들은 또 이날 모두 36만 주의 주식을 팔아 치웠다. 개인들은 37만 주를 매수했다. 공매도로 차익을 건지고, 동시에 선제적인 주식 매각으로 손실을 최소화 한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 가운데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거래가 확인되면서 계좌 소유자의 인적 사항 등 구체적 정보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에 패스트트랙 방식의 수사를 요청할지 여부도 검토 중이다

한미약품 주식거래량

◇거래소 vs 한미약품, 당일 행적 엇갈려

장 개시 후 28분간 일어난 일은 이번 사태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공시 지연의 의도성이 있었는지, 외부 개입 세력을 밝혀내는 수사의 단초가 될 수 있다.

한미약품과 거래소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이날 한미약품 직원이 거래소를 찾은 시각은 8시 30분이다. 공시담당자는 베링거인겔하임의 통지문 도착 시간과 내용, 한미약품의 공시 초안을 들고 왔다. 거래소 담당자와 8시 35분에 전화 통화가 이뤄지고, 8시 40분부터 공시 절차를 진행했다.

김재식 한미약품 부사장
<김재식 한미약품 부사장>
여기서부터 진술이 엇갈린다. 김재식 부사장은 "1조 원에 가까운 기술수출 계약이었으나 실제 받은 금액은 700~800억 원에 그쳐, 이 부분(마일스톤 계약)에 대한 차이를 설명하고, 공시 절차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막판 거래소 담당자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판매 공급계약이 50% 이상 변경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 해당 법인이 귀책사유가 없음을 입증하면 불성실공시에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지난해 해당 기술수출 공시 당시 이 같은 가이드라인을 거래소 측으로부터 전달받았다. 이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임원들은 당황했다. 현지 직원에게 거래소의 입장이 바뀌었는지 상황을 파악하라고 주문했다. 뒤늦게 문구 등을 수정하는데 28분이 흘렀다.

거래소 얘기는 다르다. 거래소 담당자는 장 시작 전 악재 공시를 내고,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와 문구 등을 검토하자고 했다. 또 먼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얘기를 꺼낸 적이 없다고 했다. 한미약품은 직원은 그러나 내부 임원과 전화 통화에만 매달렸다. 급기야 9시 4분 전 공시팀장이 나서 공시를 재촉했다. 돌아온 대답은 "이 건(문구는) 어때요?"라는 물음이었다.

◇팽창하는 바이오·제약산업, 제도보완 서둘러야

한미약품의 이번 사태에 외부세력이 개입했는지 여부는 금융당국과 검찰 조사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실무 착오로 벌어진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

다만 공시 지연으로 인해 기관들에게 공매도를 할 수 있는 틈을 내줬고, 개인들의 막대한 손해로 이어졌다는 데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의성 여부와 관계없이 바이오·제약업종 공시의 허점을 드러냈다는 데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일스톤 형식으로 이뤄지는 바이오·제약 기술수출 수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한미약품의 이번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 해지 공시는 전례가 없던 일이다. 한미약품과 거래소, 투자자 모두 모두 처음 겪는 일이다. 결국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산업이 발달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술수출 계약 변경공시가 흔한 일"이라며 "국내 제약산업 팽창과 맞물려 유사한 사례가 잇다를 가능성이 큰만큼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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