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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담보 사기, 수익지상주의·무사안일이 낳은 화" [크레딧 애널의 수다]②고수익 찾기 혈안, 리스크 관리 허술…"담보물 시장 이해도 높여야"

김병윤 기자/ 김진희 기자공개 2017-02-01 08:36:00

[편집자주]

'크레딧 애널리스트 3명이 모이면 지구가 망한다' 자본시장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그만큼 보수적이고 비판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그들의 수다는 어둡다. 그러나 통찰이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자본시장 내 불안요소가 드러난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그들을 만났다. 참여 애널리스트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소속과 실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17년 01월 26일 09: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레딧 애널리스트의 수다는 최근 자본시장을 뒤흔들었던 '육류담보대출(미트론·meat loan)'로 이어졌다. 육류담보대출은 유통업자가 보관물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허술한 담보확인증만 믿고 마구 대출을 해주는 행태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확산됐다. 대출 담보가치를 평가하는 중개업체와 수입·창고업체 등이 짜고 하나의 육류로 중복 대출을 받아낸 것이다.

잊혀질만하면 등장하는 금융사기 행위에 애널리스트들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나름 선진화된 금융시장이라고 자부하는 현실과 괴리가 큰 사건·사고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은 고수익만 추구하는 현실이 자아낸 피해라고 지적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새로운 금융상품 시장의 위축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동시에 수익성만 쫓기보다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도 수반돼야 한다는 데 모두가 동의했다. 또 동산이 담보물로 제공될 경우, 금융업 종사자들이 해당 담보물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A : 동양생명을 비롯한 제2금융권 금융사들이 육류담보대출에 연루됐다는 소식에 그저 황당할 따름이었다.
(※동양생명 등이 얽힌 육류담보대출 피해 규모는 6000억 원대로 파악된다. 육류담보대출 집행금액은 동양생명이 3803억원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인파트너스 676억원, HK저축은행 354억원, 효성캐피탈 268억원, 한화저축은행 179억원, 신한캐피탈 170억원, 한국캐피탈 113억원, 조은저축은행 61억원, 새마을금고 29억원, 세람저축은행 22억원 등도 육류담보대출 잔액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 : 지난해 문제가 됐던 경유펀드와 유사하다. 실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C : 담보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은 큰 문제다. 대출과 직결된 물건이 들락날락하는데 말이다.

A : 원칙상 담보물이 보관된 창고를 지키는 사람도 다 정해져있을 거다. 문제는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C : 보관만 잘 되면 안전한 금융상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데 아쉽다.

B : 이러한 사태를 계기로 금융시장 참가자 전원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 워낙 저금리 시대다 보니 금리만 좋으면 일단 하자는 분위기다. 아이디어만 좋으면 너도나도 한다.

C : 동의한다. 무조건 해보자는 분위기다. 워낙 상품이 쏟아지니 정작 리스크 파악은 힘든 상황이다.

B : 경유펀드의 경우 사건 주범이 증권사를 거의 다 돌면서 준비했다. 경유펀드 사고의 핵심은 기름 탱크 밸브를 지키는 주체가 허술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경유펀드를 진행하려했던 일부 증권사들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었다. 담보물에 대한 금융사의 경각심이 현저히 떨어지는 현실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A : 모든 금융상품이 마찬가지지만 수익성과 동시에 리스크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사회 : 앞서 언급했듯이 금융사들이 고수익 창출에 혈안이다. 동산담보대출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는지.

C : 커지기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사들이 하고 싶어 해도 금융당국의 제재가 심할 거다.

A : 동의한다. 금융당국도 심각성을 느꼈을 거다. 동양생명의 피해가 구체화되기 전 이미 시장에서는 조짐이 보였다. 앞서 내부적으로 동산담보를 파악한 금융사도 있었다.

B : 금융인들이 인정할 부분이 있다. 금융업 종사자들이 아무리 똑똑해도 다른 시장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다. 육류담보대출을 보면, 육류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보다 금융업 관계자들이 시장을 더 잘 알 수는 없다. 그 점을 인정하고 리스크 보완·담보물 관리 등 신경써야 한다.

C : 사기 피해가 끊이질 않는다. 모뉴엘·KT ENS 사건과 방식도 유사하다. 한 번 터지면 시장은 침체될 수밖에 없다. 금융사들이 깊이 반성해야 한다.
(※KT ENS 사태는 협력업체인 전주엽 NS쏘울 대표가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방식으로 은행에서 빌린 2800억원을 횡령한 후 잠적한 일이다. 모뉴엘은 수출실적을 부풀려 6개 은행에 3조 원이 넘는 대출을 신청했고, 은행들은 수출채권을 매입해 모뉴엘에 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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