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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의무보유확약 영향 점검]한 주라도 더 받자...SK바이오팜이 촉발한 확약 열기①사상 최초 비중 80% 돌파…따상 탄생 기여, 후속 빅딜 기본전략으로

이경주 기자공개 2021-05-04 13:32:36

[편집자주]

2020년 중순부터 시작된 공모주 광풍은 핵심 투자자인 기관들도 변화시켰다. 조금이라도 물량을 많이 배정받기 위해 의무보유확약을 대거 걸기 시작했다. IPO 시장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발행사와 기관, 일반투자자 모두가 고려해야 할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더벨은 의무보유확약 열기의 양상과 향후 시장 변화 등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8일 07:0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바이오팜은 2020년 공모주 광풍을 불러일으킨 주역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막혀버린 IPO시장을 일순간에 뚫어냈다. 9000억원 넘는 초대형 공모임에도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상된 후 당일 상한가)에 이어 따상상상(따상 이후 이틀연속 상한가)까지 이뤄냈다.

기저엔 이례적인 기관투자자들의 의무보유확약이 있었다. 확약비중이 전체 배정액의 80%가 넘었다. 상장 직후 공급(매도)보다 수요(매수)가 월등히 많아지자 주가가 폭등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현상이었다. 기관이든 일반투자자든 공모주주는 모두 단장기 시세차익을 누렸다. 이후 후속 빅딜엔 의무보유확약이 기본 전술이 됐다. 2021년 들어선 중대형딜로까지 저변이 확대됐다.

◇SK바이오팜, 펜데믹 국면 투심 흡수…따상·확약 신드롬 탄생

SK바이오팜이 기관수요예측을 진행한 것은 2020년 6월 17~18일이다. 당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다이나믹한 변동성이 드러났던 시기다. 같은 해 3월 증시가 폭락했지만 이후 동학개미운동으로 반등세로 돌아섰다. 증시를 후행하는 IPO시장은 불안감이 조성돼 있었다. 다수의 발행사들이 수요예측을 미루거나 포기했다.

SK바이오팜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유일한 투자처로 인식됐다. 투심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바이오업종인데다 대기업 계열사였다. 뇌전증 혁신 신약(엑시코프리)으로 국내 최초 미국식품의약국(FDA) 시판승인을 받았다는 매력적 소재도 갖췄다.

공모는 당시 분위기를 감안하면 대성공이었다. 기관수요예측 경쟁률이 835.66대 1에 달했다. 특히 내용면에서 이례적 현상이 나타났다. 기관들이 대거 의무보유확약을 걸었다. 전체 신청물량의 81.15%에 달했다. 공모액이 9000억원이 넘는 초대형 IPO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이었다. 직전 비중이 가장 높았던 초대형 IPO는 넷마블(2조513억원 공모)로 47.1%였다.


의무보유확약은 기관들이 배정받은 주식을 상장 후 일정기간 동안 팔지 않기로 하는 약속이다. 길게는 6개월, 짧게는 15일이다. 기간이 길수록 가점을 받아 더 많은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다. 단기 자금회수(엑시트)를 포기하고 물량을 더 받겠다는 의미다.

덕분에 상장 직후 유통물량이 극히 낮은 수준이 됐다. SK바이오팜은 대주주(지주사 SK)가 지분을 대다수 들고 있어 기본적으로도 유통물량 비중이 20%로 낮았다. 20%는 모두 공모주주 물량이었다. 그런데 공모주주 중에서도 과반을 차지하는 기관이 확약을 대거 건 덕분에 유통물량 비중은 11.2%로까지 하락했다.

인기 주식에 공급(매도)만 제한되자 주가가 치솟았다. SK바이오팜은 2020년 7월 2일 공모가 4만9000원으로 상장했는데 첫날 따상(12만7000), 이튿날 따상상(16만5000원), 셋 째날 따상상상(21만4500원)까지 기록했다. 일반 공모주주들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뒀다.

확약을 건 기관도 마찬가지다. 1개월 뒤(8월 3일) 주가는 17만5000원, 3개월 뒤(10월 5일) 14만500원, 6개월 뒤(2020년 1월 4일) 15만4500원을 형성했다. 장기 보유를 해도 공모가의 3~4배 가격으로 엑시트가 가능했다.

한 기관투자가는 “SK바이오팜 IPO는 특수한 상황에서 치러진 빅딜이었다. 증시는 반등세로 돌아섰는데 IPO시장은 여전히 불안감이 감돌았던 시기라 투자처가 많지 않았다”며 “SK바이오팜은 수급(유통물량 비중)이 우호적인데다 안정성이 높은 대기업 계열사라 당시 대부분 기관들이 올인을 하면서 확약비중이 크게 치솟은 것”이라고 말했다.

◇빅히트서부터 SKIET까지 기본전술…중대형딜로도 저변 확대

의무보유확약은 본래 성격상 기관이 선호할 수 없는 옵션이다. 증시 변동성에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평소에는 확약 비중이 10% 내외였다. 2020년 초부터 SK바이오팜 직전까지 총 13건의 IPO(스펙 제외)가 있었는데 평균 확약 비중은 9.36%였다.

2019년도 마찬가지다. 총 76건의 IPO가 있었는데 이중 14건은 확약이 아예 없었다. 나머지 62건의 평균 확약 비중은 11.7%였다. 빅딜이라고 비중이 높은 것도 아니었다. 한화시스템(공모액 4025억원)은 비중이 4.24%, 지누스(2416억원)는 13.73%에 그쳤다.

그런데 SK바이오팜 이후론 의무보유확약이 빅딜 기본전술이 됐다. 경쟁이 심화된 탓이다. 장기보유를 해도 최소 공모가에 적용된 할인율(20~40%) 만큼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깔려있었다.

같은 해 8월 말 수요예측을 한 카카오게임즈(3840억원) 확약 비중은 58.59%, 9월 말 하이브(옛 빅히트, 9625억원)는 43.85%였다. 올 들어서도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첫 조단위 공모를 3월 진행한 SK바이오사이언스(1조4917억원)는 59.92%, 4월 SKIET(2조2459억원 공모)는 63.20%다.

경쟁은 조단위 공모주자들이 최대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심화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 기관수요예측 경쟁률은 1275.47대 1로 코스피 IPO 역사상 가장 높았다. 그리고 한 달만에 SKIET가 1882.88대 1을 기록하며 최대치를 개신했다.

의무보유확약 열기는 중소형딜로도 확산되고 있다. 연초부터 4월 현재까지 총 29건의 IPO가 진행됐는데 확약이 걸리지 않은 딜은 하나도 없었다. 29건의 평균 확약비중은 20.74%다. 특히 공모액이 386억원인 소형딜 유일에너테크는 61.06%란 높은 확약 비중을 기록했다. 오로스테크놀로지(399억원)는 37.12%, 쿠콘(725억원)도 30.9%도 높다.

기관들이 리스크가 높은 중소형 딜에 대해서도 물량 경쟁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앞선 관계자는 “SK바이오팜 때는 그래도 기관 경쟁률이 900대 1수준이었는데 SKIET는 1800대 1로 높아졌다”며 “예전이면 확약 1개월을 걸어서 받을 수 있는 물량을 지금은 못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률보다 물량을 우선시할 경우 장기확약을 택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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