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SBVA를 움직이는 사람들]진윤정 상무, 미래 예측 '타임머신' 투자 전략 주목⑤꼼꼼한 시장 분석, 창업가 집중…명확한 고객층 중요, 혁신 기술 기업 발굴

이영아 기자공개 2024-03-12 08:15:12

[편집자주]

국내 톱티어 벤처캐피탈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가 손바뀜을 기점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날갯짓을 시작했다. 손태장 미슬토 회장을 새 주인으로 맞아 SBVA라는 이름으로 대항해 도전에 나선다. 2000년 벤처투자 첫 발을 뗀 하우스는 '창업가의 든든한 동반자'를 지향하며 지난 25년 동안 한국을 넘어 아시아 벤처 생태계를 대표하는 VC로 성장해왔다. 더벨은 지배구조 변화와 맞물려 또 한번의 점프업을 꿈꾸는 SBVA 핵심 구성원들의 면면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8일 0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술 혁신과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타임머신 전략'이다. 소비자 감도를 먼저 파악해 꼭 필요한 것을 만드는 팀이 살아남는다."

진윤정 SBVA 파트너(상무·사진)의 투자 철학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모험자본의 영원한 숙제다. 진 파트너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꼼꼼한 산업분석에 기반해 미래를 예측하는 수치를 도출한다. 확실한 비즈니스모델(BM)을 구축한 팀을 발굴한다.

'창업자 동반자' 하우스 철학 또한 늘 가슴에 새긴다. 특히 사람에게 주목한다. 새로운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잠재력 있는 창업자를 발굴하는 것에 집중한다. 유명 인테리어 블로거를 창업으로 이끈 '아마트멘터리' 일화는 이미 업계에서 유명하다. 따뜻한 진심과 명쾌한 시장 분석이 그의 특기로 평가된다.

진 파트너는 올해로 SBVA 입사 11년차를 맞았다. 손바뀜 이후 결성한 '2023 알파코리아펀드(2000억원)' 핵심 운용인력으로서 잠재력이 뛰어난 기업을 발굴해 투자할 예정이다. 늘 그래왔듯 기술은 기본값이다. 시장의 수요를 명확하게 충족하며 확실한 무기를 갖춘 보석같은 팀을 발굴하겠다는 포부다.

◇VC 투자가 가져올 '혁신 임팩트' 꿈꾸다

진 파트너는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에서 기업 인수합병(M&A)을 담당했다. 뉴욕과 홍콩 지사에 머무르며 기업공개(IPO)를 비롯한 굵직한 딜을 진행했다. 진 파트너의 특기인 '꼼꼼한 시장 분석' 또한 이때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막연하게 투자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이후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았다.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결정이었다. 진 파트너는 "당시 스탠퍼드대학교는 스타트업과 벤처업계에 관심이 많은 인재가 몰려들었기에 저 또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MBA를 마치고 '워크비자'를 받겠다는 실리적인 목적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로 향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 간직한 투자자의 꿈은 갈수록 커져만 갔다. 그동안 IB 업계에서 '자산을 불리고 지키기 위한 투자'를 경험했는데, 이와 정반대 급부인 '불확실성에 베팅하는 벤처투자'가 궁금해졌다고 한다.

진 파트너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택한 직장생활은 꽤나 힘들었다"면서 "정말 즐거운 일을 하면서 내 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일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자'는 목적으로 한국에 돌아왔다"면서 "다양한 직군의 사람을 만나며 교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과거 크레디트스위스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이덕준 D3쥬빌리 대표를 소개받았다. D3쥬빌리는 사회·환경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까지 고려하는 소위 '임팩트 투자'를 하는 회사였다. 이때 진 파트너는 처음으로 자신만의 투자 철학에 관한 고민을 진지하게 했다고 한다.

진 파트너는 "스스로 투자를 하며 세상에 어떤 임팩트를 주고 싶은지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많은 청년이 대학을 졸업해 정해진 길을 걷는 것 보다 창업하거나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길도 있다는 걸 깨닫게 돕는다면, 우리나라에 미칠 수 있는 최고의 임팩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SBVA 합류를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적절한 시기에 기회의 문이 열렸다. 2014년 이은우 소프트뱅크벤처스 아시아 부사장에게 입사 제안을 받은 것이다. 진 파트너는 "당시 이 부사장이 ‘기술을 잘 아는 심사역은 이미 많고, 다른 관점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 언급했다.

◇시장 분석은 기본, 창업가 향한 열정투자

진 파트너의 개인적인 투자 전략은 '타임머신'으로 요약된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왜 이 사업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둔다. 산업 분석은 기본값이다. 성장하는 시장에서 기회를 찾는다. 이후 창업가에 집중한다.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을 때 그 위에 잘 올라탈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인지 미리 판단하는 것이다.

산업의 흐름을 예측한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는 '고토(토코피디아)'이다. 2013년에 시리즈B 라운드 투자를 시작해 시리즈 C, D, E, 구주 라운드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약 360억원을 베팅했다. 비대면 산업군의 성장세에 주목했다. 차량공유, 핀테크, 온라인쇼핑 등 다양한 비즈니스 확장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혜안은 적중했다. 2013년 첫 투자 금액 대비 총 50배 이상의 회수 실적을 거뒀다.


아파트멘터리는 창업가의 잠재성에 주목한 투자다. '파워 블로거' 윤소연 대표의 반짝이는 가능성에 베팅했다. 윤 대표는 과거 공중파 방송사에서 9년간 편성PD로 근무했는데, 여가 시간에 운영한 ‘칼슘두유’라는 블로그가 인기를 끌었다. 집 리모델링 과정을 솔직하게 전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관련 서적을 냈는데 15쇄까지 나오며 큰 성공을 거뒀다. 진 파트너는 윤 대표에게 창업을 권유했고, 그렇게 아파트멘터리가 탄생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 또한 마찬가지다. 공식 웹사이트 문의(Q&A),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남기며 창업자와 접촉했다. 일면식은 없었지만 잠재력이 있는 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직접 창업가를 대면했다. '변화의 파도를 잘 넘길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SBVA 투자 이후 AI 시대가 본격 열리면서 업스테이지는 업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진 파트너는 "투자할 때 언제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창업팀의 주요 멤버들을 전부 만난 뒤 투자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에 열정이 넘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 올 수 있고, 갈등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잘 해결하는 팀이 변화를 잘 헤쳐 나가더라"고 전했다.

올해도 진 파트너의 타임머신 투자는 지속될 전망이다. '2023 알파코리아펀드' 핵심 운용인력으로서 뛰어난 창업팀 발굴에 나선다. AI, 로보틱스, 컴퓨팅 기술 등 정보통신기술(ICT) 혁신이 가져올 산업의 변화에 주목한다.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가는 초중기 스타트업을 적극 발굴할 예정이다.

진 파트너는 "지난 10년간 투자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은 '기술은 기본, 핵심은 고객'"이라며 "사업모델이 명확한 곳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마련인데,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잘 만드는 팀이 결국 살아남더라"고 했다. 이어 "기본(시장과 고객 분석)에 충실한 기업을 발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