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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모순' 보여준 사조그룹 [thebell note]

박창현 기자공개 2017-07-17 08:07:03

이 기사는 2017년 07월 12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배구조 투명성과 경영 효율성 제고. 지주사 전환에 나선 기업들이 단골 메뉴처럼 쓰는 표현이다. 지주사 체제는 단순한 소유 구조를 지향한다. 오직 지주사만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따라서 순환출자와 상호출자가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지주사 체제가 투명한 지배구조로 평가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지주사를 지배구조 개선이 아닌 오너일가 지배력 강화와 후계 승계를 위한 도구로 활용해 왔다. 이미 투명한 소유구조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너십 강화라는 일념 하나로 번거로움을 감수했다.

사조그룹은 지주사의 또 다른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사조그룹 지배구조의 근간은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다. 사조시스템즈를 정점으로 뻗어내려가는 순환-상호 출자 고리만 10개가 넘는다. 여기에 계열사 공동 출자 고리까지 더해지면서 말그대로 거미줄 같은 소유 구조가 구축돼 있다.

이런 사조그룹에 돌발변수가 터진다.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사조시스템즈가 지주사 요건을 갖추게 된다. 오너 3세가 소유하고 있는 사조시스템즈에 핵심 계열사인 사조산업 지분을 단기간에 몰아주면서 벌어진 일이다. 과정이야 어찌 됐건 지주사 전환의 원래 목적인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통한 주주 가치 제고가 기대됐다.

하지만 사조그룹은 사실상 지주사 전환을 포기한 모양새다. 사조시스템즈는 올해 7월 1일부로 시행된 지주사 자산 요건 상향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지주사 전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사조그룹은 지주사가 아닌 현행 지배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오너일가가 복잡한 지배구조를 활용해 그룹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돈을 들여 지분 정리를 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한쪽에서는 절대선으로 각광받고 있는 지주사 체제가 사조그룹에게는 번거로운 작업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지주사 전환 기업들은 지주사 규율 내용에 따라 감독당국의 철저한 감시를 받지만 사조그룹은 신경쓸 필요가 없다. 지주사 제외 신청을 하면 그만이다. 순환-상호 출자 고리도 계속 유지하면 된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강조하면서도 상호-순환 출자 기반의 지배구조가 더 효율적으로 비춰지는 현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사조그룹이 현행 지주사 체제에 던지는 메시지가 꽤나 묵직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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