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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보고라인 '단일'에서 '복합'으로 [이재용 경영 복귀]이 부회장, 경영 현안 직접 챙겨…최지성 부회장에서 주요 부문장 직접 보고로

김성미 기자공개 2018-02-06 08:02:14

이 기사는 2018년 02월 05일 15: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고받은 적이 없다. 재판 과정에서 알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판에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 삼성이 연루된 것과 관련해 상당 부분 혐의를 '보고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그동안 삼성의 보고라인은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에게 집중됐다. 이재용 부회장, 혹은 이건희 회장은 최 실장의 보고만 '단일'로 이뤄졌다. 이재용 부회장의 옥중 경영 과정에서 보고라인은 상당 부분 달라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옥중에서 주요 사안을 직접 챙겼다. 다만 미래전략실장이란 단일 라인이 아니라 주요 사업부문장이 직접 보고하는 '복합라인'이 됐다. 인사·전략·기획·재무라인은 물론 주요 사업 부문장도 직접 이 부회장을 찾거나 변호사를 통해 사안을 점검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이 부회장의 직접 보고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현안을 직접 챙기며 조직에 긴장과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5일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 협의 재판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부회장은 석방돼 자유의 몸이 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1년간 옥중에서 경영현안을 보고 받고 최종 의사결정을 내렸다. 최근 공시된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이슈나 주요 계열사 임원 인사 등도 이 부회장의 재가가 최종 확인된 뒤 이뤄졌다.

이 부회장의 보고라인은 옥중에서 이미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과거엔 삼성 주요 계열사 CEO들은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을 통해 보고를 했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은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 10일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전후에도 삼성그룹의 주요 현안을 챙기고 이를 이 회장에게, 혹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보고하는 역할을 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과 관련한 주요 지원 사안도 최 부회장이 챙겼다.

이 부회장은 정유라 승마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등에 대한 인식이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스포츠 재단에 대한 지원 및 출연 등은 미래전략실에서 챙겼던 사안으로 보인다.

과거 미래전략실은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이 보고라인의 정점이었고 산하 전략팀, 인사지원팀, 법무팀, 커뮤니케이션팀, 경영지원팀, 기획팀, 금융일류화추진팀 등 7개 팀장이 주요 그룹 현안을 챙기고 조율했다. 이 회장이 쓰러진 후 이 부회장은 최 실장으로부터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전달받는 정도였다.

미래전략실 해체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수감 이후 미전실을 통한 보고라인은 사라졌다. 보고 라인이 사라진 것도 있고 이 부회장이 주요 현안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중을 대내외에 알렸기 대문이다.

이 부회장은 구속 수감 및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현안을 몰랐다는 것에 대해 한탄하는 증언을 여러차례 했다. 실제로 지난 1년 여간 이 부회장은 주요 현안을 직접 챙겼다. 삼성은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각 계열사가 독립경영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주요 현안에 대해선 최종 결재가 필요하다.

2~3년간 적체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것도 이 부회장의 결재 후 진행됐다. 사장단 인사를 총괄하던 미래전략실이 사라져 각 계열사 별로 인사를 단행하게 됐고 이 부회장에게 보고 후 인사를 진행하다보니 삼성의 금융 계열사는 아직까지 인사를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액면분할 등도 당연히 이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주요 현안에 대해 담당 최고 책임자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고 있다. 노희찬 경영지원실장이 인사 관련 업무를, 정현호 사업지원TF팀장이 전략 전략 업무를, 김상균 법무실장이 법무 관련 업무를, 이인용 사회봉사단장이 커뮤니케이션팀 관련 업무를 보고하는 식이다. 이 부회장이 옥중에 있으며 보고 과정에 복잡해졌고 효율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부회장이 자유의 몸이 되면서 이같은 직접 보고 체계는 더욱 정교화되고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흐름에 따라 다양한 도전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구개발, 설비투자 등도 빠른 의사 결정과 판단이 필요하다. 글로벌 네트워크와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 뒤 판단을 해야 하지만 이 부회장은 옥중에서 제한된 정보 만으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개별 현안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삼성 관련 업무를 보고 받으며 회사 경영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알아가고 있지만 옥중경영에서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행 유예로 석방된 이후 이 부회장이 현업에 복귀하는 시간이 얼마가 될지 모르겠지만 직접 보고를 받고 현안을 챙기는 모습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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