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2월 26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약 개발은 어느 한 사람만의 공으로 된 게 아니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연구, 임상, 사업개발의 전 과정이 잘 들어맞아야 한다. 각 단계에서 탁월한 이들이 만나고 조화를 이뤄야 빛을 발한다."한국 신약 개발 1세대로 꼽히는 고종성 박사와 인터뷰 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국내 유전공학 태동기에 미국에서 관련 학문을 공부하고 돌아와 LG에서 초기 신약 개발을 주도했다. 10년 전 미국에 건너가 바이오벤처 제노스코를 만들고 신약연구에 몰두했다. 그렇게 발굴한 물질이 최근 유한양행을 통해 1.4조원에 얀센에 기술수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이다.
고 박사가 경험한 신약개발의 현장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신약후보물질이 치료제로서 상업적 가치를 갖춰가는 동안 바이오 벤처, 대형제약사, 병원 임상 현장에서 조력자들이 힘을 보탰다. 물적 기반을 제공하는 자본가도 필수다. 이들은 단계별로 각자의 역할을 담당했다.
요즘 한국 바이오업계는 신약개발을 꿈꾸는 바이오인들이 다양한 형태로 모임을 활성화하고 있다. 바이오벤처가 모여있는 대전 대덕테크노밸리나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에선 매달 정기적으로 '혁신신약살롱'이란 이름의 모임이 열린다.
그곳에 가보면 특별히 바이오업계에서의 '만남'이 갖는 무게감을 실감한다. 신약개발과 관련된 작은 성공에 서로 큰 축하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기술에 대한 스터디는 물론 기술계약이 이뤄진 신약 물질에 대한 성공 경험을 나눈다. 세밀하게는 계약상의 유의점까지도 묻고 답한다. 투자 전문가들도 참석해 의견을 주고받는다.
국내 뿐만 아니다. 미국에서도 재미한인 바이오종사자들을 중심으로 만남의 열기가 뜨겁다. 바이오텍이 밀집한 보스턴에서 정기적으로 '디너앤런(Dinner & Learn)'이란 모임을 통해 연구소, 벤처, 빅파마, 투자사 관계자들의 교류가 확대되는 중이라고 한다.
고 박사는 인터뷰 말미에 레이저티닙이 글로벌파마에 기술수출될 수 있었던 숨은 원동력은 '복된 만남'이었다고 회상했다. 신약 개발은 무형의 상태로 적어도 10년은 지나야 빛을 보는 지난한 과정의 연속이다. 그 속에서 사람 그 자체가 빛을 발하고 사람간의 시너지가 곧 핵심 자산이 된다. 어렵지만 그래서 더 의미가 깊다.
최근 한국 바이오인들은 다양한 교류를 통해 신약개발의 저력을 제대로 키워가고 있다. 한국 바이오업계의 무수한 만남들이 신약 성공의 경험으로 속속 이어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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