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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엔픽셀, 자금난에 사업 개편·인력 이탈 '흔들' "비용 효율화 차원" 야심작 '크로노 오디세이' 사업부 별도 분사 타진

김예린 기자공개 2023-11-24 07:59:03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1일 13: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게임사 엔픽셀이 야심작으로 내놨던 '크로노 오디세이' 개발팀(이하 크로노스튜디오)을 자회사로 분사한다. 긴축 경영을 위한 사업구조 개편으로,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내부 인력 이탈도 본격화되고 있다. 자본시장에서 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사세를 확장했던 엔픽셀이 유동성 경색과 게임시장 위축 속에서 흔들리는 모양새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엔픽셀은 최근 크로노스튜디오를 분사해 자회사로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사업 확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운영 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내년 초 분사 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으로,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이와 같은 내용을 공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엔픽셀은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크로노스튜디오 분사 발표와 함께 앞으로는 ‘그랑사가’, 새로 개발 중인 게임 ‘이클립스’ 게임을 제외한 나머지 프로젝트는 사실상 중단하겠다는 방향성도 제시했다. 또 비용 효율화 차원에서 내년 1월부터 식대 지원을 중단하고 명절 상품권 지급 등 복지혜택을 축소한다고 밝혔다.

크로노 오디세이는 엔픽셀이 2020년 첫 공개된 판타지 MMORPG(대규모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다. 2021년 출시한 ‘그랑사가’가 초반 구글 매출 3위까지 올라갔으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적자 상태에 돌입했고, 엔픽셀은 크로노 오디세이를 야심작으로 내세우며 개발에 속도를 냈다. 크로노 오디세이에 투입한 금액만 600억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개발 3년만에 자회사로 분리돼 핵심 사업에서 배제되면서 동력을 잃게 됐다.

분사한 크로노스튜디오 법인은 사무실을 현재 본사가 위치한 강남 센터필드에서 다른 건물로 이전할 예정이다. 엔픽셀 측은 자금난을 이유로 신입 채용 역시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황이다. 크로노스튜디오는 엔픽셀 전체 직원 400명 가운데 120명 넘는 인원이 속해 있는 조직이다. 그러나 거듭된 인력 이탈로 현재 100명 안팎 인원만 남은 것으로 전해진다.

분사 발표 이후 내부 직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퇴사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미 불만이 담긴 글이 올라온 상황이다. 자회사 분사 후 희망퇴직은 아직 계획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희망퇴직을 받지 않는 건 위로금과 실업급여 주지 않기 위해서 아니겠느냐는 불만도 감지된다.

엔픽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사업 확장 가능성이 없는 조직을 돈이 없다는 이유로 분사시키겠다는 건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서 복지를 줄이고 연봉을 동결시키는 등 회사에서 투입해야 하는 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게임 개발은 결국 인력이 중요한 사업인데, 퇴사자가 늘어나는데도 신규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엔픽셀은 2017년 간판을 단 게임 스타트업이다. 창업자인 배봉건·정현호 공동대표는 2013년 넥서스게임즈(현 넷마블넥서스) 창업한 경험이 있으며 '세븐나이츠'를 흥행시킨 이력이 있다. 대표들의 커리어와 그랑사가의 초기 흥행에 힘입어 펀딩에도 성공했다. 2020년 알토스벤처스, 홍콩계 사모펀드 ASPEX Master Fund, 새한창업투자 등으로부터 750억원을 유치했다.

2021년에는 새한창투로부터 1000억원을 추가로 조달했다. 이때 기업가치 1조원을 인정받아 국내 게임업계에서 최단기간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게임업계 불황이 길어지는 데다 IP(지적재산권) 흥행 부진에 따른 적자 구조 심화, 펀딩 실패 등으로 거듭 진통을 겪는 모양새다. 엔픽셀의 작년 영업이익은 670억원으로 전년 945억원 대비 쪼그라들었다. 영업손실 규모도 작년 376억원에서 올해 421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엔픽셀 측은 “불확실한 시장 환경 속에서 더욱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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