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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미래에셋글로벌리츠 유증 주관사, 잔액인수 피했다유상증자 논의 초기부터 모집주선만 제안…증권사도 인수여력 줄어든 상황

이정완 기자공개 2023-12-01 07:13:41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7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 물류센터에 투자하고 있는 미래에셋글로벌리츠가 유상증자에서 투자자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지난해 46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한 뒤 1년 만에 시장을 다시 찾았으나 약 250억원을 조달하는데 그쳤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의 유상증자는 준비 단계부터 부담이 크다고 평가받았다. 조달 파트너인 IB(투자은행)에서도 처음부터 잔액인수 계약을 맺지 않고 단순 모집주선만 맡겠다고 제안했다. 주요 상장리츠 유상증자 중 증권사가 실권주에 대한 인수를 책임지지 않은 사례는 찾기 드물다.

◇1년만 재도전했지만 40%대 청약률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유상증자 청약 절차를 마치고 다음달 6일 신주 상장이 예정돼있다. 청약 결과는 올해 이뤄진 다른 유상증자에 비해서도 부진하다. 총 2451만주를 발행하려 했으나 구주주와 일반공모를 합쳐 1054만5940주만 청약이 완료됐다. 최종 청약률이 43%에 불과한 셈이다.

청약 부진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부동산 투자심리가 차갑게 식은 탓에 상장리츠의 유상증자가 원활하지 못하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 역시 지난해 7월 미국 물류센터 추가 자산 편입을 위해 4600억원 규모 증자를 계획했으나 증시 악화로 철회를 발표한 적이 있다.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이 유사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61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마친 SK리츠도 80%대 최종 청약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미래에셋글로벌리츠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르다. 조달 파트너로 참여한 증권사가 잔액인수 계약을 맺지 않아 실권주가 발생하면 그만큼 조달 규모가 줄어드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달 중순 주당 모집가액을 2340원으로 확정해 574억원을 모으려 했는데 청약 결과에 따라 조달 금액이 247억원으로 줄어든 이유다. 앞서 유상증자를 실시한 신한알파리츠,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 SK리츠는 모두 불안한 여건 속에서도 잔액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가 유상증자를 준비할 때부터 증권사 측에서 잔액인수가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10월 초 이사회 결의를 거쳐 공시됐는데 하반기 유상증자 논의를 본격화할 때부터 해외 부동산 관련 악재가 터진 탓에 투심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이 무렵 홍콩, 미국, 유럽 등에 투자한 자산의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는 소식이 쏟아졌다.

유상증자 주관사단 선정에서도 이 같은 고심이 드러난다. 신한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공동대표모집주선사를 맡고 DB금융투자가 모집주선사로 동참했는데 세 회사 모두 2021년 IPO(기업공개) 때에는 주관사단에 참여하지 않았다. 통상 상장 주관사가 유상증자 파트너로 동행하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다. 당시 미래에셋증권, KB증권이 공동대표주관사, NH투자증권이 공동주관사를 맡았다.

IB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에서 미래에셋글로벌리츠에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부담을 모두 안기 힘들다고 말했고 리츠 측에서도 이를 인지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투자자도 '국내 오피스'만 찾는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지난 14일 유상증자를 앞두고 실시한 IR(Investor Relations)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편입을 계획한 물류센터의 안정성을 알리는데 주력했지만 투자자 선택을 받지 못했다. 미국 텍사스, 플로리다, 인디애나에서 3곳의 물류센터를 가지고 있는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미국 휴스턴에 위치한 아카데미 휴스턴(Academy Houston) 지분 80% 이상을 매입하려 했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 측은 아카데미 휴스턴의 높은 임대율은 물론 임차인인 아카데미 스포츠 앤 아웃도어(Academy Sports and Outdoors)의 실적 상승세를 강조했다. 이에 더해 글로벌 톱 자산운용사가 주요 투자처로 물류 섹터를 삼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 IR 자료 중 발췌
지분 매입을 위해 유상증자 성공을 조건으로 담보대출까지 계획해뒀으나 증자에 차질이 생긴 탓에 편입 절차에 문제가 생겼다. 결국 지난 24일 아카데미 휴스턴 일부 지분 인수를 통해 자산편입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자 반응을 놓고 상업용 부동산 투자자는 국내 오피스만 안정적으로 여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리츠업계 관계자는 "미국 물류센터 안정성이 공실률 압박이 큰 오피스에 비해 높다고 해도 해외 부동산 자체에 대한 우려가 커진 만큼 선뜻 투자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최근 기관투자자는 국내 오피스가 아니면 잘 들여다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 상황 탓에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한 증권사가 모집주선만 결정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대형 증권사 자체적으로도 해외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져(Exposure) 부담이 큰데 실권주가 발생해 인수까지 담당하면 리스크가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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