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1월 29일 07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연말은 춥다. '레고랜드'가 덮쳤던 지난해 말 못잖다. 기관투자자(LP) 북 클로징과 맞물리며 신규 딜이 귀해졌다. 투심 한파에도 딜 클로징에 성공한 프라이빗에쿼티(PE)와 IB 관계자들에겐 축하 인사를 보낸다.이 와중에 눈길을 끄는 엑시트가 있었다. 얼마 전 한국투자파트너스(이하 한투파)·프랙시스캐피탈의 두산로보틱스 투자금 회수다. 두 PE는 2021년 말 투자 후 불과 2년 만에 6배에 달하는 수익을 달성했다. 개인적으론 수익보다도 미래산업에 과감하게 베팅한 이들의 철학과 배짱에 더 높은 평가와 의의를 둔다.
과거부터 로봇산업은 '예정된 미래'였다. 로봇의 전망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누구도 섣불리 투자하진 못했다. 한투파·프랙시스가 투자를 단행한 2021년도 다르지 않았다. 두산로보틱스는 기대는 받았지만 소위 '숫자'는 나오지 않는 투자처였다.
여러 재무적투자자(FI)가 투자를 타진했지만 한편으론 촘촘한 다운사이드 프로텍션을 걸었다는 후문이다. 산업과 기업을 바라보는 불안이 컸다는 방증이다. PE보다는 벤처캐피탈(VC) 성격이 짙은 투자였다.
결과적으로 두산로보틱스 프리 IPO는 로봇산업 한 획을 그은 투자였다. 투자금을 바탕으로 상장까지 성공했다. '키다리 아저씨' FI가 한국 로봇산업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수익보다 더 큰 의미를 챙긴 셈이다.
PE가 모험 자본처럼 미래 산업에 베팅한 사례는 또 있다. 에코프로비엠 투자건이다. 201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2차전지 존재감은 미미했다. 기껏해야 스마트폰 배터리, 무선 전동공구 부품 수준이었다. 전기차 시장은 개화 전이었다. 2차전지가 빛을 볼 '그때'가 언제인지는 그 누구도 몰랐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뛰어든 PE들이 있었다. bnw인베스트먼트·SKS PE, 그리고 세컨더리 투자를 감행한 LB PE가 거론된다. FI 투자 후 불과 몇년 사이 에코프로그룹 가치와 위상은 천문학적으로 상승했다. 초기 투자자로서 PE가 제공한 유동성은 2차전지 산업 디딤돌이다.
현재 펀딩 시장은 극도로 어렵다. 성장 실탄이 필요한 유망기업에게도 가혹한 한 해였다. 실제 여러 기업이 투자를 받지 못해 위기에 처했다. PE가 추진하던 딜 여럿도 무산됐다. 투자 난도가 높을수록 PE는 '숫자'가 나오는 안정적 투자처를 찾는다. 성장 자금 투자보다는 하방을 막아둔 구조화 금융 투자에 손이 가는 게 당연지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 산업에 대한 PE들의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유망기업 투자는 실패 가능성도 크다. 과감한 베팅이 무리한 투자란 화살로 돌아오기도 한다. 투자자가 짊어지는 숙명이다. 그래도 시장은 계속된다. PE가 써내려 갈 제2의 두산로보틱스 투자 스토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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