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유통 포트폴리오 점검]네파, 인수 직후 불어닥친 '아웃도어 한파'⑪시장 규모 축소와 함께 ‘옥석 가리기’, ‘투자→효율화’ 경영 방식도 변화
김혜중 기자공개 2025-05-07 08:17:14
[편집자주]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사모펀드의 방만 경영에 대한 경각심이 깊어지고 있다. 부실 기업의 내실을 다지고 사업 효율성을 높여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지만 기업의 펀더멘탈이 약화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반대로 사모펀드의 경영 아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고 경영이 정상화된 사례도 존재한다. 더벨은 사모펀드의 유통 기업 인수 과정부터 이후의 경영 환경 변화를 하나씩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9일 07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BK파트너스는 아웃도어 의류 시장이 전성기를 달리던 2013년 ‘1조원’을 베팅하며 네파를 인수했다. 역대 최고 매출액을 경신하는 등 성장 궤도에 올랐고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매력을 느꼈다.다만 인수 직후 아웃도어 시장은 주춤하기 시작했고 엑시트 역시 요원했다. 인수 13년차를 맞이했지만 여전히 실적은 둔화되고 있다. 이에 기존 투자에 방점을 뒀던 경영 방식은 브랜드 리뉴얼, 물류센터 통합, 해외 법인 청산 등의 효율화로 수정된 모습이다.
◇'무차입 경영·1000억대 EBITDA' 안정된 펀더멘탈 '투자 유인'
네파는 2013년 MBK파트너스의 품에 안겼다. 2013년 1월 MBK는 네파 최대 주주였던 김형섭 전 대표와 특수관계인 지분 53.8%를 6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2012년 유상증자를 통해 2대 주주로 자리하고 있던 유니타스캐피탈도 3월 태그얼롱을 행사하기로 결정했고, 보유 지분 30.8%를 3400억원에 넘겼다.
이후 최초 계약시 참여하지 못했던 특수관계인 지분 3.25%를 같은 가격에 인수하기로 결정했고, MBK는 취득 지분율을 87.43%까지 늘렸다. 거래 전체 규모는 9731억원이고, MBK는 네파 주식 1주당 26만6346원을 책정했다. 네파 전체 지분가치는 총 1조1130억원으로 산정됐다.

MBK파트너스는 특수목적법인(SPC) 티비홀딩스를 설립해 인수 주체로 내세웠다. 1조원 규모로 설립된 티비홀딩스에 MBK파트너스가 3900억원을 출자했고, 김 전 대표가 네파 지분매각대금 중 일부인 1000억원을 재출자했다. 나머지 금액은 인수금융으로 충당했다. 지분 87.43%를 취득한 MBK파트너스는 곧바로 잔여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를 단행했고, 주당 16만원으로 870억원을 투입해 지분율을 100%로 끌어올렸다.
인수 당시 네파는 아웃도어 시장의 활황과 함께 최고실적을 기록하는 등 전성기를 달리고 있었다. 2013년 기준 매출액은 4704억원, 영업이익은 1182억원이었다. 연간 EBITDA는 1236억원으로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과 더불어 총차입금은 0원으로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고 있었다.보유 현금만 2316억원 수준으로 확실한 펀더멘탈을 보유 중이었다. MBK가 ‘1조원’을 네파에 베팅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인수 이후 국내 아웃도어 의류 시장은 주춤하기 시작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2014년 7조원까지 늘어났다가 2020년 2조388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네파의 매출액도 4732억원에서 280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2006년 1조2000억원 규모에서 시장 자체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에 MBK가 인수를 단행한 셈이다.
2024년 기준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5조3000억원 수준으로 일부 회복한 상태지만 네파는 여전히 어려운 경영환경을 보내고 있다. 2024년 매출액으로 2973억원, 영업이익 마이너스(-) 8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대비 매출액은 5.2% 빠졌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옥석 가리기' 심화 속 '수익성 개선'으로 선회
인수 당시 충분한 성장성을 입증하고 있었다는 점과 더불어 네파는 별도의 생산시설 등의 유형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았던 탓에 MBK파트너스는 인수 초기 ‘효율화’에 방점을 둔 경영을 펼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사회 내에는 MBK 측 임원을 배치하면서 통제력을 높이긴 했다.
인수 이전부터 네파를 이끌어오던 김형섭 대표이사도 그대로 유임시켰다. 이와 함께 기존 사내이사 및 기타비상무이사는 일제히 사임했고 그 빈 자리를 네 명의 MBK측 임원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채웠다. 다만 김 전 대표는 2014년 부회장으로 승진함과 동시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MBK는 전문경영인으로 제일모직 출신의 박창근 전 대표이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 체제 속 네파는 비우호적인 경영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에 열을 올렸다. 2020년까지의 중기 투자 계획을 밝혔고 △마케팅 1800억원 △매장 리뉴얼 700억원 △연구개발 400억원 등 2900억원 상당의 투자 계획도 밝혔다. 업계 내 옥석 가리기가 심화되는 상황 속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다만 투자에도 불구하고 업황 자체의 둔화 및 경쟁 과열로 실적은 쉽게 회복하지 못했고, 박 전 대표는 2015년을 끝으로 네파에서 물러난다. 이후 삼성물산, 신세계인터내셔날 출신 이선효 대표이사를 영입했고 체질 개선 및 쇄신에 방점을 둔 경영을 펼치기 시작했다.
우선 브랜드 정체성부터 손봤다. 새로운 슬로건으로 '조이 오브 네이처(Joy of Nature)'를 제시했고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공식 온라인몰은 '엔플러스(Nplus)'로 개편하며 변화하는 소비 환경에 맞춰 온라인 서비스도 고도화시켰다.
2024년에는 기존 인천과 안성 두 군데로 나눠서 운영되던 물류센터를 한 곳으로 통합시켰다. 자동화 공급망 관리 시스템 등을 구축해 운영 효율성을 제고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법인 ‘NEPA Chamonix SAS’을 청산하면서 해외 사업 역시 재편 중이다. 프랑스 법인은 자본잠식 상태로 매년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로써 네파가 보유한 해외 법인은 중국 한 곳으로 축소됐다.
네파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는 국내 사업 안정화와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 상황을 고려해 해외 확장에는 신중한 접근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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