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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제약 오너십 체인지]차입 500억에 회생신청? 오너 분쟁에 기업 존폐 기로③단 4시간만에 결정, 이사회 나원균 대표가 장악…이양구 회장 임총 소집 제동

이기욱 기자공개 2025-05-09 07:18:57

[편집자주]

1957년 설립된 동성제약은 지사제 정로환과 살충제 비오킬 등 일반의약품과 염모제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온 68년 업력의 제약사다. 작년 말부터 오너 3세인 나원균 대표가 경영 일선에 서며 후계 구도가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분 승계가 마무리되기 전 최대주주가 지분 전량을 외부에 매각하면서 경영권 향방이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됐다. 더벨은 동성제약 오너십 변화의 배경과 과정에 대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08일 08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성제약의 경영권 분쟁이 결국 기업 생존으로 연결되는 악수로 이어졌다. 현재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나원균 대표이사가 돌연 기업회생 절차를 법원에 신청하며 이양구 회장 측의 경영권 확보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동성제약은 작년 영업이익 적자 전환과 지속적인 금융비용 증가로 재무구조가 악화되기는 했지만 경영난이라고까지 볼 정도는 아니다. 일반적인 회생 단계 기업들과 비교해 재무건전성이 양호하다.

경영정상화라는 걸 표면에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새로운 최대주주의 주주총회 등을 통한 경영권 박탈 시도를 중단키 위한 결단으로 보인다.

◇이사회 결의 후 신청까지 4시간 속전속결

동성제약은 7일 기업회생을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단 4시간이라는 단 시간 내 처리된 것으로 파악됐다. 동성제약은 이날 오전 8시 이사회를 개최해 3인 전원 찬성으로 빠르게 '회생절차 개시 신청의 건'을 의결했다.

동성제약 이사회 구성원은 나원균 대표를 비롯해 CFO인 원용민 전무, 남궁광 사외이사로 이뤄져 있다. 원 전무와 남 사외이사는 각각 작년 11월, 올해 3월 선임된 인사들이다.

둘 모두 작년 10월 나 대표의 대표이사 취임 및 이양구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 이후 이사회에 합류했다. 사실상 나 대표 측근이다. 결과적으로 나 대표의 의중으로 기업회생 절차가 이뤄진 셈이다.


의안을 상정한 이는 이사회 의장인 나 대표였다. 이사회는 가결 이후 신청일도 대표에게 위임했다. 나 대표는 이사회 종료 후 곧장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접수했고 11시 43분 접수가 완료됐다. 이사회 논의부터 신청까지 4시간도 소요되지 않았다.

이 회장 역시 나 대표에 맞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16일 결정된 51만8537주 유상증자에 대한 '신주상장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신주를 인수하기로 한 태양광발전 컨설팅 기업 에스디에너지가 같은 달 23일 납입까지 완료했으나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됐다.

신주 발행 후 지분율은 1.9%다. 이 회장 측과 나 대표 측의 지분 격차 현재 약 2.9%포인트 정도인 점을 감안할 때 상장 여부는 향후 경영권 분쟁 향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생절차 개시 신청으로 인해 이양구 회장의 경영권 탈환 시도는 일시적으로 제동이 걸리게 됐다. 이 회장은 지난달 23일 브랜드리팩터링에 자신의 지분을 매각한 이후 50일 이내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정원 확대 및 이사진 교체 등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검토는 약 1~2주의 기간이 소요되며 만약 회생절차의 돌입하게 되면 기존 대표가 관리인으로서 회사 경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개시 결정이 나면 임금, 조세 등을 제외한 기존 채무 상환 의무가 당분간 사라진다.

◇순차입금 비율 100% 미만, 유동자산 약 700억

동성제약은 영업이익 손실 전환과 지속적인 금융비용 상승 등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상황이다. 작년 동성제약의 매출은 884억원으로 전년 886억원 대비 소폭 줄어들었고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상승으로 영업이익은 6억원 이익에서 66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은 9억원에서 77억원으로 8배 이상 늘어났다. 2022년 17억원이었던 금융비용이 2023년 34억원, 작년 44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재무 부담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 동성제약은 공시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 및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보전'을 위해 회생절차를 개시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적 및 재무구조가 악화됐다고 하더라도 경영난을 논하기는 섣부르다. 작년 말 기준 동성제약의 부채비율은 175.31%로 전년 말 188.87% 대비 13.56%포인트 하락했다.

100% 이상의 높은 비율을 기록 중이지만 일반적인 회생절차 신청 기업과 비교하면 자력으로 충분히 개선이 가능한 수치로 평가된다. 최근 회생절차로 큰 파장이 일었던 홈플러스의 경우 2023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3000%를 넘겼으며 한국피자헛은 부채 453억원에 자본은 177억원 마이너스 자본 상태였다.


동성제약의 총 부채는 967억원으로 이 중 520억원이 신주인수권부사채와 교환사채 등이 포함된 차입금이다. 순차입금 비율은 88.51%로 100% 미만을 기록했다.

1년내 만기 도래 부채의 비중이 높다는 점은 부담이다. 매입채무와 기타 채무를 포함해 총 831억원이 올해 내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차환이 수월한 단기차입금이 358억원으로 4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동성제약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1억원에 불과하지만 기타금융자산 72억원과 기타 유동자산 61억원 등을 포함한 전체 유동자산은 682억원이다. 매출 채권 290억원의 회수와 단기차입금 차환 등으로 올해 만기도래 부채를 대응해 나갈 수 있는 수준은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회생절차를 개시한 건 결과적으로 새로운 최대주주로의 경영권 이양 시도를 무력화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주주총회 및 이사회 권한 상당부분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현재 새로운 최대주주인 '브랜드리팩터링'은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경영진 교체를 추진했지만 나 대표가 중심인 이사회의 거절로 무산됐다.

소송 및 기업회생 등과 관련해 현재 동성제약 사내이사인 원 전무는 더벨과의 통화에서 "자세하게 할 말이 없다"며 "공시를 참고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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