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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현대차 들러리? 졌지만 승자? [한전 부지 인수전]입찰가 약 6조 차이.."과다 투자 비난서 벗어났다" 안도

문병선 기자공개 2014-09-18 15:25:00

이 기사는 2014년 09월 18일 12: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이 결국 현대자동차그룹에 무릎을 꿇었다. 10조 원이 넘는 상상을 초월하는 베팅을 감행한 현대자동차그룹에 비해 약 4조5000억 원가량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 삼성그룹은 이번 한전 부지 인수전에서 '2인 이상 유효 입찰'을 성립시켜주는 것으로 '들러리' 역할만 했다.

하지만 승리한 현대자동차그룹은 두 응찰자의 가격 격차가 워낙 커 오히려 "과다 투자" 지적을 받고 있고 패배한 삼성그룹은 "무리한 투자 비난에서 비켜갔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삼성동 한전본사 전경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 전경(출처=한국자산관리공사)
18일 한국전력공사 및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한국전력 본사 부지 및 건물 인수 낙찰자로 현대자동차가 선정됐다. 낙찰가는 무려 10조5500억 원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4조5000억 원가량을 입찰가로 써 낸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그룹 핵심 관계자는 "4조 원 가량을 써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번 입찰 관련 관계자는 "4조5000억 원을 써낸 것으로 안다"며 "부지 개발비와 수익성 등을 감안하면 그 이상의 금액을 써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결과만 놓고보면 삼성그룹의 패배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한전 부지를 인수해 그룹의 글로벌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통합사옥과 자동차를 소재로 한 테마파크, 컨벤션센터, 한류체험공간 등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수십개의 계열사가 따로 떨어져 있어 통합 사옥이 절실했던 만큼 부지 인수에 총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도 과거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개발 계획을 세워 놓는 등 '삼성동 시대'를 열기 위해 이 부지 인수를 원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결과적으로는 부지 인수에 더 적극적이었던 현대자동차그룹을 도와 유효 입찰을 성립시켜주는 역할에 그쳤다.

만일 삼성그룹이 입찰에 나서지 않았다면 삼성동 한전 부지 매각은 유효 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됐을 상황이라는 점에서 '들러리'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전자자산처분시스템(온비드)에 따르면 총 입찰자는 13명이었다. 이 중 11명이 무효 입찰자로 처리됐다. 유효 입찰자는 2명 뿐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막판까지도 신중했던 삼성그룹이 결과적으로 현대차를 도와 유효경쟁을 성립시켜주는 일을 했다"고 했다.

그러나 두 응찰자의 입찰 가격 격차가 대략 6조 원에 달한다는 점은 삼성그룹의 '들러리' 논란을 씻어주는 사실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9조 원을 베팅하고 현대자동차그룹이 10조 원을 써냈다면 경쟁이 붙어 이해가 되지만 삼성이 4조5000억 원을 써 낸 상황에서 현대자동차가 무려 10조 원 이상을 써낸 것은 두 그룹간 경쟁보다 한쪽의 일방적 베팅에 의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다. 삼성그룹 또 다른 관계자는 "여러 이슈를 피했다고 생각한다"며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더 많다"고 했다. 그는 "현대차의 베팅 금액을 보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삼성은 적절한 가격을 써 낸 것"이라고 했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 입장에서는 이미 부동산이 많기 때문에 되면 좋고 안 되도 그만이었으나 현대차는 꼭 통합사옥이 필요했고 절실함이 결과를 갈랐다"며 "삼성은 과다하게 베팅하기 보다 꼭 맞는 금액을 써내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승리한 현대자동차의 베팅금액에 대해 감정평가 업계 한 관계자는 "처음에 눈을 의심했다"며 "이 부지를 개발해 수익성을 내기 힘든 생산원가가 나왔고 삼성그룹 베팅 금액 정보 부재에 대한 논란이 현대차 안팎에서 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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