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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잃은 이대상권, 뾰족한 수 없이 '침체' [서울 상권 대해부]보세패션몰 실패 후 몰락…중국인 관광객 유입되지만 한계

고설봉 기자공개 2014-12-17 10:05:00

이 기사는 2014년 12월 15일 15: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과거 대학가상권을 넘어 대한민국 패션을 선도하던 이대상권이 긴 침체를 겪고 있다. 대형쇼핑몰의 흥행 실패로 보세패션 매장들이 주저앉았다. 최근에는 대학가상권의 명맥을 유지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이다.

이대상권의 지리적 범위는 지하철 2호선 이대역에서 시작해 이화여대 정문을 거쳐 신촌역까지 이르는 'ㄱ자'형 도로와 신촌로(대로) 사이의 대로변 및 이면을 아우르는 지역이다. 신촌상권과 연접해 있지만 분리된 독자 상권이다.

이대상권의 중흥기는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다. 이 시기 상권의 대로변으로는 스포츠브랜드 및 메이저 패션브랜드 매장이 즐비했다. 이면으로는 독특한 개성과 유행을 선도하는 보세의류 및 개인 디자이너 매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랜드그룹도 이 시기 이대상권의 2평짜리 매장에서 시작했다.

이렇듯 패션의 메카였던 이대상권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쇼핑의 1번지였다. 따라서 각종 보세의류, 액세서리, 잡화 등의 매장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간혹 패스트푸드 매장 및 카페가 입점해 있을 뿐 식사나 모임 등을 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쇼핑을 마친 소비자들은 인근의 신촌상권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상대적으로 먹거리, 카페 등 식음시설이 풍부한 신촌상권과 상호보완하며 성장해왔다.

이대상권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이대상권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전국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동대문형 보세쇼핑몰을 표방해 개발한 '예스에이피엠' 쇼핑몰의 실패가 상권의 명운을 갈랐다. 쇼핑몰이 활성화에 실패하자 상권 자체가 침체에 빠졌다. 이후 회생하지 못하고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상권분석 전문가 이동열 어반에셋 이사는 "동대문형 쇼핑몰 개발의 전성기가 지난 시점에 시작해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았고, 대형 아웃렛의 출현으로 대기업 브랜드 의류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되는 등 소비행태의 변화가 일어나며 예스에이피엠이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예스에이피엠의 실패는 단순히 쇼핑몰 투자자의 경제적 손실에서 그치지 않았다. 패션몰이 이대상권의 핵심지역에 들어선 데다, 부지만 2000여평이 넘는 대규모여서 그 파장은 엄청났다. 이후 쇼핑몰이 슬럼화 된 채 방치돼 흉물로 전락함에 따라 상권에 대한 인지도 및 이미지가 급속히 추락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패션매장이 현저히 줄어듦으로 인해 상권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졌다. 이로 인해 대기업 브랜드 매장들의 철수가 이어지면서 이대상권은 현재 침체기에 들어섰으며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남아 있던 나이키, 에이랜드 등의 매장은 철수를 마친 상태이며, LF아울렛도 현재 철수를 준비 중이다.

이 이사는 "그나마 존재했던 식음 기능들도 쇠락했다"며 "상권 전체가 공멸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통적으로 성행했던 미용실의 영업이 그런대로 이뤄지고 있어 간신히 상권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이대상권은 한류 영향으로 중국관광객들이 일부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화장품 매장 및 노점이 중심거리에 다수 입점해 있다. 하지만 특정 업종에 편중된 경향을 보이고 있어 상권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다. 중국관광객 유동인구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어서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끊길 경우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있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캠퍼스 내 대규모 기숙사 증설계획으로 인해 인근지역의 원룸임대 및 대학생 주거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주거용 건물의 공실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침체돼 있는 상권의 분위기를 더욱 어둡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이사는 "현재 이대상권은 자생력을 가지고 살아나기는 힘들다"며 "서대문구에서 신촌, 이대 상권을 묶어서 정책적으로 여러 계획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대상권 일대 보증금 및 월세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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