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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DGB금융, '시중은행 전환' 주가 상승 불쏘시개 될까시가총액 은행금융지주 최하위…'수도권·디지털' 성장성 입증 과제

최필우 기자공개 2023-09-15 08:14:54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2일 11:0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국내 증시에 상장된 7개 은행금융지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평균 0.31%에 불과합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연간 순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주가 만큼은 저평가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죠. 그 중에서도 DGB금융지주는 가장 박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DGB금융지주 시가총액은 지난 11일 기준 1조3143억원입니다. 이는 7개 은행금융지주 중 가장 작은 금액입니다. 4대 시중은행을 산하에 두고 있는 금융지주와는 체급차가 불가피하지만 지방은행만 놓고 비교해도 최하위에 머무른 것이죠.

*출처=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PBR 측면에서도 DGB금융은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DGB금융 PBR은 0.22배로 7개 은행금융지주 중 가장 낮습니다. 0.23배를 기록한 BNK금융에 근소한 차이로 뒤처졌습니다. 리딩금융 경쟁을 벌이는 KB금융이 0.38배, 신한지주가 0.35배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방금융지주라는 차이가 평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가가 낮다보니 시가배당률은 높습니다. DGB금융 시가배당률은 8.37%입니다. DGB금융에 투자하면 현 주가를 기준으로 투자금의 8.37%에 해당하는 배당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뜻이죠. KB금융의 시가배당률 5.34%보다 3%포인트나 높습니다.

다만 높은 시가배당률은 주주 입장에서 위안삼기 어려운 요소입니다. 시가배당률이 높아 앞으로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기보다 그간 주가가 오르지 않아 시가배당률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 투자하는 주주 입장에선 높은 시가배당률이 매력적일지 몰라도 장기투자 주주는 주가 부진에 답답해 하고 있습니다.

지방금융이라는 것도 변명거리가 되긴 어렵습니다. 은행금융지주 중 가장 늦게 출범한 '막내' JB금융지주는 시총 2조230억원으로 DGB금융지주를 제쳤습니다. 시총 2조2385억원의 BNK금융지주를 맹추격하며 지방금융 왕좌를 노리고 있죠. JB금융지주의 PBR는 0.41%로 4대 금융지주보다도 높습니다.


◇Industry & Event

DGB금융지주는 고심 끝에 은행 계열사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라는 돌파구를 마련했습니다. 은행권 경쟁 촉진을 원하는 금융 당국과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DGB금융지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습니다. 금융 당국의 인허가가 우선이지만 성장 로드맵은 나온 셈입니다.

DGB금융지주는 무엇보다 브랜드 측면에서 득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DGB금융과 대구은행이라는 브랜드는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수도권 영업의 한계 요인인 것도 사실입니다. DGB금융 고위 임원은 경쟁력 있는 상품을 내놓아도 지방은행이라는 이유 만으로 거래를 기피하는 수도권 고객이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하면 만족스럽지 못했던 수도권 진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습니다. 본점은 대구에 두되 수도권을 주영업 지역으로 삼으려는 노력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수도권에서 존재감을 키울수록 DGB금융지주의 성장성이 커지는 만큼 투자자의 기대감을 불러 일으킬 만한 이벤트입니다.

다만 시중은행 상황을 고려하면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합니다. 올해 하나금융의 공격적인 법인 영업은 금융권의 화두입니다. 영업통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취임 2년차를 맞이해 공세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죠. 여기에 기업금융에 특화된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선임한 우리은행이 맞불을 놓는 형국입니다. 대구은행은 이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Market View

증권업계는 DGB금융지주의 시중은행 전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 입니다. DGB금융지주의 2분기 경영실적 발표가 있었던 지난 7월 28일 이후 나온 14개 리포트 중 13개가 매수(Buy) 투자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보유(Hold) 의견을 내놓은 증권사는 단 1곳에 불과했고 매도(Sell) 의견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14개 리포트의 평균 목표 가격은 8964원입니다. DGB금융지주의 현 주가인 7770원보다 1194원(15.4%) 높은 금액이죠.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본력 등의 한계가 명확한 만큼 오프라인 니치마켓으로 볼 수 있는 충청권이나 강원도에 영업력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며 "PRM(퇴직 기업금융 전문가) 등을 활용하면 무리한 인적, 물적 자원 투입 없이 여수신 기반 확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보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바라볼 이벤트"라는 평가도 남겼습니다.

남영탁 흥국증권 연구원은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될 경우 긍정적인 요소는 채권 발행 금리 등 지방은행의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과 영남권 위주의 영업을 전국구로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시중은행과 자본력 차이가 있어 당장 비용 절감과 영업 확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익 체력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시중은행 전환을 주가 호재로 만들려면 우선 인허가를 받는 데 성공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천병규 DG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사진)는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키맨으로 꼽힙니다. 천 전무는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TFT 공동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시중은행 전환을 책임지는 총책이죠.

천 전무는 1967년생으로 부산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석사와 홍콩폴리텍대학교(Hongkong Polytechnic University) 경영학 박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KB자산운용, 우리CS자산운용에서 채권 운용역으로 근무했고 NH투자증권 홍콩법인 트레이딩 헤드를 거쳐 DGB생명에 합류했죠. DGB생명 CFO에 이어 올해 지주 CFO가 됐습니다.



천 전무는 시중은행에 맞는 자금 조달 및 운용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DGB금융지주는 지방금융인 탓에 자금 조달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했다고 분석합니다.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하면 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시중은행 전환에 따라 발생하는 각종 부대 비용을 상쇄한다는 구상입니다.

경영 전략도 새판을 짜야 합니다. 기존 시중은행이 법인 영업을 강화하고 있어 쉽지 않은 경쟁이 예상됩니다. 시중은행 전환 TFT는 지점을 많이 두지 않고 모바일 플랫폼이 중심이 되는 아웃바운드 영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저비용 고효율 비즈니스 모델을 정착시켜 인터넷은행과 기존 시중은행의 중간 성격을 가지면 주가 경쟁력도 생길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천병규 DGB금융지주 CFO는 더벨과의 통화에서 "주가라는 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핵심"이라며 "국내 은행 PBR이 턱없이 낮은 건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인데 전국 단위 은행으로 변화했을 때 그로스에 대한 기대감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IR에서 아직 공식화하지 않았고 전략을 구상하는 단계이긴 하지만 저비용 고효율 조직으로 나아가겠다는 건 변함없는 방향성"이라며 "시중은행 전환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대규모로 지점을 늘려 비용이 많이 드는 팽창 정책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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