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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VA를 움직이는 사람들]최지현 상무, '레드오션' 시장서 '황금기회' 찾는다⑥'삼성맨' 출신 벤처캐피탈리스트…B2C·B2B 혁신 기업 발굴, 글로벌 잠재성 주목

이영아 기자공개 2024-03-13 08:32:08

[편집자주]

국내 톱티어 벤처캐피탈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가 손바뀜을 기점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날갯짓을 시작했다. 손태장 미슬토 회장을 새 주인으로 맞아 SBVA라는 이름으로 대항해 도전에 나선다. 2000년 벤처투자 첫 발을 뗀 하우스는 '창업가의 든든한 동반자'를 지향하며 지난 25년 동안 한국을 넘어 아시아 벤처 생태계를 대표하는 VC로 성장해왔다. 더벨은 지배구조 변화와 맞물려 또 한번의 점프업을 꿈꾸는 SBVA 핵심 구성원들의 면면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1일 0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려운 시장에서도 기술 개발하고 제품 잘 만들면 고객의 선택을 받는다. 고객 지불 의사가 높은 매력적인 시장에서 활약하는 팀을 우선순위로 본다. 보통 이런 시장은 경쟁자가 많기 마련이지만 의미있는 혁신을 이뤄낼수록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

최지현 SBVA 파트너(상무·사진)의 투자 철학이다. 레드오션에서 활약하는 혁신 기업에 주목해왔다. 그는 영역을 새로 개척해야하거나 고객을 교육시켜야 하는 낯선 시장은 스타트업에 난이도가 있다고 본다. 규모가 큰 시장에서 기술과 고객 경험을 혁신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창업팀을 우선 발굴하는 배경이다.

버티컬(특화) 플랫폼이 대표적 사례다. 중고거래 시장은 규모가 수십조에 달하면서 많은 플레이어가 경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근은 '로컬 커뮤니티'를 내세우며 빠른 시간 내 국내 선도 업체로 도약할 수 있었다. 크림 또한 '한정판 리셀' 카테고리를 앞세워 관련 분야 독보적 1위 플랫폼이 됐다.

올해도 성장 곡선을 그려나갈 스타트업에 주목한다. 최 파트너는 손바뀜 이후 결성한 '2023 알파코리아펀드(2000억원)' 핵심운용인력으로 활약한다. 정보통신기술(ICT) 혁신이 가져올 산업의 변화에 주목한다. 인공지능(AI), 딥테크, 헬스케어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나갈 초중기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할 예정이다.

◇스타트업 향한 열정, 벤처캐피탈로 향하다

최 파트너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공인회계사(CPA)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삼성전자에 입사해 재무관리팀에서 근무했는데, 현장 근무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고 한다. 숫자 이면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선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원해서 경상북도 구미 공장으로 내려갔다. 최 파트너는 이때 투자 업무를 우연히 처음 경험했다. 반도체 설비, 검사장비,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등 투자금액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는 일을 했다. 이를 위해 산업 스터디는 필수적이었다. 현장 개발자와 자주 소통을 하며 차근차근 공부했다.

이는 개발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됐다. 직접 코딩을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최 파트너는 고려사이버대학교에 입학해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삼성전자 개발자 친구들과 여러 아이템을 구상하게 되더라"면서 "주말마다 모여 아이디어를 나누고, 앱(애플리케이션)을 함께 개발했다"고 말했다.

경험이 쌓이면서 최 파트너는 스타트업 입사를 꿈꾸게 됐다. 비슷한 시기에 삼성전자 개발자들이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쿠팡, 카카오 등 벤처기업으로 향했다. 지금은 굴지의 기업이 됐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이름도 생소한 스타트업이었다. 직접 창업에 나선 사례도 많았다. 최 파트너의 꿈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는 "2014년부터 스타트업에 입사하기 위해 여러 곳 지원서를 냈다"면서 "직접 부딪혀보니 당시 대기업 재무팀 3년 경력이 전부였던 제가 스타트업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기술도, 네트워크도 없었지만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은 열정은 커졌다"고 전했다.

고심하던 최 파트너는 고등학교 동창인 박재욱 쏘카 대표에게 조언을 구했다. 박 대표는 비트윈과 타다 등으로 알려진 VCNC의 창업자다. 당시 박 대표는 최 파트너의 재무적 역량을 활용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의 근거리에 머무를 수 있는 직업으로 벤처캐피탈리스트를 추천했다고 한다.

기회의 문도 열렸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인터뷰를 하게 됐다. 당시 최 파트너는 직접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을 보여주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최 파트너는 2015년 소프트뱅크벤처스에 입사했고 현재까지 심사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파트너와 함께 의사결정하며 주도적인 환경에서 일했다"고 했다.

◇잠재력 큰 시장, 혁신 이끌 기술 기업 주목

올해 하우스 입사 10년 차에 접어들었다. 경험이 쌓인 만큼 투자철학도 뚜렷해졌다. 성장하는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는 스타트업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 시장일지라도 기술 혁신으로 거대한 임팩트를 만드는 기업은 꾸준히 생겨나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는 당근이다. 최 파트너가 개인적으로 꼽은 가장 치열했던 투자 사례다. 2017년 당근 투자를 검토할 당시 중고거래 시장은 이미 완숙기로 평가받았다. 대규모 이용자를 확보한 거대 플랫폼도 많았다. 그는 "단순히 중고거래 플랫폼이 아니라 지역 생활권을 한데 묶는 '로컬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점에 주목해 투자했다"면서 "넥스트 유니콘이 될 것이란 기대에 걸맞게 지금은 너무도 멋지게 성장한 기업"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사례는 크림이다. 크림은 한정판 리셀(재판매) 플랫폼이다. SBVA는 첫 투자이후 지속 팔로우온(후속투자)하며 크림과 동행했다. 크림은 일본 1위 리셀 기업 스니커덩크(소다)를 인수하고, 아시아 주요 리셀 기업에 투자하며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하고 있다. 최 파트너는 "스니커즈에서 명품, 패션, 테크, 아트굿즈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한 대표적 사례"라고 언급했다.

기업간거래(B2B) 영역 투자도 마찬가지다. 미트박스글로벌은 축산물 직거래 온라인 플랫폼을 주력 사업모델로 삼고 있다. B2B 소비자를 꽉 잡으며 업계 높은 점유율을 확보했다. 최 파트너는 "포화 상태로 여겨지는 커머스 시장에서 버티컬 플랫폼 성장 잠재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페이히어는 과거 PC 중심이었던 포스기를 모바일 기반으로 개발했다. 사장님이 결제 단말기만 사면 스마트폰으로 포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탄탄한 B2B 고객층을 중심으로 포스기, 키오스크, 웨이팅 등의 디바이스와 소프트웨어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 파트너는 "모바일 메신저에 기반해 전 국민의 생활 서비스 기업이 된 카카오처럼 오프라인 리테일샵의 '킬러 서비스'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올해도 최 파트너의 투자 전략은 빛을 발할 전망이다. 2023 알파코리아펀드를 운용하며 기술 기업 투자를 이어간다. 잠재성이 큰 시장에서 뚜렷한 혁신을 만들어갈 기업에 주목한다. 더불어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춘 창업팀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다.

최 파트너는 "세 가지 포인트가 중요하다"면서 "시장 잠재력이 얼마나 큰지, 뛰어난 경쟁사가 존재하는지, 경영진의 역량이 훌륭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전환이 느린 산업 섹터에서 기술을 통해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끄는 기업을 발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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