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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보험사 리포트]신한EZ손보, 실적 고민 속 더딘 디지털 색 내기③장기보험 확대로 수익기반 마련…대면영업 편중 해소가 '디지털 정체성' 관건

강용규 기자공개 2025-05-15 14:00:29

[편집자주]

6년에 걸친 캐롯손해보험의 디지털 실험이 실패로 귀결되면서 디지털 보험업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금 짙어지고 있다. 언젠가 디지털 보험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적지만 눈앞의 실적 부진을 좌시할 수만도 없다. 디지털 보험업은 시기상조일까, 아니면 '동 트기 전의 어둠'일까. 남아있는 디지털 보험사들의 경영 현황과 영업전략을 들여다보고 각 사의 앞날을 조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2일 15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EZ손해보험(신한EZ손보)은 2022년 신한금융지주가 프랑스계 종합손보사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해 출범했다. 신한금융그룹이 신한EZ손보의 육성 방향을 디지털로 설정하면서 신한EZ손보는 초기 IT 인프라 구축 및 영업 활성화에 시간과 비용을 소요했다.

비용 소요로 인한 적자가 쌓이자 신한EZ손보는 종합보험사 라이선스를 활용해 장기보험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보험계약마진(CSM)을 축적하고 이를 상각해 지속적으로 보험수익을 창출하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디지털 보험사로서의 정체성 확립은 다소 지연되는 모습이다.

◇장기보험 확대 속 비용투입 증가…그룹 지원이 '든든'

신한EZ손보는 2024년 순순실 174억원을 내 전년 대비 적자 규모가 123% 급증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보험손익이 -126억원에서 -151억원으로 25억원 감소했고 투자손익이 51억원에서 -23억원으로 손실 전환했다.

보험부문에서는 보험수익이 2023년 302억원에서 지난해 655억원으로 353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운전자보험과 건강보험, 실손보험 등 장기보험 상품을 잇따라 내놓은 점이 주효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보험서비스비용 역시 399억원에서 821억원으로 422억원 늘어나면서 부문 손익은 악화했다. 당장은 사업 확대에 필요한 초기 비용 투입이 더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장기보험은 소비자들의 대면 영업 선호 경향이 확연한 분야다. 서비스 기간이 길고 담보가 복잡해 약관이 길고 난해해지는 만큼 설계사의 설명을 듣고 난 뒤 가입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는 비대면 영업에서 보험료의 9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디지털 보험사들이 장기보험 시장 진출에 애를 먹는 이유다.

다만 신한EZ손보는 통신판매전문보험사가 아닌 종합보험사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어 대면 영업을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다. 때문에 장기보험 포트폴리오 역시 공격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 신한EZ손보의 장기보험 보유금액은 2023년 122억원에서 지난해 361억원으로 196% 급증했다.

초기 비용 투입에 따른 적자가 자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는 있으나 그룹에서 이를 보전해주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앞서 3월 유상증자 형식으로 신한EZ손보에 1000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EZ손보의 자본총계였던 1113억원에 맞먹는 규모다. 신한EZ손보에 거는 그룹 차원의 기대가 적지 않음을 의미한다.

(자료=신한EZ손보,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영업 98%가 대면…비대면 채널 미래는

신한EZ손보는 신한금융그룹에 소속된 첫 해인 2022년의 순손실 127억원을 시작으로 3년 연속 적자를 쌓고 있다. 지난해 장기보험 포트폴리오의 공격적 확장 이전에도 비용 지출이 수익을 앞섰다는 말이다. 이는 디지털 보험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IT 인프라 구축에 투입된 비용이다.

신한EZ손보는 지난해 7월 IT 인프라 구축을 완료했다. 바꿔 말하면 그 이전까지는 디지털 영업이 제한적이었다는 말이다. 지난해 신한EZ손보의 보험료 모집액 590억원 중 사이버마케팅(C/M) 채널의 모집액은 단 9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581억원은 모두 대면영업에서 나왔다. 영업 비중만 놓고 보면 디지털 보험사라고 볼 수 없는 수준이다.

디지털 전략을 수립한 지 3년이 채 안 된 데다 이제 막 시스템을 갖춘 만큼 C/M 채널의 성장과 관련해서는 아직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그러나 신한EZ손보가 실적 개선을 위한 장기보험 영업 강화를 지속한다면 디지털 보험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 비용은 그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다.

신한EZ손보는 실적 측면에서 '형제사' 신한라이프와 비교당하는 처지다. 신한EZ손보가 적자만을 기록하는 반면 신한라이프는 중대형 생보사로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그룹의 비은행 이익에 톡톡하게 기여하고 있다. 초기 시행착오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는 해도 실적을 전혀 신경쓰지 않을 수만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보험 확대를 통해 적자를 대폭 축소한 하나손해보험의 사례에서 보듯 디지털이라는 상징성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 신한EZ손보로서도 나은 선택일 수 있다"며 "IT 인프라를 장기보험 등 영업 전반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초기 투입비용의 의미도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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